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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록밴드 몽구스 두번째 앨범 ‘댄싱 주’

등록 2005-08-31 16:53수정 2005-08-31 16:53

80년대에 바치는 ‘아날로그 선물세트’
“붉은 코끼리 낙타 따라 노을 비끼는… 황금사자 텅 빈 두 눈 아름답고 아름답다, 춤을 추고 노래하자.”(춤추는 동물원) 몽구(김준수·23·키보드), 링구(김준기·19·드럼) 형제와 슈샤드(박희정·31·베이스)가 뭉친 록밴드 ‘몽구스’의 두번째 앨범 <댄싱 주>에 담긴 곡이다. “사랑스러운 서울특별시를 위한 노래예요. 우리가 갇혀있는 도시요. 누구는 몽구스, 누구는 낙타, 누구는 코끼리 같지 않아요? 이왕 동물원 속인데 사이 좋게 지내보자는 거죠.”(몽구)

김완선·박남정·마이클잭슨…
그시절 향한 ‘향수’ 를 포장했다
‘순진한 소리’ 예민한 가사’ 를 얹어

이들은 이런 달콤한 악몽, 또는 씁쓸한 길몽을 단촐한 구성의 악기들을 벗 삼아 꾼다. 기타는 없다. 대신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초기 신디사이저 ‘롤랜드 주노60’이 나선다. 1980년대와 아날로그 사운드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은 이 앨범에는 따뜻한 중독성이 있다.

왜 80년대인가? “멋 있어요. 1960년대 우드스탁 분위기도 좋아해요. 사랑과 평화, 우주와 낭만 그리고 단발머리에 밤비 같은 눈을 가진 아가씨….”(몽구) “김완선과 박남정이 제 청소년기를 지배했어요. 듀란듀란의 노래를 발음만 적어 따라 부르기도 했어요. 요즘 다시 들으면 그때는 놓쳤던 소리들이 들려요.”(슈샤드) 슈샤드는 그 시절 보라색 포장에 젖소 그림이 그려져 있던 초콜릿의 이름이다.

초콜릿에까지 애정을 주는 이들이니 그 시절 ‘문 워크’라는 뒷걸음질 춤을 선보인 마이클 잭슨에게 노래 하나쯤은 바칠 만하다. ‘마이클 잭슨’ 앞 부분에서 ‘빌리진’의 멜로디를 베이스가 튕기면 “그대는 나의 왕, 그대는 나의 창, 우후”라고 예찬한다. 전설적인 록밴드 ‘조이 디비전’(‘뉴오더’의 전신)의 보컬로 1980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안 커티스에게는 ‘마지막 도마뱀’이란 노래를 띄웠다.

기념하고 예찬할 거리는 무궁무진하고 서로에게도 그렇다. ‘슈샤드 킹 찬트(슈사드 왕의 노래?)’. 몽구가 슈사드에게 선사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드러머는 링구, 베이시스트는 슈샤드 형이에요. 지구상에서 최고로 좋아하는 멤버예요.” 동물원에 갇혀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 하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황홀해 하는 것일 테다.

‘몽구스’는 향수를 거침없이 드러내되 머무르진 않는다. 컴퓨터로 샘플링하지 않고 라이브를 최대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하면서 악기 소리의 확장을 들려준다. 예를 들면 ‘오늘이 바로 내’에서는 베이스와 드럼이 엇박자를 놓는 사이 건반은 오르간에서 새, 고양이로 변한다.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단순하면서도 격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죠. 그래서 기타도 뺀 거예요”(몽구) 이런 소리에 얹힌 예민한 노랫말이 눈부시다. “나빗가루 립스틱 떨리는 그 숨비소리”같은 것들. 나빗가루는 몽구가 만든 말이다. 숨비소리는 해녀가 잠수한 뒤 물위로 올라와 숨을 쉴 때 나오는 돌고래, 휘파람 같은 소리라고 한다.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그것만의 독특한 힘이 느껴져요.” 2002년께에도 링구와 몽구 형제는 이 힘에 매료돼 충주의 한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하며 테이프레코더로 녹음했다. 이를 뒤늦게 담은 게 그들의 첫 앨범 <얼리 히츠 오브 더 몽구스>다.


“21세기 마지막 괴물은 춤 추지 못하는 자”라는 알쏭당쏭한 말을 콘서트 때마다 하는 이들. ‘몽구스’가 만들어낸 단출한 환각에 취해 관객은 때로 기차놀이를 하며 실컷 웃고 흔든다고 한다. 진짜인지 오는 17일 저녁 7시30분 17일 라이브클럽 쌤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02)422-8211.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비트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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