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콕콕 활 위치·연주 스타일 결정하는 ‘부지휘자’
클래식 연주회에 가면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하기 전 무대 왼쪽 앞줄 제1바이올린 부분의 첫 자리에 앉은 바이올린 연주자가 악기 조율을 지시합니다. ‘콘서트 마스터’로 불리는 오케스트라의 악장입니다. 악장이 일어서서 바이올린 위에 활을 올려놓으면 모든 단원들이 악장의 손을 지켜봅니다. 이때 목관악기인 오보에가 ‘라’음을 불어주면 악장이 그것을 기준 음으로 삼아 활을 켜면서 악기 조율이 시작됩니다.
악장은 주로 제1바이올린 파트의 리더가 맡습니다. 오케스트라에는 악기 부분마다 수석, 부수석이 있지만 제1바이올린 부분에는 수석, 부수석 위에 전체 오케스트라를 끌고나가는 악장과 부악장이 있습니다. 바로크 시대에는 쳄발로 연주자가 악장을 맡았다고 합니다.
악장은 오케스트라의 최고 단원답게 일반 단원들이 무대 위에 자리를 잡은 뒤에 등장하고, 연주가 끝나면 지휘자에 이어 가장 먼저 퇴장합니다. 또 연주회 전후에는 오케스트라를 대표해서 가장 먼저 지휘자와 악수를 합니다.
악장은 어떤 의미로는 부지휘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의사결정을 합니다. 예를 들어 현악기를 연주할 때는 올림활과 내림활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는데 이때 악장이 활 쓰는 위치나 연주 스타일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연주회에서 단원들이 수시로 악장의 손을 살피며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부천필의 제1바이올린 부수석을 지낸 음악평론가 최은규(43)씨는 “오케스트라에서 단원들은, 특히 제1바이올린 부분은 눈이 3개여야 한다. 악보를 보는 눈과 지휘자를 보는 눈, 악장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악장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교향곡이나 협주곡 연주회에서 간혹 오케스트라가 연주해야 하는 바이올린 솔로 부분이나 협연 연주자 사이의 듀엣 부분이 나옵니다. 이때 악장이 오케스트라의 간판 솔리스트로 나서서 연주합니다.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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