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작곡하는 이유, 노래가 너무 좋은데 음치라서…

등록 2013-10-22 19:41수정 2013-10-22 20:55

스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세계 최정상급인 배우들의 공연을 늘 볼 수 있는 한국 관객들이 부럽다”며 한국 배우들을 극찬했다. 그는 또 “앞으로 쿠바·브라질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제3세계 국가들의 전통 스토리를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도 꼭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클립서비스 제공
스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세계 최정상급인 배우들의 공연을 늘 볼 수 있는 한국 관객들이 부럽다”며 한국 배우들을 극찬했다. 그는 또 “앞으로 쿠바·브라질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제3세계 국가들의 전통 스토리를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도 꼭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클립서비스 제공
뮤지컬 ‘카르멘’ 한국공연 앞둔 와일드혼 인터뷰

위험한 아름다움과 섹시함
공연 보고 나면 모든 여성이
카르멘 되고 싶을걸요

한국배우를 위해 작품 쓰고
한국서 초연도 하고 싶어
제일 애착? 내일 쓸 작품이죠
“저는 바람과 꽃의 향기, 스산한 가을 달빛, 물결의 잔잔한 파동 등 세상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어요. 음악은 자연을 본 뜨는 것이고, 저는 늘 자연 앞에서 배울 준비가 돼 있는 학생의 자세로 임할 뿐이죠.”

12월 개막하는 뮤지컬 <카르멘> 공연을 앞두고 21일 한국을 찾은 미국의 스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54·사진)은 인터뷰 내내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지킬앤하이드>, <몬테크리스토>, <스칼렛핌퍼넬>, <보니앤클라이드> 등으로 전세계적으로 ‘그의 이름을 믿고 본다’는 수많은 팬을 거느린 거장답지 않게 소탈한 모습이었다. 그는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져 있더라”며 “정식으로 브로드웨이식 뮤지컬을 배운 적이 없다는 점 때문에 늘 긴장하며, 관객들의 감성에 기대 작곡을 해 온 덕분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 말했듯 그는 정식으로 음악을 배워본 적도, 뮤지컬을 공부한 적도 없다. 15살 때 지독한 감기에 걸려 옴짝달싹 못한 몇 주 동안 우연히 텔레비전을 통해 음악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본 뒤 음악에 빠졌고, 이 때부터 혼자 재즈피아노를 배운 것이 그의 음악교육의 전부다. 대학에서도 철학을 전공했다.

“음악을 너무 사랑했지만, ‘구제불능 음치였다”는 그는 자신의 노래를 대신 불러줄 사람을 찾았다. “1980년대엔 휘트니 휴스턴, 나탈리 콜 등 대중가수들의 곡을 썼어요. 그러다 ‘좀 더 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처음 쓴 작품이 바로 <지킬앤하이드>예요. 첫 작품에서 운 좋게 대박을 터뜨린 셈이랄까요? 하하하.” <지킬앤하이드>는 1990년 텍사스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고, 1997년에는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이후 이 작품은 25년 동안 20여개국어로 번역돼 전 세계 무대에 오르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와일드혼의 작품은 브로드웨이 이상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그는 대중음악계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평가절하당할 때도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출신 성분(?) 덕을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브로드웨이 작곡가들이 어깨에 힘주고 음악 이론을 운운할 때, 전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고 러브 스토리란 뼈대에 역사란 살을 붙여 전 세계인의 감성을 건드리는 ‘대중성’을 추구했어요. 그리고 운도 좋았죠.” 말끝마다 ‘운이 좋다’는 표현을 덧붙인 그는 “이 바닥에선 운이 정말 중요한데, 내 성공 역시 운이 70%, 실력은 30%”라고 말했다.

12월6일 엘지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하는 <카르멘>은 스페인을 배경으로 하는 같은 이름 오페라를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역시 네 남녀의 불꽃 같은 사랑 이야기가 큰 축이다. 카르멘 역에 바다와 차지연, 그를 사랑하는 호세 역에 류정한과 신성록 등 화려한 캐스팅은 물론 플라멩코, 서커스, 아크로배틱 등 다양한 볼거리를 자랑으로 내세운다. 와일드혼은 “카르멘을 보고 나면 모든 여성이 카르멘이 되길 바랄 것”이라며 “길들여지지 않은 섹시함, 위험한 아름다움을 지닌 카르멘의 특성은 모든 여성들이 조금씩은 가지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 캐릭터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더 선보이고픈 작품은 무엇일까? 그는 “이제 뮤지컬의 중심은 브로드웨이가 아닌 전 세계 어디든 될 수 있다”며 “옥주현·류정한·조승우 등 세계적 수준의 한국 배우를 염두에 둔 작품을 써 한국에서 초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일 좋아하는 작품을 물었다. “교만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일 쓸 작품, 내일 작곡할 넘버라고 답하고 싶어요. 하하하.”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된 ‘프랭크 와일드혼’이란 이름을 지키려면, 앞으로도 일중독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그는 소탈하게 웃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클립서비스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