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46)
안드레아스 숄 한국 공연
우아한 미성의 ‘세계3대 카운터테너’
아름다운 시로 쓰인 독일가곡 준비
“듣는 사람들 희망의 음악여정 될 것”
우아한 미성의 ‘세계3대 카운터테너’
아름다운 시로 쓰인 독일가곡 준비
“듣는 사람들 희망의 음악여정 될 것”
1999년 국내 한 자동차 광고에 등장한 ‘백합처럼 하얀’이라는 곡이 큰 인기를 끌었다. 티 없이 맑은 보이 소프라노의 주인공이 196㎝ 장신의 남자 성악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아한 미성’을 자랑하는 독일의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46·사진)이 3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그는 23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를 시작으로 26일 오산문화예술회관, 27일 부평아트센터 무대에도 오른다. 2000년 첫 방문 이후 세번째 리사이틀이다.
“나는 공연을 준비할 때 ‘이 노래를 부르는 나는 누구인가?’ ‘누구를 향해 이야기하나?’ ‘이 곡의 의미를 어떻게 전달할까?’라고 자문한다. 그 다음에 그 곡에 대한 나의 확신을 표현할 수 있는 목소리를 찾는다. 노래를 부를 때는 심오하고 개인적인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적인 관객들은 나의 음악적 언어를 이해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드레아스 숄은 최근 <한겨레> 이메일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내 노래를 들을 때 가수에 대해서는 잊고 노래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알려왔다. 그는 “노래들의 이야기꾼으로서 죽음, 소녀, 혹은 연인으로 각기 다른 배역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카운터테너는 16~18세기에 변성기 이전의 사내아이를 거세함으로써 고음의 보이 소프라노를 유지했던 ‘카스트라토’와는 달리, 훈련을 통해 여성의 음역대를 낼 수 있는 남자 성악가를 일컫는다. 안드레아스 숄은 미국의 데이비드 대니얼스(47), 일본계 미국의 브라이언 아사와(47)와 함께 ‘카운터테너의 빅3’로 꼽힌다.
숄은 어렸을 때부터 소년합창단에서 활동하며 성악에 빠졌다. 특히 스위스 바젤 음악원(스콜라 칸토룸) 재학 시절 이탈리아의 작곡가 몬테베르디(1567~1643)의 마드리갈 모음집 중 <사랑의 노래>에 나오는 ‘님프의 슬픔’을 듣고 카운터테너의 길을 결심했다.
그는 “친구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감동받아서 눈물을 흘렸다. 스무살에 처음으로 음악 안에 ‘변화’의 힘을 느꼈고, 그때부터 음악이 나의 삶이 되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숄은 전설적인 카운터테너 르네 야콥스와 리처드 레빗의 지도를 받았고, 1993년 26살에 스승이었던 르네 야콥스의 대타로 무대에 올랐다가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후 오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페스티벌과 오케스트라 협연, 리사이틀 등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내한공연에서 아내이자 이스라엘 태생의 피아니스트 타마르 할페린의 반주로 하이든의 ‘절망’ ‘나그네’, 슈베르트의 ‘언덕 위의 남자’ ‘죽음과 소녀’, 모차르트의 ‘제비꽃’, 브람스의 ‘나의 장미 입술을 가진 그녀’ 등을 들려준다.
그는 “타마르와 함께 독일 작곡가들의 악보를 읽어내려가면서 스토리나 멜로디가 마음을 움직인 작품, 내 목소리와 잘 들어맞는 곡들을 골라냈다”고 밝혔다.
“한국 무대에 선보이는 독일 가곡들은 모두 아름다운 시로 쓰인 곡이다. 대부분 어둡고 비극적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슈베르트의 ‘언덕 위의 젊은이’는 무척 슬픈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가 있다.”
그는 “심각한 상실감에 빠졌거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음악적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2)541-3183.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사진 마스트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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