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지상에서 가장 큰 화폭, 전수천 ‘이동 드로잉 퍼포먼스’

등록 2005-08-29 17:48수정 2005-08-29 17:50

‘움직이는 선 드로잉’프로젝트의 핵심인 흰색 천 씌운 대륙 횡단 열차와 프로젝트 기획자 전수천씨. 그는 “드로잉 관점에서 이번 작업은 찰나에 그려진 대륙 위의 풍경이자 사건이며 행위”라고 규정지었다. 앞서 작가는 89년 한강 물길 위에 나무쪽들을 이어붙여 띄우는 설치 드로잉을 펼친 바 있다.
‘움직이는 선 드로잉’프로젝트의 핵심인 흰색 천 씌운 대륙 횡단 열차와 프로젝트 기획자 전수천씨. 그는 “드로잉 관점에서 이번 작업은 찰나에 그려진 대륙 위의 풍경이자 사건이며 행위”라고 규정지었다. 앞서 작가는 89년 한강 물길 위에 나무쪽들을 이어붙여 띄우는 설치 드로잉을 펼친 바 있다.
‘캔버스’ 는 미 대륙…‘붓’은 흰천 두른 기차
다음달 중순 미국 대륙은 세계에서 가장 큰 화폭으로 변한다. 온통 새하얀 천을 덧씌운 15량 기차 행렬이 5000km 넘는 대륙간 횡단철도(암트랙)를 가로질러 붓질하듯 새하얀 획을 대지에 긋는다. 대륙의 서쪽부터 동쪽 끝까지 숱한 도시와 사막, 숲, 벌판 등을 열차가 거대한 획을 그으며 달리는 사상 최초의 이동 드로잉 퍼포먼스다.

‘움직이는 선 드로잉’으로 이름 지어진 이 프로젝트의 사령탑은 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중견작가 전수천(58·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씨다. 93년 문명간 화해와 대화를 모색한다는 뜻으로 프로젝트를 처음 구상한 이래 13년만에 꿈에 그리던 소망이 실현되려는 참이다. 문명사적 흐름을 집요한 화두로 삼아왔다는 그가 말한다. “다음달 8일 열차가 출발하는 미국 뉴욕으로 떠납니다. 정말 힘들게 왔습니다. 좌절로 얼룩졌던 작업이라 지금도 실감이 안납니다.”

이 초대형 드로잉 프로젝트는 오는 9월 14일 오전 10시 뉴욕 펜 스테이션에서 전씨를 포함한 국내외 문화예술인 120여 명을 태운 백색 열차가 출발하면서 막을 올린다. 이후 21일 서부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할 때까지 열차의 붓질은 워싱턴 디시,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앨버커키, 그랜드 캐년 등을 지나며 순백의 자취를 남기게 된다. 행사 기간 중엔 헬기가 떠서 열차가 몸으로 붓질하며 질주하는 과정을 영상에 담는다. 단순히 말해 거대한 선을 긋는 데 불과한 이 프로젝트에 드는 총 예산만 최소 7억~8억원이라고 한다. 비용 조달의 어려움으로 실행시기를 2001년, 2003년, 2005년으로 미루는 난관도 거쳤다. 객기어린 망상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쇼맨십이란 비난도 있었다) 이 대형 퍼포먼스를 전씨가 정부와 기업들의 지원을 간청해 받아내고, 1억원 이상의 사재까지 털며 매달린 까닭이 궁금해진다. “80년대 뉴욕 유학 당시부터 미국의 대국 문화와 부대끼면서 느꼈던 동양인의 문명적 이질감, 정체성의 틈 따위를 거대한 조형 작업으로 풀어내고픈 욕구를 느꼈지요. 프로젝트의 주제가 움직이는 선이잖아요. 서예의 획처럼 한국적 사고방식을 담은 유연한 선이 미국의 문명과 자연 위에 어우러지고, 그 선의 한 부분인 탑승객들 또한 조형적 어울림 속에 녹아들어 문명의 차이와 동질성을 유동적으로 체험하는 거지요. 흰색을 고른 건 자연과 문명의 다기한 색채를 포용하는 색이자 한민족 정체성을 상징한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겁니다.”

한편 암트랙 열차 안에서는 환경, 문화, 생태의 문제 전반을 다루는 심포지엄과 강연, 각종 공연마당이 펼쳐진다고 한다.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과 미술사가 J.W.T 미첼 시카고 대 교수, 미술평론가 송미숙 성신여대 교수, 이용우씨 등이 문화 전반에 대해 토론하며, 소설가 신경숙, 사진가 배병우, 풍수학자 조용헌, 건축가 황두진씨 등도 강연·대담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륙 위에 흔적 긋고 사라질 ‘비움의 여행’을 살찌울 프로그램 기록들은 열차의 주행 영상 등과 함께 12월 보고회 성격의 다큐멘터리 전시로 국내에 소개된다. 전씨가 말미에 색다른 초대 인사를 꼭 전해달라고 했다. “때마침 14일 노무현 대통령이 열차 출발역 부근 유엔 본부에서 연설한다더군요. 대통령을 출발 행사에 초대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꼭 듣고 싶습니다만…”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