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창신동> (박찬규 작·김수희 연출)
극단 작은신화 “우리 이야기 하자”
2년에 1번 2∼3편씩 꼭 무대 올려
신진작가 키우는 창작희곡 산실로
올 작품은 ‘창신동’ ‘우연한 살인자’
2년에 1번 2∼3편씩 꼭 무대 올려
신진작가 키우는 창작희곡 산실로
올 작품은 ‘창신동’ ‘우연한 살인자’
극단 작은신화가 1993년 6월 서울 대학로의 옛 바탕골소극장에서 올린 창작극 <미스터 매킨도·씨!>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컴퓨터 시대에 대한 풍자를 담은 이 작품은 한달 60회 공연 내내 객석 150석을 연일 훨씬 넘기는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1986년 20대 젊은 연극도 13명이 “젊은 의식으로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를 하자”고 출발한 극단의 꿈이 비로소 여물기 시작했다.
공연을 마치고 단원들이 최소한의 이익분배를 나눠갖고도 3000만원이 남았다. 번역극과 코미디극이 판을 치는 연극동네에서 창작극으로 그만한 수익을 냈다는 것은 기적이었다. 당시 극단 대표 최용훈(50·상임연출가)씨가 단원들을 모았다. “연극으로 번 돈이니까 우리가 하고 싶은 연극을 위해 쏟아붓자. 우리 연극에 애정이 많은 신진 작가에게 등단의 기회를 만들어주자”고 제안했다. 현 극단 대표 길해연(49)씨를 비롯한 단원 30명도 이심전심이었다. 올해로 20년을 맞는 ‘우리연극만들기’ 프로젝트의 첫 출발이었다.
2년에 한번씩 올해로 10번째 행사를 앞둔 ‘우리연극만들기’는 1993년 11월 북촌창우극장에서 공연한 <황구도>(작 조광화), <두 사내>(오은희 작), <꿈, 풍텐블로>(백민석 작) 등 세 편을 시작으로 2년에 한 번씩 창작극 2~3편을 대학로 무대에 선보였다. 조광화, 장성희, 고선웅, 김태웅, 고 윤영선, 오은희, 고 안현정, 최치언, 김원, 이윤설, 이시원, 오세혁 등 국내 연극계에 주목받는 극작가 23명과 창작희곡 23편이 이 무대를 거쳐갔다.
그러나 ‘우리연극만들기’는 출발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1993년 첫해는 공연은 성공했지만 제작비와 대관료 때문에 적자를 보았다. 종자돈 3000만원에다 3000만원을 더 빚내어 모두 6000만원을 날렸다.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용훈 연출가는 “첫 작품의 세팅 때 눈이 정말 많이 내려서 서설(瑞雪)이라고 좋아했는데 결국 6000만원짜리 행사가 되고 말았다. 빚 3000만원을 갚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20년 전을 회고했다.
올해로 열 번째를 맞이하는 극단 작은신화의 ‘우리연극만들기’는 두명의 신진 작가와 두명의 신예 연출가가 어우러진 창작극 두편을 선보인다.
20일까지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창신동>(박찬규 작·김수희 연출)은 영세한 봉제가게가 빼곡하게 들어선 서울 창신동을 배경으로 대물림되는 가난과 폭력, 불신의 삶 속에서 과연 희망은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이다. 또 31일~11월10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우연한 살인자>(작 윤지영·연출 정승현)는 17살에 가출한 한 남자가 곧 수몰돼 사라질 고향에 찾아가 주민 8명을 죽인 사건과 감춰진 진실을 추적한다.
‘우리 연극 만들기’는 신인 작가와 창작극 발굴뿐 아니라 창작공연제작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뷔 작가와 인기 연출가 중심의 기존의 창작 작업에서 벗어나 무대 미술, 드라마트루그, 배우들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연 주체의 공동작업과 열린 제작 과정을 선보여왔다. 또한 초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극단의 평가를 통해 재공연하여 작품이 레퍼토리화 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조광화(48)씨는 “20년 전 무명이었던 제가 이렇게 인기 작가·연출가가 되었다(웃음)”며 “20년 동안이나 우리연극만들기를 지켜온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연출가 고선웅(45·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씨도 “제가 계속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되었다. 국립단체도 하기 힘든 작업을 민간 극단이 20년을 해왔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축하했다. (02)889-3561~2.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사진 극단 작은신화 제공
연극 <황구도>(작 조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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