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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독’하게 썼습니다, 이 연극

등록 2013-10-28 19:24수정 2013-10-28 20:43

‘창작집단 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출신 9명이 희곡작가, 동화작가, 출판편집자, 소설가, 시인, 광고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면서 희곡 창작의 꿈을 위해 결성한 작가모임이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임상미, 김태형, 유희경, 고재귀, 박춘근, 조정일, 조인숙, 김현우, 천정완(모자 쓴 이)씨.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창작집단 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출신 9명이 희곡작가, 동화작가, 출판편집자, 소설가, 시인, 광고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면서 희곡 창작의 꿈을 위해 결성한 작가모임이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임상미, 김태형, 유희경, 고재귀, 박춘근, 조정일, 조인숙, 김현우, 천정완(모자 쓴 이)씨.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극작가 모임 ‘독’ 네번째 공동연극

한예종 극작과 선후배 9명 모여
“좋은 창작품 올리자” 의기투합
자기 일 하며 1주일 한번씩 모임

9명의 옴니버스 단막극 ‘터미널’
“만나고 헤어지는 우리인생 축약”
연극동네에 ‘독한’ 집단이 있다.

연극 공연의 시발점인 희곡을 책임지고 있지만 창작 연극이 외면받는 한국 연극계의 현실에서 가장 소외된 극작가들의 모임인 창작집단 ‘독’이다. 박춘근, 고재귀, 조정일, 김현우, 김태형, 유희경, 조인숙, 천정완, 임상미씨 등 9명의 극작가들은 이미 신춘문예에서 시나 소설 등으로 등단했거나 연극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력을 지닌 만만찮은 역량을 갖춘 이들이다. 무엇보다 항아리, 선착장(dock), 독(毒), 살필 독(督), 홀로 독(獨), 읽을 독(讀) 등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이름처럼, 각자 서로 다른 관심사와 극작 스타일이 이 창작집단의 장점이다.

“모든 작가의 작업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연극에서 극작은 혼자 하는 작업이라서 외롭습니다. 골방에만 앉아 있다가 자기 글을 열심히 읽어주는 동료를 만난다는 자리 자체가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아요. 서로 작품을 읽으면서 저 사람은 골방에서 얼마나 힘들게 썼을까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박춘근(41) 작가는 “대학에서 극작을 전공했지만 희곡작가로 살아남기 힘들어서 각자 다른 일을 하다가도 언제나 화두였던 극작의 꿈을 지켜낼 수 있는 버팀목”이라고 설명했다. 고재귀(39) 작가는 “창작 희곡이 외면받는 한국 연극계의 현실에서 창작을 하든 욕을 하든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든든하다”고 거들었다. 카피라이터 임상미(31) 작가는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친정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창작집단 독은 2005년 12월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선후배들이 ‘고민과 정성이 담겨 있는 좋은 창작품을 무대화하자’는 목표로 창단했다. 희곡작가, 동화작가, 출판편집자, 소설가, 시인, 광고 카피라이터 등 저마다 다른 길을 걸어가면서 1~2주일에 한번씩 창모(창작모임)를 꾸려왔다. 그동안 독회 과정을 통해 <독 플레이1-터미널 플레이>, <당신이 잃어버린 것들> 등 네편의 공동창작을 비롯해 수많은 개별 작품을 발표해왔다.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희경(33) 대표는 “초기엔 석달의 기한을 주고 무조건 작품을 쓰게 하고 어길 때는 삭발을 한다는 각서를 받는 등 정말 ‘독’하게 했다”며 “박춘근 작가의 연극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와 고재귀 작가의 연극 <사람은 사람에게 늑대>도 그렇게 탄생했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단순히 작가동인집단에 머물지 않고 다른 극단과의 활발한 연계 작업은 물론이고 앞으로는 자체 제작공연을 통해 양질의 창작 희곡을 상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네번째 공동창작 연극 <터미널>을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프로젝트박스 시야’ 무대에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터미널’이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작가 9명의 시선이 담긴 단막극을 옴니버스 식으로 꾸민 작품이다. 창작집단 독의 9인9색의 작품세계와 연극 <목란언니>의 전인철 연출, 극단 맨씨어터 배우들의 연기가 결합되어 공동창작 연극으로 완성됐다.

김현우(36) 작가는 “고재귀 형이 ‘세상의 모든 안녕’이라는 부제를 달았듯이, 사람들이 수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반복되는 터미널이라는 공간 자체가 우리 인생의 어떤 지점을 상징화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공동창작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은하철도 999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은하철도 999>(박춘근 작)를 비롯해 아버지와 남동생을 30년간 뒷바라지한 여자의 사연을 담은 <러브 소 스위트>(김태형 작), 서울역 대합실에 있는 개와 고양이가 등장하는 <동구와 재돌이>(임상미 작) 등 9편의 단편을 이틀에 5편씩 나눠 선보이고 있다. 11월10일까지. (02)744-4331.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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