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드라마센터 앞에서 <세일즈맨의 죽음>의 제작발표회를 마친 서울예대 동문들이 밝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작품에 출연할 유민석(찰리 역), 박상원, 전무송, 전양자, 장진, 임승대(버나드 역)씨.
남산 드라마센터 43돌 서울예대 동문들 뭉쳐 ‘세일즈맨의 죽음’ 공연
1960~70년대, 명동과 함께 한국 연극의 젖줄이었다. 남산 드라마센터. 동랑 유치진이 1962년 4월 세웠다. 터 삼아 서울예술대학의 전신인 한국연극아카데미가 5개월 뒤 만들어졌다.
유치진, 오사량, 이해랑 등의 연출가가 동랑레퍼토리 극단(당시 극단 드라마센터)을 살찌웠다. 오태석 등이 신예 작가로 이름을 얻은 곳도, 배우 신구, 전무송이 62년 연기를 시작한 곳도 여기 ‘남산’이다. <태> <초분> <하멸태자> 등 실험적이고도 대중적인 작품들은 튼실한 거름이 되어 당시 척박한 한국 문화의 땅심을 키웠다.
하지만 거기까지. 80년대 중반에 들어 ‘동랑’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동랑레퍼토리 극단이 마지막으로 올린 작품이 <리어왕>(1984년). 20년도 더 된다.
다시 모인 이유다. 예술감독 신구, 윌리 노먼의 전무송, 린다(윌리의 아내) 전양자, 비프(아들) 박상원. 묵직한 이들 뒤에 장진이 연출가로서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센터 구하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지난달 29일 서울예대 동문들로 이뤄진 동랑연극앙상블이 <세일즈맨의 죽음>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오는 29일부터 10월14일까지 드라마센터 무대에 올린다. 이 극장이 문을 연 지 43돌, 동랑 탄생 100돌을 기념해 다시금 드라마센터의 재기를 꾀한다.
과거 동랑레퍼토리 극단까지 아우르며 ‘재창단’된 동랑연극앙상블의 대표 박상원씨는 “동랑연극앙상블조차 공연을 한 게 4~5년 전”이라며 “오랜 기간 동안 휴면해왔지만 이제 다시금 극장의 제 역할을 찾을 때”라고 설명했다.
20여년 전 ‘윌리’로 이름을 날렸는데 어느새 원작 속 주인공의 연배가 된 전무송씨. “43년 전 (배우로서)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20여년 만에 다시 윌리 역을 맡아 감개무량합니다.” 드라마센터의 나이가 배우 전무송으로서의 나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미국 작가 아서 밀러의 대표 희곡(1949년)이다. 63살 윌리가 차에 뛰어들기까지 자잘한 감정의 선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현관을 만들 수 있는) 시멘트만 조금 있어도 행복했던” 한 가장이 한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다 회사에서 쫓겨난 뒤, 다시 가족 앞으로 보험금을 남기려고 죽음을 택한다. 1940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괴멸해간 인간의 실존 문제를 극대화했고 지금도 문제는 유효해 보인다.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의 감독이기도 한 장진씨는 “수많은 관객이 보고서도 정작 스토리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작품”이라며 “작가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은 채 윤색을 더해 2005년 관객이 이해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가슴 울리는 번역극 한편 봤다는 느낌을 갖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웰컴 투 동막골>도 연극 무대에 올렸던 그가 번역극을 연출하기는 처음이다. 박 대표는 “드라마센터는 유일한 원형 공연장으로 배우들이 발가벗고 무대에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관객과 밀접하게 호흡한다”고 강조한다. <세일즈맨의 죽음>이 선택된 것도 “배우들의 역량으로 승부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센터는 이어 김건모, 마야, 신동엽, 강혜정 등 서울예대 동문 81명이 참여하는 대형 콘서트(11월5일), 동문들이 만드는 뮤지컬 <페임>(2006년 상반기) 등도 예정하고 있다. (02)756-0822.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아트컴퍼니 포아 제공
신구씨는 난생 처음 예술감독으로 나선다. 범 동문들이 함께 만든다는 취지 아래 오디션을 통해 작품에 출연한 후배들을 뽑기도 했다
20여년 전 ‘윌리’로 이름을 날렸는데 어느새 원작 속 주인공의 연배가 된 전무송씨. “43년 전 (배우로서)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20여년 만에 다시 윌리 역을 맡아 감개무량합니다.” 드라마센터의 나이가 배우 전무송으로서의 나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미국 작가 아서 밀러의 대표 희곡(1949년)이다. 63살 윌리가 차에 뛰어들기까지 자잘한 감정의 선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현관을 만들 수 있는) 시멘트만 조금 있어도 행복했던” 한 가장이 한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다 회사에서 쫓겨난 뒤, 다시 가족 앞으로 보험금을 남기려고 죽음을 택한다. 1940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괴멸해간 인간의 실존 문제를 극대화했고 지금도 문제는 유효해 보인다.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의 감독이기도 한 장진씨는 “수많은 관객이 보고서도 정작 스토리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작품”이라며 “작가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은 채 윤색을 더해 2005년 관객이 이해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가슴 울리는 번역극 한편 봤다는 느낌을 갖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웰컴 투 동막골>도 연극 무대에 올렸던 그가 번역극을 연출하기는 처음이다. 박 대표는 “드라마센터는 유일한 원형 공연장으로 배우들이 발가벗고 무대에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관객과 밀접하게 호흡한다”고 강조한다. <세일즈맨의 죽음>이 선택된 것도 “배우들의 역량으로 승부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센터는 이어 김건모, 마야, 신동엽, 강혜정 등 서울예대 동문 81명이 참여하는 대형 콘서트(11월5일), 동문들이 만드는 뮤지컬 <페임>(2006년 상반기) 등도 예정하고 있다. (02)756-0822.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아트컴퍼니 포아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