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혜선(48)
백혜선씨, 26일부터 리사이틀
음대 교수로, 두 아이 엄마로
바쁜 가운데 연주회 준비하며
나 자신을 찾는 시간돼…
가을에 듣기 좋은 곡 들려줄게요
음대 교수로, 두 아이 엄마로
바쁜 가운데 연주회 준비하며
나 자신을 찾는 시간돼…
가을에 듣기 좋은 곡 들려줄게요
그를 보면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가 생각난다. 1989년 24살에 미국 메릴랜드 윌리엄 카펠 국제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1991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은상), 199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1위 없는 3위) 등 주요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20대부터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1994년 29살에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돼 화제를 뿌리더니 2005년 그 자리를 박차고 세계무대로 나아갔다. 40대 후반, 이제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피아니스트 백혜선(48)씨가 26일 경기도 오산문화예술회관 대극장,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1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지난 9월부터 미국 명문 음대인 클리블랜드음악원에 최초의 동양인 교수로 임용되어 새로운 출발을 했다. 최근 미국 링컨센터 독주회에서 평단의 찬사를 받았던 호쾌한 타건과 따뜻하고 영롱한 색깔의 연주를 국내에서도 보여줄 예정이다. 그를 22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너무 힘든 가운데 연주회 준비를 해야 했어요. 클리블랜드음악원 교수를 금방 시작했죠, 뉴욕과 클리블랜드를 왔다갔다 해야죠, 주위에서 자꾸 연주회를 하라고 하죠, 또 두 아이도 키워야죠. 그야말로 태풍 속에서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과연 연주를 하는 게 제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문을 하게 되더군요. 그때 결국은 악기 앞에서 앉았을 때 제 자신을 찾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결국은 누가 알아주든 몰라주든 이것을 계속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정말 축복을 받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 혜택의 기회가 적은 지역에 애정이 많다. 한국 방문 때는 바쁜 일정에도 꼭 지방 투어를 빠뜨리지 않는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석좌교수를 맡고 부산국제음악제(예술감독)를 8년째 이끌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방에는 아직 발굴돼야 하는 인재가 많아요. 클래식 교육에 대한 나뭇가지를 지방에까지 뻗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주회 일정을 잡을 때는 서울보다 지방을 먼저 고려합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애호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곡인 베토벤의 <에로이카 변주곡>, 라흐마니노프의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하이든의 <변주곡>, 리스트의 <베네치아와 나폴리>를 연주할 예정이다.
“베토벤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 영혼의 울림을 아는 작곡가입니다. 그의 <에로이카 변주곡>은 활기참과 강직함, 자기 한계를 이겨낸 인간승리의 정신 같은 것이 담겨 있어요. 또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은 베토벤의 곡과는 대조적으로 우수가 있고 명상적이며, 하이든의 변주곡은 서정적이고 목가적이어서 이 가을에 듣기 좋은 작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02)737-0708.
글·사진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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