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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카리스마 넘치는 힙합리더, 진정한 별이 될까

등록 2013-09-12 19:57수정 2013-09-13 08:54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지난 8월3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연 단독공연에서 노래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 발표한 솔로 앨범 <쿠데타>에 대해 “내가 나를 깨고 넘고 싶어서 이번 앨범 제목을 그렇게 정했다”고 밝혔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이 지난 8월3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연 단독공연에서 노래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 발표한 솔로 앨범 <쿠데타>에 대해 “내가 나를 깨고 넘고 싶어서 이번 앨범 제목을 그렇게 정했다”고 밝혔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문화‘랑’] 두 여자가 본 지드래곤

지드래곤이 두번째 솔로 앨범 <쿠데타>를 들고 돌아왔다. 기획사 출신 아이돌그룹 리더이면서도 지드래곤은 뮤지션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으며 한국 아이돌계에선 보기 드문 길을 걸어가고 있다.
김윤하(오른쪽)·이민희(왼쪽) 두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오른쪽)·이민희(왼쪽) 두 대중음악평론가
노래 이상으로 랩에 능한 캐릭터
독보적 센스와 카리스마 지닌 몸
데뷔 7년차에 두번째 솔로 앨범
높아진 기대치 어떻게 헤쳐갈까
시끄러웠던 그림자를 털어내고
음악의 빛으로 소리쳐야 할 때

‘놀 줄 아는 비싼 몸’ 그리고 ‘딱 봐도 뭘 가져도 남다른 팔자’. 아이돌 그룹 빅뱅의 리더인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자신을 스스로 표현하는 방식이자 ‘스웨그’(허세를 부리며 자신을 과시하는 힙합 문화의 하나)라 하기엔 반박할 여지가 없는 수식어다. 올해로 데뷔 7년차를 맞은 이 말 많고 탈 많은 별을 김윤하(오른쪽 사진)·이민희(왼쪽) 두 대중음악평론가가 네 개의 열쇳말로 분석했다.

아이돌 가장 잘하는 사람이 리더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잘하는 사람에게 리더 역할을 준다.” 양현석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리더 선별 기준으로, 투애니원의 씨엘과 빅뱅의 지드래곤은 여기 부합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드래곤은 일단 경험이 많았다. 연예계 활동에 열려 있던 어머니 덕분에 일찍 연기학원에 갔고, 꼬마 시절부터 무대와 카메라를 만났다. 13살에 ‘와이지 패밀리’의 일원이 되었고, 그때부터 가사를 쓰고 선배들과 랩을 나눴다. 17살 무렵부터는 곡을 썼다. 경험의 반복을 통해 향상된 실력과 함께 ‘뮤지션’의 지위를 얻었고, 그가 활동하는 그룹 빅뱅의 모든 앨범에는 그의 자작곡이 실린다. 아이돌 작사가는 많지만 아이돌 작곡가는 몹시 드물다. 게다가 그가 만든 노래는 빅뱅의 성향은 물론 소속사의 지향까지 결정하고 있다.

보통 아이돌 그룹의 리더는 나이가 많거나 보컬을 담당하는 멤버가 맡는다. 그리고 여전히 대다수 아이돌은 멜로디와 퍼포먼스가 조화를 이룬 댄스곡을 선호한다. 랩이 개입할 틈은 있지만 지분이 적기에 래퍼는 노래가 부족한 멤버가 가져가는 한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지드래곤은 노래 이상으로 랩에 능한 캐릭터이며, 그의 주도로 선택한 빅뱅의 음악적 장르는 댄스가 아닌 프리스타일 위주의 힙합과 유사 힙합이다. 와이지의 경계를 벗어나면 여전히 힙합은 비주류에 속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랩 위주의 음악을 표방한 아이돌도 데뷔하는 시대가 되었다. 지드래곤이라는 확실한 힙합 리더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생각지도 못했을 일이다.

뮤지션 <쿠데타>, 위기이자 기회

곡을 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누구보다 잘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 뮤지션으로 태어나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복일 것이다. 게다가 그의 위치가 옆집 삼돌이보다 만만하다는 아이돌이라면 그 능력치가 가진 파괴력은 제곱수로 늘어난다. 지드래곤은 바로 그런 ‘흔치 않은 몸’이다. 자신은 물론 소속사인 와이지의 지향점과도 일치하는 ‘본토 메인스트림 힙합’을 가장 화려하고 대중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몸. 1988년 또래 가운데 독보적인 센스와 카리스마를 지닌 몸,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도 결론은 마찬가지다. 한국저작권협회에 100곡이 훌쩍 넘는 곡들을 등록시키며 전문 작곡가가 무색한 연간 수입을 자랑하는 그의 대중성은 이미 논외다. 2012년 ‘원 오브 어 카인드’의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노래 부문’ 수상은 그의 음악을 다각도로 압박하던 각종 논란을 잦아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주위로부터의 물심양면의 지원도 적절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만큼 하도록 풀고 조이는 와이지 고유의 자율적인 트레이닝 방식, 테디, 쿠시, 선우정아 등 와이지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도움은 지금의 지드래곤을 있게 한 큰 밑바탕 중 하나였다.

그렇게 지금껏 비교적 평탄한 비단길을 달려온 지드래곤에게 <쿠데타>는 꽤나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와 함께 성장하고 자리잡은 소속사는 일정 궤도에 오른 뒤 처음으로 절룩이는 기획들을 내놓고 있고, 결국 빅뱅의 모든 멤버들이 동시에 솔로 활동을 한다는 초강수를 뒀다. 이런 어수선한 와중 발표된 새 앨범은 미시 엘리엇에서 디플로까지 이름난 외국 뮤지션들을 불러들이고 국악까지 접목시켰지만 그간 높아질 대로 높아진 기대치에 좋게 봐야 선방이 될 공산이 크다. 올해로 데뷔 7년차, 지드래곤은 과연 이 혼란의 시기를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갈까.

지드래곤
지드래곤

패션 아이콘 우리는 그렇게는 못 입는다

빅뱅의 ‘거짓말’이 히트를 기록하던 2007년 무렵, 서울 동대문시장에 갔더니 사방팔방이 빅뱅 천지였다. 알록달록한 세미 힙합이 넘쳐났다. 그때만 해도 빅뱅의 룩은 소심하고 감각 없는 우리가 조금씩은 따라할 만한 여지가 있었다. 그런데 요새는 엄두가 안 난다. 멤버들의 적극적인 솔로 활동이 지속되면서 더 과감한 패션을 선보이는데다 그 중심에는 옷 잘 입는다고 소문난 지드래곤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그가 두르는 명품부터가 감당이 안 된다. 최근 ‘미치GO’의 무대에 선 그는 촌스러운 말로 뽀글이 머리를 하고 등장했는데, 조금 더 긴 머리를 유지하는 것도 굵은 펌을 시도하는 것도 상당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대다수의 남성들에게 있어 그는 현실 바깥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패션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이들에게 그는 노출을 사례로 든다. 처음엔 겁나지만 반복하면 익숙해지고 자신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스타일은 이른바 ‘양아치’인데, 싼티 풀풀 난다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삐딱하게 입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덧붙여 옷과 음악에 집중하던 것 말고는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고, 기성복이 아닌 손수 만든 옷을 이따금씩 입혔다는 어머니를 이야기한다. 프로의 세계에 와서도 관심과 습관은 유지됐다. 한때 명품에 꽂혀 있었지만 길거리 쇼핑도 즐길 만큼 시야의 폭이 넓고, 복귀를 앞둔 시점이면 스타일리스트에게 말로 또 그림으로 직접 자신의 이상을 설명한다. 이처럼 세상에 없는 옷을 갈망하지만, 용도가 폐기되면 벼룩시장에 내놓을 만큼 미련이 없다. 결국 많이 보고 사고 요구하고 실패하고 버려본 사람이 얻은 감각이고 능력이다.

이슈메이커 소란스런 별의 빛과 그림자

스타는 피곤하다.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온 국민의 사랑과 멸시를 한몸에 받아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언제 어디서나,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들만이 진정한 별의 칭호를 받는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드래곤이라는 브랜드는 이미 그 분야에서만큼은 별의 위치가 확인된 상태다. 팬들은 반갑지 않겠지만, 지드래곤의 이름에 ‘빅뱅’ 다음으로 붙는 꼬리표는 바로 ‘표절’이다. 그의 첫번째 솔로 앨범 <하트브레이커>의 ‘하트브레이커’와 ‘버터플라이’로 촉발된 표절 시비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표절 혐의곡의 원작자였던 플로라이다와 지드래곤의 합작이라는 소속사의 허를 찌르는 대응으로 발빠르게 수습되었다. 실제로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것이 정확히 표절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았고, 이 시끄러웠던 논란은 결국 올해 한 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 ‘표절 논란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실릴 지경에 이르렀다.

음악 외적인 분야에서의 소음도 많았다. 웬만한 패션계 인사보다 뛰어난 감각을 지닌 가요계의 대표 패셔니스타, 그의 그 ‘패션’도 종종 문제를 일으켰다. 어떻게 패션으로 논란을 부르는 일이 가능할까 싶지만 여성의 나체나 ‘I ♡ sex’, ‘69’ 등 성적인 표현 혹은 욕설이 프린트된 의상들이 그대로 방송에 노출되면서 생긴 해프닝들이었다. 이슈메이커로서의 화룡점정, 경찰과 연을 맺은 일도 두번 있었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가 논란이 된 2009년 단독공연, 그리고 2011년 일본에서 피운 대마초가 그 이유들이었다. 가진 만큼 가지고 누린 만큼 누린 지드래곤, 이젠 시끄러웠던 그림자들을 털고 음악의 빛으로 가장 큰 소리를 내야 할 때다.

김윤하·이민희/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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