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인생처럼, 노래도 비워야 울림 길더군요

등록 2013-08-26 19:45

가수 장필순. 사진 푸른곰팡이 제공
가수 장필순. 사진 푸른곰팡이 제공
장필순, 11년만의 앨범 ‘수니 세븐’

“좀 쉬자”며 내려간 제주도
텃밭서 땀 흘리며 힘 얻어

음악공동체 하나음악 부활 계기
시골집서 녹음하며 새 앨범
90년대 정서와 일렉트로닉 섞어내
평단서 “대단한 걸작 나왔다” 극찬
<한겨레>와 대중음악평론가들이 손잡고 만든 웹진 <100비트>가 2011년 선정·발표한 ‘1990년대 명반 100선’과 ‘2000년대 명반 100선’ 1위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한사람이었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장필순. 그의 5집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1997)와 6집 <수니 6>(2002)이 각 분야에서 가장 많은 평론가들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장필순은 이 소식을 제주도에서 들었다. 2005년부터 음악을 손에서 놓고 제주도로 내려가 텃밭을 일구며 살아오던 터였다. “열심히 한 걸 알아준 것 같아 기운이 났어요.” 지난 19일 서울 홍대 앞 한 카페에서 만난 장필순이 말했다.

6집 발표 이후 장필순은 지쳐 있었다고 했다. 90년대부터 몸담아온 전설의 음악공동체 ‘하나음악’의 사무실도 문닫고, 공들여 만든 6집에 대한 ‘피드백’도 별로 없고, 빠르게 변해가는 가요계 환경에 적응도 못하고…. 음악적 영감도 의욕도 다 사라진 것 같았다. ‘좀 쉬자.’ 40년간 서울에서만 살아온 그가 제주행을 결심한 이유다.

제주 애월읍 시골집에서 고추, 가지, 토마토, 허브 등을 스스로 먹을 정도만 키웠다. 너무 힘들어 ‘다신 안 해’ 하다가도 봄만 되면 모종을 심고 싶어졌다. “힘은 들어도 공들인 만큼 바른 먹거리가 돌아오니 얼마나 보람차고 재밌던지요.” 조동익, 윤영배 등 제주도에 내려와 지내는 하나음악 식구들도 큰 힘이 됐다.

그렇게 지내는데,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복음성가(CCM) 앨범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왔다. 제주도로 내려온 함춘호와 집에서 녹음했다. 결과물은 2009년 발표됐다. 이후 종종 기타도 잡고, 두번째달·윤종신·이승열 음반에도 ‘피처링’으로 참여하게 됐다. 음악에 대한 예열이 시작된 것이다.

때마침 하나음악이 ‘푸른곰팡이’라는 음반사를 통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윤영배, 고찬용, 조동희 등이 잇따라 음반을 내고 활동을 시작했다. 후배들이 제주도로 찾아와 다시 음악 할 것을 권했다.

“책임감이 느껴졌어요. 제가 어린 시절 선배들로부터 받은 힘을 이제는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되돌려줘야 할 것 같았죠. 하나음악으로 ‘우리’가 되는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어요.”

장필순은 오랜 공백기를 깨고 새 앨범 작업에 들어갔다. 역시 장필순 6집 작업 이후 음악을 손 놓았던 조동익도 새 앨범 프로듀싱 작업을 맡았다. 하나음악 후배 박용준·고찬용·이규호도 곡을 만들어 보탰고, 연주자들은 제주 시골집으로 무거운 장비를 낑낑대며 들고 와 녹음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장필순 7집 <수니 세븐>이 27일 베일을 벗는다. 6집 이후 무려 11년 만의 신보다. 90년대 하나음악 특유의 감성적인 정서와 일렉트로닉 등 지금 이 시대 음악의 세련된 정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9곡이 담겼다. 음반을 일부 미리 들어본 박은석 <100비트> 편집장은 “대단한 걸작이 나온 것 같다. 때이른 판단이지만, 2010년대 명반 100선에서도 상위권에 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치켜세웠다.

전작들에서 절제하는 창법의 미학을 보여준 장필순은 그런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때론 누르지 않고 내지르는 창법을 선보인다. 첫 곡 ‘눈부신 세상’이 대표적이다.

“노래를 하면 할수록 ‘기교를 줄이고 비워야 울림이 더 길게 간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인생을 오래 살면서 얻게 되는 지혜랄까요. 다만 이번에는 클래시컬한 곡, 일렉트로닉, 서정적인 어쿠스틱 등 곡의 성격에 따라 창법을 조금씩 달리해봤어요.”

장필순은 11월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시어터에서 새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한 뒤 12월 전국 투어를 할 예정이다. 그는 “제 음악을 듣는 사람들과 심장으로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푸른곰팡이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