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밑 어두운 지하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엘파바의 의상. 서로 다른 360겹의 원단이사용됐다. 설앤컴퍼니 제공
숫자로 본 뮤지컬 ‘위키드’ 의상
지난해 뮤지컬 <위키드> 내한공연은 한국 공연 역사를 새로 쓴 최대 흥행작이다. 넉달 가량 공연에 20만명이 훌쩍 넘는 관객들을 동원했으며, 매출액 260억원을 기록했다. 이 <위키드>가 오는 22일 탄생 10주년을 맞아 한국어판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는다.
<위키드>의 매력 중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의상. 미국서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에디상, 외부비평가상, 스미소니언 국립박물관상 등에서 모든 의상상을 휩쓸었다. 한국에서 만날 이 뮤지컬의 특별한 의상을 ‘숫자’로 풀어봤다.
0 <위키드>에 똑같은 디자인의 의상은 단 한 벌도 없다. 오리지널 초연부터 디자인을 맡아온 브로드웨이 의상 디자이너 수잔 힐퍼티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장면의 의상을 소재부터 디자인까지 모두 다르게 디자인했다.
1.5 평균 1.5분. 배우들이 모든 의상과 가발, 신발을 바꿔야 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이다. 단 한 번의 암전도 없이 장면 전환이 이뤄지는 <위키드>는 배우들의 의상·가발·메이크업 등을 빠르게 교체해야 한다.
6 의상은 대부분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각 나라 배우들의 신체 사이즈가 모두 다른데다, 딱 달라붙는 윤곽선이 중요한 의상이어서 모두 맞춤 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봉도 5~6번이 보통. 또 원작자에게 일일이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보통 3개월 안에 끝나는 의상제작이 <위키드>의 경우 6개월이 걸렸다.
23 위키드에 등장하는 수백벌의 의상과 신발을 보관, 이동하는 데 필요한 컨테이너의 수. 이 컨테이너를 극장으로 옮기는 데만 1주일이 걸렸다.
80 화려한 의상의 정점을 찍는 가발 숫자. 100% 수작업으로 만들며, 배우들은 최대 8번 가발을 바꿔 쓴다. 가발 개당 가격은 300만원선이다.
350 <위키드>에서 배우 36명이 입는 드레스 숫자. 원작소설인 <오즈의 마법사>가 나온 1900~1920년대 복식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트위스트 에드워드 스타일’이라고 불리는데, ‘에드워드’ 시대의 의상을 비틀어 만들었다는 뜻이다.
360 같은 디자인이 없는 신발 켤레 수. 의상과 잘 어울리는 179가지의 서로 다른 가죽소재로 만들었다.
7000 <위키드>의 의상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한국에서 구한 7000가지 원단이 사용됐다. 특히 엘파바의 2막 드레스는 360겹으로 만들었는데, 패턴과 소재가 모두 다른 원단을 붙여서 만들었다. 글린다의 1막 버블머신 드레스는 무게만 20㎏으로, 비드 종류만 25가지에 이른다.
4,000,000,000 뮤지컬 공연 사상 최고 의상제작비인 40억원이 투입됐다. 앙상블부터 주인공인 엘파바 의상까지 개별 의상의 가격이 2000만~3000만원에 이르는 것들이 여럿이고, 가장 비싼 모리블 학장의 옷은 3710만원짜리다.
<위키드>의 협력 의상디자이너 빌리 로치는 “의상을 제작하고 공연의 막이 오를 때까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배우들이 살이 찌는 것”이라며 “몸에 아주 꼭 맞게 만들어 살이 찌면 다시 만들어야 되는데, 한국 배우들은 채식 위주로 먹어 살이 찔 염려는 별로 없다”고 웃었다. 잠실 샤롯데시어터, 1577-3363. 사진 설앤컴퍼니제공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일명 버블 드레스로 불리는 글린다의 의상으로, 1950년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에서 입은 옷을 본떠 제작. 무게만 무려 20㎏에 달한다. 설앤컴퍼니 제공
작품 가운데 가장 화려한 ‘에메랄드시티’ 장면에 등장하는 옷으로, 이 장면에만 모두 20벌이 넘는 의상이 등장한다. 과장되고 뒤틀린비대칭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설앤컴퍼니 제공
작품 가운데 가장 화려한 ‘에메랄드시티’ 장면에 등장하는 옷으로, 이 장면에만 모두 20벌이 넘는 의상이 등장한다. 과장되고 뒤틀린비대칭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설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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