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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돌아‘왔다네’ 힙합 거장‘이라네’

등록 2013-08-15 19:24수정 2013-08-15 22:38

한국 힙합 1세대의 거목 피타입이 5년 만의 신보인 3집 <랩>을 들고 돌아왔다. 그는 우리말 라임(압운)의 미학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국 힙합 1세대의 거목 피타입이 5년 만의 신보인 3집 <랩>을 들고 돌아왔다. 그는 우리말 라임(압운)의 미학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5년만에 새앨범 ‘랩’ 낸 피타입
데프콘과 함께 활동한 힙합 1세대
1·2집 앨범 호평받았지만 배고파
회의들자 광고회사 취직 ‘외도’

음악 못잊어 다시 낸 3집 ‘랩’
우리말 라임의 미학 극대화해
“한국 힙합계에 기여하고 싶다”

힙합의 랩에는 라임(압운)이란 게 있다. 행의 처음(두운), 가운데(요운), 끝(각운)에 비슷한 발음으로 반복감을 줘 듣는 재미를 살리는 것이다. 1990년대 초 국내에 힙합이 처음 들어왔을 당시만 해도 라임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다. “~고”, “~요” 같은 각운만으로도 앞서간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2000년대 들어 언더그라운드 힙합 음악인들 사이에서 한국말 라임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실험이 이뤄졌다.

피타입(본명 강진필·사진)이 2004년 발표한 1집 <헤비 베이스>는 우리말로도 멋진 라임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한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피시통신 나우누리 흑인음악 동호회 에스엔피(SNP)에서 데프콘, 버벌진트, 휘성 등과 활동하며 다진 내공을 응축해 쏟아낸 결과물이었다. 음악 하는 걸 반대했던 아버지는 아들이 몰래 만든 앨범을 받아들고 “막으면 안 되는 걸 막았었구나”라며 음악 활동을 허락했다. 그 아버지가 드럼 연주에 평생을 바친 강윤기씨다. 지금도 김창완밴드에서 드럼 스틱을 잡고 있다.

데뷔작이 호평을 받으며 3만장 넘게 팔렸는데도 피타입에게는 한푼도 돌아오지 않았다. 소속사와 계약을 잘못 맺은 탓이었다. 공사장 막노동까지 하며 먹고살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러다 연예기획사에서 랩을 가르치는 일을 맡게 됐다. 당시 연습생이던 투애니원 멤버들을 1년 넘게 가르쳤다. 이런저런 레슨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다 문득 ‘내 음악’을 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4년 만에 낸 앨범이 2집 <더 빈티지>(2008)다. 아버지 강윤기씨를 비롯한 실제 밴드의 연주에 맞춰 랩을 하는 실험을 했다. 이 앨범 또한 호평을 받았고, 이후 래퍼와 밴드의 협업은 널리 퍼져나갔다.

그러나 1년을 준비해 만든 2집 역시 노력에 걸맞은 경제적 보상을 안겨주지 않았다. 음원시장은 더욱 열악해져만 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제아무리 ‘전설’, ‘선구자’ 얘기를 듣는 실력자라도 배고픔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결국 음악을 그만두고 작은 광고회사에 취직했다. 집에도 거의 못 들어갈 정도로 열심히 일한 결과 좀더 큰 외국계 회사로 옮길 수 있었다. 음악 하며 진 빚도 모두 갚았다.

여유가 생기니 음악이 다시 손짓했다. 가리온, 션이슬로우, 킵루츠, 마이노스 등 한국 힙합계 대가들이 뭉친 모임 ‘불한당 크루’에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힙합이 예전보다 환영받는 분위기도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결국 그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힙합계로 돌아왔다. 그리고 5년 만의 신보인 3집 <랩>을 최근 발표했다. 동료들의 피처링 지원 속에서 우리말 라임의 미학을 극대화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모두가 리얼 힙‘합퍼네’ 새로 산 ‘닥터네’ 새빨‘갛던 헤’드폰으로 귀 ‘닫고 내’ 신발을 ‘딱 보네’ 쟤 노랜 ‘다 뻔해’ 그런 생‘각도 내’ 다 써놨지 ‘각본에’ 나도 귀 ‘닫고 내’ 평화를 ‘가꿔 매’일같이 온‘갖 고뇌’ 날 들이‘받곤 해’도 디제이‘가 또 내’ 랩 조‘각 꺼내’ 그때 깨‘닫곤 해’ 난 내 길 ‘갔던 애’.”(‘OST: 피스’)

“영어와 달리 우리말은 문장이 ‘~다’, ‘~요’처럼 제한적 어미로 끝나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치법을 쓰거나 종결어미를 생략해서 명사로 문장을 끝낸다거나, 문장 중간 부분이라도 노래 마디 끝이라면 라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거죠. 랩은 말로 만드는 퍼즐과도 같아요.”

피타입은 이번 앨범을 두고 “한동안 떠났던 힙합계의 요즘 흐름에 나를 적응시키는 작업과도 같았다”고 설명했다. “영점화 작업을 마쳤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새로운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고도 했다. “음악을 다시 생업으로 삼은 만큼 이제 과작이 아닌 다작을 할 생각이에요. 그렇게 내놓은 음악으로 한국 힙합계에 기여도 하고 싶고요.” 한국 힙합 1세대 거목의 귀환이 반가운 이유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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