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눈대목!
어느 깊은 산속 동굴에서 박쥐의 얼굴과 습성을 닮은 ‘배트보이’가 발견돼 마을로 잡혀온다. 사람들은 마을에 재앙을 불러왔다고 믿고 무조건 죽이려들지만 수의사 파커 박사의 아내 메레디스와 딸 쉘리는 그를 가르쳐 ‘박쥐소년’이 아닌 학식과 예절을 갖춘 ‘인간 에드가’로 만든다.
그러나 그것이 비극이었다. 평소 아내의 사랑과 관심에 목말라 했던 파커 박사의 질투심, 이질적인 존재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날선 적개심은 기어이 배트보이를 죽음으로 내몬다. 그때 배트보이의 참혹한 출생의 비밀이 드러난다.
그 순간 배트보이는 절규한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죄는 바로 내게 희망을 준 일”이라고, “내가 짐승이 되리란 걸 알면서 어떻게 내가 인간이었다고 할 수 있냐”고, “오직 사람들의 조소와 야유에만 대꾸할 수 있을 때 말을 잘 한다는 게 대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부와 출세에 눈먼 비도덕성, 타인에 대한 막연한 증오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부끄러운 양심을 아프게 꼬집는다. 지난달 19일부터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 무대에 오른 뮤지컬 <뱃보이>가 던지는 메시지다.
에스이에스 출신 가수 ‘슈’의 국내 데뷔로 화제를 모았지만 오히려 더블캐스트된 안유진과, 메레디스 역의 정영주, 하이타워 목사 역 등을 맡은 김경선 등 조역배우들의 연기와 가창력이 돋보인다. (02)745-1987.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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