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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문어발 그녀…사랑이 죄인가요?

등록 2013-12-09 19:35수정 2013-12-09 21:00

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성기웅 작·연출). 사진 코르코디움 제공
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성기웅 작·연출). 사진 코르코디움 제공
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

‘다중연애’ 애인과 나 통해
자유분방한 연애담 늘어놔
공연 틈틈이 관객에게 말걸며
허구와 실화 경계 허물어
극작가이자 연출가 성기웅(39)씨는 문학적 상상력과 언어의 감수성이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지난 6일부터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의 ‘소극장 판’ 무대에 오른 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성기웅 작·연출·사진)는 성씨의 재기 발랄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자신의 연애담을 토대로 허구와 실화를 교묘하게 섞어서 현대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연애담을 늘어놓는다.

연극은 고려 문신 이조년(1269∼1343)이 지은 시조 ‘다정가’(多情歌)의 끝자락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에서 제목을 따왔다. ‘나의 다정다감한 마음도 병인 것 같아…’라는 구절을 사랑(情)하는 이가 많다(多)고 해석해 자유로운 사랑에 대한 주제를 삼았다. 1대 1 연애와 결혼제도에 대해 회의를 갖는 ‘나’(성기웅)가 여러 남자와 다중연애(poly-amory)를 지향하는 애인 ‘다정’을 만나 세 번째 애인이 되지만 혼란을 느껴 결국 결별한다는 내용이다. 연극은 두 사람의 심리변화를 추적하면서 가장 사적인 애인관계를 통해 우리가 가까운 타인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이상의 <날개>나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를 연상시키는 현실과 가상이 혼재된 독특한 이야기 구조와 극 전개방식이 흥미롭다. 막이 오르면 연출가 성기웅씨가 직접 무대에 올라 오래전 자신이 직접 겪은 이야기를 연극으로 옮긴 것이라고 고백하고, 그가 이끄는 극단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의 배우들을 소개한다. 이화룡(성기웅 분), 이윤재(X선배), 이안나(다정A), 김희연(다정B), 양동탁(다정의 제1 애인 A씨), 마두영(다정의 제2 애인 B군), 이봉련(현PD)씨 등 남녀 배우들은 성기웅의 흥미로운 연애체험을 재현한다. 배우들은 또한 관객들이 공연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때때로 극중에서 빠져나와 관객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거리 두기’를 시도한다.

그런데 그 ‘거리 두기’는 오히려 극중 이야기를 진짜라고 여겨지게 한다. 특히 성기웅씨는 자신과 다정이 주고받은 스마트폰 문자와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관객들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게 한다. 따라서 관객들은 진짜 같은 거짓, 거짓 같은 진짜 이야기를 혼동하면서 극에 빠져든다. 남자 관객들은 다정의 자유분방한 다중연애 행각에 질겁하고, 여자 관객들은 처음 약속과는 달리 다정에 집착하고 간섭하는 나(성기웅)의 이기심에 분노를 터뜨린다. 성기웅씨가 관객들에게 노린 연극적 리얼리티의 체험이다.

이 연극은 지난해 국립극단의 ‘젊은 연출가 시리즈’로 소극장 판에서 초연되어 새로운 감각과 시대상을 독특한 방식으로 드러낸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그해 한·중·일 연극축제인 일본 베세토연극제에 공식 초청됐다. 올해는 같은 장소에서 재공연되는 것을 극중 에피소드로 가져오고, 지난해 공연에서 실제 주인공인 ‘다정’이 공연을 보고 배우들과 찍었다는 기념사진(모자이크 처리)을 극중에서 공개하는 등 허구와 실화의 경계를 더욱 흐리게 만들었다. 29일까지. (02)889-3561.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사진 코르코디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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