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희 기자
울림과 스밈
“발레리나는 몇 살까지 춤을 출 수 있나요? 정년퇴직도 있나요?”
얼마 전, 중학교 1학년이라 밝힌 독자가 문화 분야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한겨레> ‘문화콕콕’ 꼭지에 보내온 질문이다.
외국의 무용수들은 40살이 넘을 때까지 무대 위에서 춤을 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 무용수 강수진씨도 46살이지만 여전히 주역으로 활동중이다.
우리나라 실정은 어떨까? 무용계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잦은 부상과 조기 은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최근 나온 ‘2013 전문무용수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자 1538명 가운데 최근 3년 동안 1~2회 부상을 당했다는 응답이 40%였다. 또 3~5회 부상을 겪었다는 답이 37.7%, 5~10회 이상 부상자도 22.8%에 이르렀다. 은퇴 예상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40대라 답한 이가 20.9%, 30대 후반이라고 답한 사람이 15.5%, 30대 중반이란 응답자가 10.5%였다.
이처럼 수명이 짧고 부상이 많은 무용수들이 새 직업을 구하고 부상 재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설립된 ‘전문무용수지원센터’라는 곳이 있다. 2007년 설립돼 어느새 6년이 넘었다. 직업 전환 재교육, 상해 및 재활 지원, 무용단과 무용수를 연결해 주는 댄서스 잡마켓 등의 사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센터의 집계만 봐도 지금까지 성과는 미미하다. 6년 동안 76명의 무용수들이 직업전환 재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지만, 취업에 성공한 사례는 ‘단 2명’뿐이다.
왜 이렇게 효과가 부족한 걸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예산이 많지 않고 이마저도 들쑥날쑥한 탓이다. 정부는 2008년 3억원, 2009년 5억원을 지원했는데, 2010년에는 2억8700만원, 2011년 3억원, 2012년 2억원으로 줄였다. 그래서 중요 사업인 직업 전환 재교육 프로그램이 2010~2012년 3년 동안 중단됐다 올해 예산이 4억원으로 늘면서 겨우 재개됐다.
상해 무용인 지원사업도 2010~2011년 85~87건에서 지난해에는 46건으로 크게 줄었다. 댄서스 잡마켓 사업도 예산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다 올해는 상반기에 예산이 이미 바닥났다.
센터의 프로그램 자체도 아쉬운 점들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업 전환 교육의 경우, 센터가 에이비시(ABC) 프로그램(연기 전문인을 위한 몸만들기) 강사와 재활트레이너 양성 교육 등을 하지만 취업 현실과 잘 맞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센터도 이런 지적을 인정하고 예술의전당·공연기획아카데미와 연계해 전문 석사 학위, 무용평론가, 무대 스태프 등 직종을 늘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센터의 재교육으로 취업에 성공한 2명 중 1명은 <한겨레>에 소개됐던 국립발레단 재활트레이너 고일안(39)씨다.
고씨는 “센터의 도움으로 암담했던 인생의 제2막이 열렸다”고 했다. 센터가 무용수들의 인생 2막을 도와주려면 앞으로 더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재교육 프로그램과 종합적인 직업상담 과정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정부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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