[문화‘랑’] 문화 콕콕
생전엔 ‘Op’ 유작은 ‘WoO’…작곡가별 고유 표기도
생전엔 ‘Op’ 유작은 ‘WoO’…작곡가별 고유 표기도
클래식 곡에는 라틴어로 ‘작품’이란 말인 오푸스(Opus)의 약자를 써 ‘Op.1’ ‘Op.50’ 등으로 번호를 붙입니다. 그런데 왜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은 작품번호를 ‘Op.125’라고 기록하고, 가곡 ‘그대를 사랑해’(Ich liebe dich)는 ‘WoO.123’이라고 다르게 표기할까요?
베토벤의 작품 목록에서 생전에 발표한 작품에는 ‘Op.번호’를 쓰고, 당시에는 출판이 되지 않았거나 사후에 발견한 유작에 ‘WoO.번호’를 붙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WoO.’는 ‘작품번호 없음’(Werke Ohne Opuszahl)의 약자로, 1955년 독일의 음악학자 한스 할름과 게오르크 킨스키가 ‘Op.번호’가 없는 베토벤 205개 작품에 ‘WoO.번호’를 매긴 것입니다.
‘오푸스 번호’는 17세기 후반부터 작곡가들이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이전 바흐나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 등은 작품번호를 쓰지 않았습니다. 이후 학자들이 이들의 작품 목록을 작성하면서 고유의 표기법을 붙였습니다. 모차르트의 작품에 붙는 ‘쾨헬 번호’(‘K.’ 또는 ‘K.V.’)나 바흐의 작품번호 ‘BWV.’, 헨델의 작품번호 ‘HWV’, 하이든의 작품에 붙는 ‘호보컨 번호(Hob.)’, 슈베르트의 ‘도이치 번호(D.)’, 비발디의 ‘뤼옴 번호(Rv.)’가 대표적인 것들입니다.
작품번호는 나중에 쓴 곡이 먼저 출판되는 경우 선후가 바뀌기도 하지만 대부분 작곡 순서와 비슷합니다. 그래서 번호를 보고 어느 시기인지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작곡가의 성격이나 기질을 엿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가령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은 ‘Op.68’로 그의 다른 작품 <피아노 협주곡 1번 Op.15> 등보다 훨씬 뒤에 있습니다. 그가 22살인 1855년에 작곡을 시작해 거의 20년에 걸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43살이 되던 1876년에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브람스의 완벽을 추구하는 결벽증적인 성격을 알 수 있죠.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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