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 정기연주회를 앞둔 ‘구로구 우리동네 오케스트라’ 어린이 음악가들이 11월30일 오후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극장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우리동네 오케스트라’ 졸업 공연
서울시·서울시향 무료 음악교육
6개구 초등생 270명에 4년간 지도
사교육 없이도 학생들 수준급 실력
“커서 어린이들 가르치고 싶어요”
오늘 세종문화회관서 졸업연주회
서울시·서울시향 무료 음악교육
6개구 초등생 270명에 4년간 지도
사교육 없이도 학생들 수준급 실력
“커서 어린이들 가르치고 싶어요”
오늘 세종문화회관서 졸업연주회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아빠가 건네준 바이올린과 활을 처음 잡았다. 어깨에 끼우기도 힘들 만큼 큰 악기의 네 현을 팔보다 긴 활로 켤 때 카랑카랑한 선율이 흘러나오는 게 재밌었다. 혼자 집에서 연주하는 게 심심해지던 무렵, 3학년이 되면서 동네에 ‘어린이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거기를 찾아 매주 6시간씩 또래 친구들과 화음을 맞춘 지 4년, 지난 10월 백현려(12)양은 예술 영재들만 간다는 예원학교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다.
11월30일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극장에서 만난 현려양은 2010년부터 4년 동안 방과 후에 동네의 ‘우리동네 오케스트라’에 다녔다. 서울시와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한 어린이 무상 음악 교육 프로그램이다. 연주 실력으로는 국내 정상급인 서울시향 출신 음악가들이 구로구를 시작으로 금천·도봉·노원·용산·종로구 등 6개 자치구에서 학년당 30명씩으로 구성된 어린이 연주자들을 일주일에 세번씩 집중 지도했다. 이른바 ‘한국형 엘 시스테마’인 셈이다. 엘 시스테마란 남미 베네수엘라 뒷골목에서 가난으로 정상적인 교육으로부터 소외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펼쳐진 음악 교육 프로그램으로, 세계적인 음악 교육 성공 사례로 꼽힌다.
현려양은 젊은 시절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던 중국 출신 아버지의 기초 교육과 ‘우리동네 오케스트라’ 수업을 빼고는 따로 돈을 들여 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올해 나간 5개 음악 콩쿠르에서 모두 1등을 차지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예술학교는 치맛바람과 입학 경쟁이 치열한데, 사교육도 없이 재능을 키워 합격한 건 드문 일”이라고 말한다. 수줍음 많은 현려양이지만, “상 받은 일이 솔직히 기쁘고, 더 열심히 해서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또박또박 말한다. 어른이 돼서는 자기와 같은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도 새로 생겼다.
다른 친구들의 실력도 수준급이다. 2010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바이올린을 배우다 지난해 비올라로 악기를 바꾼 하현빈(12)양은 중학생이 돼서도 악기를 계속하고 싶어 구립 청소년오케스트라에 지원해 합격했다. 이 음악 교육 사업을 두고 어른들은 인성 교육이나 정서 함양같이 어려운 말을 쓰지만, 현빈양은 그 말뜻을 정확히 알진 못한다고 했다. 그저 “음악을 듣고 연주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친구들과 같이 음을 맞추면서 가까워지는 느낌이 좋다”고 했다. 바이올린을 켜는 김준희(12)군은 “처음 배우는 친구들이 많고 수업료는 공짜인데, 실력은 자랑할 만하다”고 오케스트라를 소개했다.
이들 어린이 연주자는 2일 저녁 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정기연주회를 연다. 지난 4년 동안의 활동을 마무리짓는 일종의 ‘졸업연주회’다. 그동안 프로그램에 참가한 구로·금천·노원·도봉·용산·종로구 등 6개 자치구의 어린이 270명이 모여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 등을 들려준다.
그동안 각 자치구의 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연주회를 자주 열기는 했지만, 3000석 규모로 국내 최대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명 오케스트라나 화려한 대형 뮤지컬이 공연되던 이곳 무대의 정기휴관일인 월요일 저녁, 그 쉬는 틈을 타 하루를 빌렸다. 이날 어린이들의 가족과 친구 등 1000여명도 찾을 예정이다. 시민들에게도 공연장은 열려 있다. 가족들이 모두 채워도 자리는 넉넉하다. 관람료는 무료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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