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페스티벌’ 서는 드러머 강수호
7일 드럼이 주인공 되는 축제
대표급 연주자 7명과 함께 무대
“드럼 흔들리면 밴드 전체 흔들”
대표급 연주자 7명과 함께 무대
“드럼 흔들리면 밴드 전체 흔들”
악기 중 가장 원초적인 악기를 꼽으라면 단연코 드럼일 것이다. 고대인들이 손뼉을 치거나 손바닥으로 뭔가를 두드려 소리를 낸 데서 발전한 타악기이기 때문이다. 드럼은 보통 기타, 피아노 등 다른 멜로디 악기를 뒤에서 받쳐주는 악기로 인식된다. 주연보다는 조연에 가깝다는 얘기다.
이 드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축제가 열려 눈길을 끈다. 9월7~8일 오후 3시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아트홀에서 열리는 ‘그루브 드럼 페스티벌 2013’이다. 강수호, 이규형, 황정관, 임용훈, 칸(윤관식), 오종대, 이귀남, 이정훈 등 국내를 대표하는 드럼 연주자 8명이 자신의 밴드를 이끌고 무대에 오른다. 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강수호(51)를 지난 19일 서울 합정동의 연습실에서 만나 드럼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드럼은 가장 먼저 생긴 태초의 악기이자 근력을 가장 많이 쓰는 악기입니다. 북을 두드릴 때 진동이 몸으로 그대로 전해오죠. 그래서 매력적이지만, 연주 생명이 짧을 수도 있어요. 나이 먹을수록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악기죠.”
1986년 ‘평균율’이라는 밴드로 강변가요제에도 나갔던 그는 1989년 미국으로 이민 가서 드럼과 리코딩 엔지니어 공부를 했다. 90년대 초반 국내 가요계에선 댄스음악 바람이 불어 드럼을 거의 기계로 대체하고 있었다. ‘드럼을 계속 해야 하나?’ 하는 회의도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1996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즈음부터 사람이 연주하는 드럼의 비중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 세션 드러머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1만3000여곡 녹음에 참여했다. “음악을 들어보면 내가 친 드럼은 단번에 알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드럼에는 그 사람만의 삶과 성격이 녹아들어 있거든요. 사람이 연주하는 드럼과 컴퓨터로 찍는 드럼의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요즘은 디지털 싱글 위주로 가면서 제작비를 줄이느라 사람의 드럼 연주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워요. 급격히 늘어난 대학 실용음악과를 통해 연주자들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말이죠.”
그는 드럼이 리듬을 담당하면서도 가장 많이 흔들릴 수 있는 악기라고 설명했다. 기타 등 다른 악기를 연주할 땐 발로 박자를 맞춰가며 연주하면 되는데, 드럼 연주에는 두 손 두 발이 다 쓰이기 때문에 따로 박자를 맞출 신체 부위가 없기 때문이다. “뒤에서 다른 악기들을 받쳐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 공연이 시작되면 지휘자가 되는 게 바로 드럼이에요. 드럼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밴드 전체가 흔들리게 되죠.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공연 때 특히 긴장해야 합니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드러머들이 기량을 겨루는 이번 페스티벌에 대해 “서로 비장의 무기를 감추면서 준비하고 있다. 각자 뭘 보여줄지 무척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공연뿐 아니라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원 포인트 레슨’도 이뤄질 예정이다. 1544-1555.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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