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동아기획 제공
가수 김현식이 서른두살에 요절하기 직전 남긴 미발표곡들이 23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고인의 미발표곡 9곡 등을 담은 앨범 <김현식 2013년 10월>이 지난 21일 발표된 것이다. 김현식은 ‘비처럼 음악처럼’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고 1990년 11월1일 간경화로 세상을 떴다.
김현식은 곡을 만들고 나면 먼저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이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했다. 이후 앨범에 실을 곡을 골라 스튜디오에서 정식으로 녹음했다. 이번 앨범에 실린 곡들은 정식 녹음 전에 가녹음한 것을 매만진 결과물이다. 당시 소속사인 동아기획의 김영 대표가 음원을 간직해오다 유족과 협의를 거쳐 앨범으로 발매했다. 김 대표는 “귀중한 음원을 더이상 묵혀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침체된 음반시장을 현식이와 함께 일으켜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음반 발매 이유를 밝혔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그대 빈들에’를 비롯해 ‘외로운 밤이면’, ‘나루터에 비 내리면’ 등 9곡의 신곡과 기존 발표곡을 다시 부른 것까지 모두 21곡이 담겼다. 김현식이 1988~1990년 병상에서 통기타를 치며 녹음한 것에다 나중에 반주를 더했다. 때문에 정식 음반과 달리 거칠고 날것의 느낌이 강하고, 마치 고인이 옆에서 부르는 것처럼 더욱 생생한 느낌을 준다.
김현식은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도 꾸준히 노래하며 마지막 혼을 불살랐다. 사후인 1991년 발표된 6집 타이틀곡 ‘내 사랑 내 곁에’를 들어보면, 잘 안 나오는 목소리를 힘겹게 끌어올려 쥐어짜듯 부른 흔적이 비친다. 이런 창법이 결과적으로 더욱 애절하고 깊은 울림을 전해줬다. 이번에 발표된 앨범 수록곡들에선 그런 느낌이 더하다. 매끈하지만 겉도는 음악보다 거칠어도 진심을 담은 음악이 감동을 준다는 진실을 증명하는 듯하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동아기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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