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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한 재단대표 “갑질 때문에 그만뒀다“

등록 2013-10-31 19:42수정 2013-10-31 20:49

문체부 간부가 산하기관에 “찍어서 자르겠다” 협박
*산하기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문체부, 예술정책과장 대기발령
문화체육관광부 간부가 산하 단체에 협박성 발언을 퍼부어 단체장이 반발 사퇴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문화계가 비판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체부는 30일 최근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의 업무협의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예술정책과장을 대기발령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재단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예술인 단체들과의 소통부족, 사업집행의 미비 등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어 예술정책과장이 지도감독 차원에서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면서 타 기관을 예시로 들어 과장되게 설명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유관단체 직원을 대하는 데 있어 부적절한 언행이 확인되어 우선 업무에서 배제조치를 취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스타파>가 29일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문체부 김아무개 예술정책과장은 당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심재찬 대표와 기획관리팀장, 복지지원팀장 등을 불러놓고 “직원들 교육 잘 시켜라. 아니면 케이스로 몇명 자르겠다” 등의 협박성 월권 발언을 했다. 김 과장은 대외비로 되어있는 ‘예술인지원 심사위원 명단과 지원자 명단’을 제출하라는 요구에 문제제기를 하는 이 재단 직원의 업무태도를 문제 삼았다. 특히 이 과장은 재단 직원들에게 “위의 정보기관”이 요구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녹취 파일에는 예술정책과장이 “찍어서 자르겠다”고 윽박지르면서 명단을 요구한 곳이 문체부가 아니라 ‘저 위’, ‘고위층’, ‘정보기관’, ‘장관님과 독대를 하는 사이’라고 위협을 가한 내용이 들어있다.

심 대표는 31일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문체부의 ‘갑질’ 때문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며 “문체부가 일부 언론에 ‘재단이 출범 초기라 조직운영이 미숙한 데 대해 심 대표가 업무적 중압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밝힌 것을 보고 정말 어이가 없더라”고 말했다. 예술인복지재단은 지난해 11월 예술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고자 출범한 문체부 산하 특수법인이다. 심 전 대표는 “그 회의가 있고 며칠 뒤 문체부에서 특정 직원을 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나더러 나가달라는 말로밖에 안 들렸고 인격적으로 심한 모독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9월 말에 사표를 제출했으나 문체부가 국정감사 기간에 말썽이 날까 미루어오다 국정감사가 끝난 바로 직후인 지난 17일자로 사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심씨는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냈던 연극 연출가 출신으로 임기가 2년 남은 상황이었다.

이번 사건은 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의 ‘갑을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뿐 아니라, 신생단체 ‘길들이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정보기관의 요구를 언급한 부분도 여러 의혹을 부르고 있다. 문화연대는 31일 성명을 내 “예술가 위에 문체부가 군림하고 문체부 위에 정보기관이 군림하는가?”라며 해당 과장 파면과 유진룡 장관의 사과 및 자료를 요구한 정보기관이 어디였는지 밝힐 것을 요구했다.

정상영 선임기자, 서정민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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