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콕콕] 오페라 목소리별 배역
초겨울 문턱에 <카르멘> <라 보엠> <라 트라비아타> 등 대작 오페라 공연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오페라의 배역은 남녀 성악가들의 음역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르디나 푸치니, 비제, 도니체티, 로시니 등 19세기 낭만파 작곡가들의 비극적인 ‘오페라 세리아’가 특히 더 그렇습니다.
남녀 주인공 대부분은 최고의 테너와 소프라노가 맡습니다. 여주인공은 아름답고 청순하지만 항상 남자 때문에 목숨을 잃는 비련의 여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그런 여인의 진심과 희생을 몰라주다가 뒤늦게 후회합니다.
예를 들어 <라 보엠>의 여주인공 ‘미미’와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는 각각 애인인 ‘로돌프’와 ‘알프레도’의 오해로 더 병이 악화돼 목숨을 잃습니다. <나비부인>의 ‘초초상’은 남편 ‘핑커톤’을 기다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리골레토>에서 ‘질다’도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을 구하려고 죽음을 택합니다.
테너와 소프라노보다 목소리가 낮은 바리톤과 메조소프라노는 대개 남녀 주인공의 연적이거나 그들을 괴롭히는 악인 역으로 등장합니다. <라 트라비아타>에서 고지식한 시골 귀족 ‘제르몽’은 아들 ‘알프레도’와 ‘비올레타’ 사이를 억지로 떼어놓고, <토스카>에서 ‘스카르피아’ 경감은 애욕에 눈이 멀어 남자 주인공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악행을 저지릅니다. 메조소프라노의 경우에도 <아이다>에서 ‘암네리스’ 공주는 두 주인공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을 방해하고, <돈 카를로>에서 ‘에볼리’ 공작부인은 ‘돈 카를로’ 왕자에게 사랑을 거절당하자 음모를 꾸미죠.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도 ‘엔리코’가 여동생 ‘루치아’와 ‘에드가르도’의 사랑을 방해하여 미쳐서 죽게 만듭니다.
바리톤보다 음역이 낮은 베이스는 깊고 중후한 저음의 이미지에 맞게 왕이나 제사장, 철학자 등 점잖은 역이 주어집니다. <아이다>에서 제사장 ‘람피스’와 <돈 카를로>의 ‘필리포’왕과 대심문관, <마술피리>의 현자 ‘자라스트로’와 <코지 판 투테>의 철학자 ‘돈 알폰소’, <파르지팔>의 원로기사 ‘구르네만츠’ 등이 대표적인 배역입니다.
하지만 테너와 소프라노가 주인공이 아닌 작품도 더러 있습니다. <카르멘>, <파르지팔>, <삼손과 데릴라> 등에서는 메조소프라노가 여주인공이고, <나부코>와 <리골레토>에서는 바리톤이 주역을 맡아 극을 끌어갑니다.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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