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해주세요’ 두 번째 앨범
‘이야기해주세요’ 두번째 앨범
이효리·소이 “나도 참여하고파”
여성 음악인들 다시 힘 모아
절절한 사연서 희망 메시지까지
위안부 할머니 위한 15곡 완성
이효리·소이 “나도 참여하고파”
여성 음악인들 다시 힘 모아
절절한 사연서 희망 메시지까지
위안부 할머니 위한 15곡 완성
“돈 많이 번대서 따라 나섰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몇날 며칠 배타고 가며 엄마 생각나 울던 그때, 내 나이 열네살. 매일 들이닥치던 군인들 영문도 모른 채 짓밟혔지. …만신창이 몸으로 한달 밤낮을 배를 타고 꿈에도 그리던 고향 돌아오니 사람들이 날 더럽다 하더라.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 시집도 가고 애기도 낳고 다른 여자들처럼 그렇게.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부디 기억해다오. 그리고 제발 부탁한다. 다시는 전쟁하지 마라.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로터스 프로젝트 ‘나와 우리의 이야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에 관한 노래를 담은 컴필레이션(편집) 음반 <이야기해주세요-두번째 노래들>이 최근 발매됐다.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직접 기획·제작하고 노래했다. 이효리, 클래지콰이의 호란, 걸그룹 티티마 출신으로 지금은 1인 밴드 라즈베리필드로 활동하고 있는 소이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이들과 시와, 루싸이트 토끼, 빅베이비드라이버, 스웨터의 이아립, 허클베리핀의 이소영, 바드의 박혜리, 전기흐른, 로터스 프로젝트, 적적해서 그런지, 연진, 루네, 정나리, 투스토리 등 실력파들이 대거 참여했다.
사연은 20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혼성 듀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송은지는 서울 홍대앞 인디신에서 활동하는 몇몇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에게 “여성주의 공부 모임을 만들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 대한 음악 작업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몇 차례 세미나를 했지만 음악 작업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채 모임이 흐지부지됐다.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활동이 부쩍 활발해진 2011년 송은지는 5년 전 모임을 떠올리며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주변에 연락을 돌리니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후원계좌를 열고 앨범 제작비 마련을 위한 공연을 했다. 마침내 지난해 8월 2장의 시디(CD)에 16곡을 담은 컴필레이션 앨범 <이야기해주세요>를 발매했다. 한희정, 정민아, 오지은, 소히, 이상은, 지현, 무키무키만만수, 시와, 투명, 황보령=스맥소프트, 남상아, 강허달림, 트램폴린, 휘루 등이 포크, 록, 레게, 일렉트로닉, 삼바 등 다양한 음악으로 주제를 풀어냈다. 음반 수익금은 전액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쓰였다.
앨범 소식을 듣고 이효리와 소이가 “나도 꼭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결국 두번째 음반을 내기로 결정하고, 다시 제작비 모금에 나섰다. 송은지는 오랜 벗인 호란에게도 참여를 제안했고, 호란은 흔쾌히 응했다. 호란은 타이틀곡 ‘첫 마디’를 불렀다. 1장의 시디에 15곡을 담은 이번 앨범은 여러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이전 앨범에 비해 좀더 어쿠스틱한 음악에 치중한 편이다. 기타와 건반, 여성 보컬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편안함을 내세워 음악에 담은 메시지가 대중에게 더 쉽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라고 한다.
노랫말 또한 쉽고 편안하게 만들었다. 위안부 할머니의 절절한 사연을 축약해 담아낸 로터스 프로젝트의 ‘나와 우리의 이야기’ 같은 노래가 있는가 하면, 일상의 보편적인 정서를 담아낸 것처럼 들리는 노래들도 있다. 공동 타이틀곡인 투스토리의 ‘도사리 카페’에선 이렇게 노래한다. “어서오세요. 망설이지 말고. 당신을 막는 문턱 따위는 없죠. 나이, 성별, 이름 모두 내려놓고 도사리 카페로 오세요. … 어서오세요. 너와 날 가르는 선을 지우고. 환영합니다. 그대의 모습 있는 그대로.”
비단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넘어 모두의 어우러짐으로 향하자는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 그게 바로 이번 앨범을 통해 진정 하고픈 이야기일 터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뉴시스, 백종헌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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