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천년’ 악기로 ‘백년’ 음악 만들어요

등록 2013-10-31 19:44수정 2013-10-31 21:31

국악기로 포스트록을 연주하는 3인조 밴드 잠비나이가 세계 음악 관계자들을 사로잡으며 외국 여러 무대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심은용(거문고), 김보미(해금), 이일우(기타). 지엠시레코드 제공
국악기로 포스트록을 연주하는 3인조 밴드 잠비나이가 세계 음악 관계자들을 사로잡으며 외국 여러 무대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심은용(거문고), 김보미(해금), 이일우(기타). 지엠시레코드 제공
세계음악인 홀린 밴드 ‘잠비나이’

거문고·해금·기타로 구성된 3인조
북미 최대 음악축제 참가팀으로 뽑혀

한예종 동기인 멤버들 의기 투합
국악·록 결합한 ‘포스트록’ 시도
“세상에 없던 음악” 극찬 이어져
“100년 뒤에도 들을 수 있는…
오래 가는 음악하는 게 꿈이에요”
지난달 10~11일 열린 서울국제뮤직페어(이하 뮤콘)를 찾은 외국 음악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놀라워했던 밴드가 있다. 거문고·해금·기타의 독특한 구성으로 이뤄진 3인조 밴드 ‘잠비나이’다.

유투(U2) 등과 작업해온 세계적인 프로듀서 스티브 릴리화이트는 잠비나이의 무대를 보고 “상업성은 없지만 실험성과 예술성이 돋보이고, 전통과 현대적인 사운드의 결합이 매우 신선하다.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주도하는 밴드라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서 온 프로듀서 유키 구로야나기는 “사람을 집중시키는 마력이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전통악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대단히 매력적이다”라고 극찬했다.

결국 잠비나이는 네이버뮤직의 지원을 받아 내년 3월 북미 최대 음악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참가할 팀으로 뽑혔다. 밴드의 기타리스트 이일우는 ‘펜더 초이스’에도 선정돼 세계적인 기타 제작사 펜더로부터 기타를 받게 됐다. 그는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될지 몰랐다. 얼떨떨하다”고 했다.

앞서 잠비나이는 지난 5월 핀란드 헬싱키 월드빌리지 페스티벌, 8월 브라질 세나 현대예술축제에 잇따라 초청됐다. 유튜브에서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본 주최 쪽이 먼저 연락을 해온 것이다. ‘소멸의 시간’ 뮤직비디오는 별다른 홍보 없이 조회수 11만건을 넘겼다. 지난주 영국 카디프에서 열린 월드뮤직 페스티벌 ‘워멕스’에도 다녀왔다.

잠비나이가 처음부터 외국 시장을 겨냥하고 음악을 시작한 건 아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01학번 동기인 이일우(피리 전공)·심은용(거문고)·김보미(해금)는 학창 시절에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고 한다. 졸업 뒤 지인들의 공연 뒤풀이에서 마주친 이들은 각자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해 얘기하다 의기투합하게 됐다.

“국악이 동시대와 소통하려면 어쨌든 서양음악 어법을 수용해야 하는데, 가야금으로 캐논 변주곡이나 비틀스 음악을 연주하는 식의 ‘퓨전국악’은 대안이 아닌 것 같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이뤘어요.”(김보미)

헤비메탈을 좋아해 대학에 들어간 2001년부터 49몰핀스라는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해온 이일우는 말했다. “실험성이 강한 포스트록에서는 서양 클래식 음악과 록을 결합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렇다면 국악과도 결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게 됐어요.”

2009년 초 잠비나이를 결성한 셋은 모여서 악보 한 장 없이 무작정 즉흥연주를 했다. 심은용은 거문고 줄을 더욱 과격하게 퉁기거나 거문고판을 손으로 두들기는 등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거문고는 가야금보다 소리가 둔탁해 퓨전국악에서 선호하는 악기가 아니지만, 잠비나이에서는 오히려 다양하고 색다른 매력을 지닌,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악기가 된다”고 그는 말했다.

이들이 2010년 발표한 첫 미니앨범(EP)의 수록곡 ‘나부락’은 평단에서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세상에 없던 음악”, “국악기로 연주하는 헤비메탈”이라는 평도 나왔다. 지난해 발표한 정규 1집 <차연>은 올 초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크로스오버 음반으로 선정됐다. 조일동 선정위원은 “크로스오버의 가치는 이미 고착화된 음악을 뚫고 나가려는 시도에 있다. 잠비나이의 <차연>은 음악적 완성도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크로스오버를 하나의 음악 장르로 고착시켜버린 이들에게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음악이 국악이냐 아니냐 따지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악기만 전통악기를 쓴 것일 뿐, 지금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는 동시대의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없던 새로움만을 좇기보다는 오래가는 음악, 100년 뒤에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심은용)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