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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바그너 전막 오페라’ 국내 무대 첫선

등록 2013-10-03 20:31수정 2013-10-03 21:13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대극장에서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대극장에서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
국립오페라단의 ‘파르지팔’

바그너 전문 가수들 수준 높은 연주
초대형 거울 활용 화려한 무대 연출
한국 오페라 역사에 중요한 한 페이지가 쓰였다.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대극장에서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사진)의 한국 초연 무대의 막이 올랐다. 공연을 기획·제작한 국립오페라단은 유럽에서 활약중인 바그너 전문 가수, 지휘자, 연출가는 물론 바그너 음악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금관악기 연주자들까지 데려와 탄탄한 진용을 갖추고 미답의 영역이었던 바그너 음악극에 첫발을 내디뎠다.

3회 공연 모두 매진되며 관심과 기대를 모은 이번 공연은, 이제 국내에서도 수준 높은 연주로 바그너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지금까지 바그너의 음악극을 실연으로 접하려면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등 해외 오페라극장을 찾아야 했다. 공연은 두 차례 중간 휴식을 포함해 5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됐다. 긴 공연 시간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지루할 틈은 없었다.

일등공신은 완벽한 가창력과 노련한 연기력을 선보인 ‘바그너 가수’들이었다. 바그너의 도시 바이로이트에서 <파르지팔>의 구르네만츠 역으로 호평받은 베이스 연광철은 시작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가 노래를 시작하자 아담한 체구가 거대하게 느껴질 만큼 위엄이 넘쳐흘렀다. 화자인 구르네만츠는 주제역(타이틀롤)인 파르지팔보다 더 많은 노래를 소화하며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무한선율에 장대한 이야기를 실어냈다.

사악한 마법사 클링조르의 최면에 걸린 하수인 쿤드리 역의 메조소프라노 이본 네프는 폭발적인 가창으로 바그너 특유의 관능미를 발산했다. 테너 크리스토퍼 벤트리스는 어리석고 순진한 청년에서 용맹한 기사로 변신해 인류를 구원하는 파르지팔 역을 맡아 ‘헬덴테너’(영웅적 테너)의 매력을 물씬 풍겼다. 클링조르(바리톤 양준모), 암포르타스 왕(바리톤 김동섭), 티투렐 선왕(베이스 오재석) 등의 주요 배역도 모두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금관주자들을 보강한 코리안 심포니는 바그너 명장 로타 차그로제크의 지휘 아래, 극의 또다른 화자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3막 선왕 티투렐의 유해 앞에서 암포르타스 왕이 절규하는 장면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성배의 비탄 동기’는 감정의 극점을 높고 날카롭게 끌어올렸다.

연출가 필리프 아를로는 울창한 숲 속에 자리한 중세 스페인의 몬살바트 성을 빙하와 죽은 나무에 둘러싸인 성전으로 바꿨다. 초대형 거울을 기울여 무대를 반사시킨 연출은 2막에서 파르지팔이 꽃미녀들에게 홀리는 장면, 3막에서 암포르타스 왕이 마지막 성배 의식을 거행하는 장면 등에서 만화경처럼 신비롭고 화려한 효과를 냈다. 그러나 거울이 오케스트라 연주자들과 관객들까지 비추는 바람에, 프로시니엄(무대와 객석을 구분 짓는 액자형태의 경계) 너머 신화와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가 갑자기 현실로 튕겨져 나오는 부작용도 있었다.

국립오페라단은 2015년부터 바그너 음악극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차례로 공연할 예정이다. 첫번째 시도인 <파르지팔>이 좋은 결과를 보여준 만큼, 다음 작품들에도 기대를 걸어본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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