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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3년 연구한 ‘적벽가’ 완창 들으러 오시오

등록 2013-12-12 19:57수정 2013-12-12 21:22

<적벽가> 완창 무대 꾸미는 젊은 명창 박성환씨. 9일 서울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적벽가 한 대목을 불러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적벽가> 완창 무대 꾸미는 젊은 명창 박성환씨. 9일 서울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적벽가 한 대목을 불러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중고제 명창 박성환씨 판소리 공연
해방 이후 맥 끊긴 이동백 소리 복원
“당당한 유현주는 신장은 칠척 오촌이요, …관공 위엄 보거드면 홍안봉목, 삼각수 거사리고…, 장비 위엄 보거드면 곰의 등, 표범 머리, 먹강얼굴.”

목소리가 공간 전체에 쩌렁쩌렁 울린다. 판소리 <적벽가>에서 유비와 관우, 장비가 제갈량과 만나는 ‘삼고초려’ 대목이다.

“예로부터 판소리 <적벽가>는 중고제 명창들이 특장으로 잘하던 소리라고 했습니다. 특히 ‘판소리 근대 5명창’ 중에서 중고제인 이동백, 김창룡 선생은 <적벽가>의 ‘삼고초려’ 대목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은 담백 고졸한 중고제 판소리가 자취를 감추고 말았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젊은 명창 박성환(44·중고제판소리연구원 대표)씨는 판소리 3대 유파 가운데 충청·경기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중고제의 맥을 이어가는 이다. 그가 20일 충남 공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중고제 판소리 ‘이동백 창본’ <적벽가> 완창 무대를 벌인다. 조선 말 국창으로 통정대부를 지냈던 이동백(1867~1950)이 즐겨 불렀다는 중고제 <적벽가>를 해방 이후 처음으로 복원하는 소리판이다.

그는 중고제의 고향인 공주 출신으로 ‘동편제의 거봉’으로 불렸던 정광수(1909~2003)로부터 이동백 창본의 <적벽가>를 전수받았다. 한국외대 불어과 재학 시절 풍물 동아리로 활동했던 그는 23살 늦깎이로 판소리에 입문한 뒤 강도근에게 <흥부가>와 <수궁가>를, 성우향에게 <춘향가>와 <심청가>를, 정광수에게 <적벽가>와 <수궁가>를 배웠다.

“2000년 9월에 이동백 창본 <적벽가>가 정광수 선생님께 전해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당시 아흔이셨던 스승님을 찾아갔습니다. 처음에는 선생님께서 ‘옛날 소리인데 지금 배워서 뭐 하려고’ 하시면서 거절하셨어요. 제가 ‘선생님 안 계시면 대가 끊길 것 아니냐?’, ‘그나마 삼고초려 40분짜리인데 그것이라도 제가 흔적 있게 가져가고 싶다’고 했더니 껄껄 웃으시며 북채를 잡으셨어요. 그때부터 3년 넘게 선생님 사랑방에서 지내면서 <적벽가>와 <수궁가>를 배웠습니다.”

이번 완창 무대를 위해 그는 1930년대 이동백, 김창룡, 정정렬 등이 함께 녹음한 <적벽가> 폴리도어음반 복각판을 3년간 들으면서 연구했다. 그의 스승 정광수도 이동백으로부터 <적벽가>의 ‘삼고초려’ 대목만 물려받았을 뿐 나머지 대목은 동편제의 유성준(1874~1949)의 바디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무대는 ‘전승’과 ‘복원’을 함께하는 작업인 셈이다.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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