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향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뮤지컬 데뷔하는 소향
뮤지컬 데뷔하는 소향
“약간 푼수기 있고 말괄량이 같은 마리아가 평소 제 모습과 정말 비슷해요. 주변 사람들이 ‘넌 있는 그대로가 마리야’라고 할 정도로요.”
문화방송의 가수 경연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나와 ‘한국의 머라이어 캐리’라는 별명을 얻은 가스펠 가수 소향(35·사진)은 첫 뮤지컬 데뷔작으로 <사운드 오브 뮤직>을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0년 동안 뮤지컬 섭외 요청을 번번이 거절했지만 이번엔 용기를 냈다고 했다.
27일 서울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소향은 ‘이런 몸에서 어떻게 4옥타브를 넘나드는 노래가 나올까’ 싶을 만큼 작고 왜소했다. “키는 160㎝ 조금 넘고, 몸무게는 45~46㎏ 정도예요. <나가수> 할 땐 항상 10㎝ 넘는 구두를 신었더니 다들 큰 줄 알았대요.” 여자 연예인이 키도, 몸무게도 서슴없이 밝힌다. 원래 숨기거나 주저하는 성격이 아니란다.
뮤지컬은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에, 2시간 이상의 공연을 매일 이어가야 하니 처음엔 체력적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윗몸일으키기 등 각종 운동을 하루 1~2시간씩 하며 몸을 만들었어요. 기초체력부터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는 초보자라는 걸 절감했죠.”
본격적인 뮤지컬 연습을 시작한 이후로는 체력 외에도 많은 것들이 극복해야 할 고난이었다. 어릴 때부터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만 100번도 넘게 봐 노래와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였지만, ‘연기’는 또 다른 문제였던 것. “남들보다 석 달 먼저 연습을 시작했는데, 첫 대본 리딩 연습 날 연출님이 ‘수준이 너무 바닥이라 멘붕이 왔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기초가 없으니 좋은 점도 있더라고요. 연습을 할수록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는 칭찬을 받았거든요. 하하하.”
노래를 할 때도 손짓과 몸짓으로 ‘연기’를 하지만, 대사, 노래, 안무를 함께 소화하며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연기는 아직도 높은 산처럼 느껴진다고 소향은 털어놨다. “마리아는 정말 다층적인 인물이에요. 아이들을 가르칠 땐 진지한 선생님, 폰 트랍 대령을 사랑할 땐 지고지순한 여인, 결혼 후에는 재치있고 현명한 엄마죠. 너무 어려워요.” 그래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연말 모든 스케줄을 포기하고 막바지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 속 마리아처럼 실제 첫사랑과 19살에 결혼한 그는 아직도 19살 때처럼 ‘꿈과 희망과 사랑’이 삶의 전부라고 믿는다. 결혼 뒤에도 계속 가수를 꿈꿨더니 시부모님 도움으로 데뷔를 했고,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꿈을 꿨더니 <나가수>를 통해 그 역시 이뤄졌다고 한다. 최근에는 어렸을 때부터 소망했던 판타지 소설(<크리스탈 캐슬>)까지 출간했다. “희망을 갖고 꿈을 꾸면 이뤄져요. <사운드 오브 뮤직>도 꿈과 희망과 사랑을 노래하는 작품이에요. 제 노래와 연기로 관객 모두가 꿈과 희망을 갖고 극장을 나섰으면 해요.”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늙어 꼬부랑 할머니가 돼도 꿈꾸며 사는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12월6일 대구 오페라하우스 개막, 2014년 1월4일~2월5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 1588-1555. 유선희 기자, 사진 극단 현대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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