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단테의 신곡>의 연습 장면. 국내 양대 국공립극장과 연출가, 배우들의 자존심 대결일 뿐만 아니라 보기 드문 대작이어서 연극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국립극장
국립극장 ‘단테의 신곡’
단테 시 100편 바탕으로 극 꾸며
특수분장·소품으로 지옥·천국 표현
판소리·록과 오케스트라도 어우러져
예술의 전당 ‘당통의 죽음’
프랑스 혁명가 조르주 당통 이야기
루마니아 대표 연출가·스태프 참여
이자람씨 판소리, 공연 속에 녹여내
단테 시 100편 바탕으로 극 꾸며
특수분장·소품으로 지옥·천국 표현
판소리·록과 오케스트라도 어우러져
예술의 전당 ‘당통의 죽음’
프랑스 혁명가 조르주 당통 이야기
루마니아 대표 연출가·스태프 참여
이자람씨 판소리, 공연 속에 녹여내
늦가을 한국 공연계에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국공립극장이 다음달 초 고전 명작 연극으로 맞대결을 펼친다. 국립극장이 국가브랜드 공연으로 선보이는 연극 <단테의 신곡>(11월2~9일 해오름극장)과 서울 예술의전당이 게오르크 뷔히너(1813~1837) 탄생 200돌을 기념해 만든 연극 <당통의 죽음>(11월3~17일 씨제이토월극장)이다. 두 작품 모두 한국과 동유럽의 이름난 연출가와 스태프, 한국 연극계의 간판 배우들이 참여해 올해 초부터 화제가 되었다. 까다로운 연극광들은 누구를 선택할까?
■ 국내 초연 무대 <단테의 신곡> 르네상스의 문을 연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의 대서사시 <신곡>을 국내에서 처음 연극으로 만들었다. 인기 극작가 고연옥(42)씨가 단테가 남긴 시 100편으로 대본을 쓰고 중견 여성 연출가 한태숙(63)씨가 극으로 꾸몄다.
연극 <단테의 신곡>은 “지은 죄가 없다”며 자신만만했던 시인 단테가 일주일 동안 지옥과 연옥, 천국을 경험하면서 통렬한 자기반성 끝에 정신적인 승화를 이루는 과정을 그렸다. 우리 삶의 영역 밖에 있는 내세(來世)가 어떻게 무대에 구현될지, 지옥과 연옥을 떠도는 독특한 캐릭터들이 관심거리다. 제작진들은 높이가 7m 넘는 기묘한 무대와 특수분장, 세밀한 소품, 의상으로 지옥의 판관, 마귀, 천사 등 초월적 존재들을 보여줄 예정이다. 여기에 판소리와 정가, 클래식, 록,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와 15인조 오케스트라 연주, 영상 등을 곁들여 총체극으로 꾸민다.
한태숙 연출가는 “누구나 자기 인생이 견고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지만, 때로 그렇지 않은 시간에 부딪혔을 때 죽음도 생각하고, 다시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주인공 단테는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떠오르는 스타 지현준(35)씨가 꿰찼고, 단테의 길잡이인 14세기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중견배우 정동환(64)씨가 맡았다. 관록의 배우 박정자(71)씨가 애욕의 프란체스카 역을 맡아 지옥의 한 장면을 그려낸다. 또 구원의 여인 ‘베아트리체’ 역의 정은혜(29)씨, 지옥의 판관 ‘미노스’ 역의 김금미(48)씨를 비롯해 국립창극단의 대표 소리꾼 10명이 출연한다. (02)2280-4114~6.
■ 프랑스 혁명의 빛과 그늘 <당통의 죽음> 희곡 <보이체크>와 <레옹세와 레나>로 유명한 독일 사실주의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가 프랑스 혁명의 풍운아에 매료돼 1835년 발표한 작품이다. 1789~1795년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이상적인 국가 건설을 위해 치열하게 살다간 혁명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프랑스 혁명정부를 이끌었으나 가난과 죽음이 만연한 혁명에 회의적인 조르주 당통(1759~1794), 그리고 공포정치로 향하는 로베스피에르(1758~1794)의 충돌과 대립이 큰 축이다. 당통과 그의 부인 줄리, 카미유와 루실의 숭고한 사랑 이야기가 아름답게 곁들여진다.
이 작품은 전두환 정권 시절 1983년 4월에 <단톤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초연된 바 있다. ‘당통’이라는 단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박통’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한국공연윤리위원회가 제목을 바꾸라고 했던 것이다. 당시 공연에선 혁명가였던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도 생략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동유럽 연극계를 주도하고 있는 루마니아의 대표 연출가 가보 톰파(56)와 그 스태프가 참여했다. 또한 소리꾼 이자람(34)씨의 판소리 공연을 활용해 혁명 당시 파리의 거리를 묘사한 것이 눈길을 끈다. 공연은 4막의 희곡을 2막으로 줄이고 30여명이 넘는 원작의 출연 규모를 14명으로 축약한 대신 이자람씨가 거리 광대로 변신해 군중과 시민까지 1인 다역을 연기하면서 가난과 공포, 죽음이 만연한 당시 모습을 ‘소리’로 풀어낸다. 연출가 가보 톰파가 처음부터 당통으로 지목한 배우 박지일(53)씨와 연습 과정에서 ‘로베스피에르의 화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윤상화(43)씨를 비롯해 염순식(카미유), 조영준(바레르), 문형주(줄리), 최지영(루실)씨 등이 출연한다. (02)580-1300.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연극 <단테의 신곡>의 연습 장면. 국내 양대 국공립극장과 연출가, 배우들의 자존심 대결일 뿐만 아니라 보기 드문 대작이어서 연극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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