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60) 예술감독.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메시아 ‘할렐루야’ 합창 기립 전통
따를 필요 없이 앉아서 들어도 돼
베토벤 인류애 담긴 ‘환희의 송가’
독일·일본 파시스트들이 악용한 곡
따를 필요 없이 앉아서 들어도 돼
베토벤 인류애 담긴 ‘환희의 송가’
독일·일본 파시스트들이 악용한 곡
연말이 되면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 울려 퍼진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빚어내는 장엄한 음악과 숭고한 메시지가 한해를 보내는 뜻깊은 달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 할렐루야가 나오면 일어나야 할까, 말아야 할까? 국립합창단은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헨델의 <메시아>를 연주한다. 바로크음악과 오라토리오 연주에 정통한 빈프리트 톨(58·프랑크푸르트음대 합창지휘과 교수)이 지휘를 맡아 <메시아>를 원전 양식으로 선보인다. 독일 에르푸르트오페라하우스 주역단원으로 활동한 소프라노 석현수, 알토 김선정, 테너 박승희, 베이스 나유창씨와 원전 연주 전문단체 바흐솔리스텐서울 바로크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메시아>는 인기 오페라 작곡가였다가 잇단 흥행 실패로 어려움을 겪던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1685~1759)이 종교적 주제의 성악 음악극인 오라토리오 작곡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헨델은 1741년 류테난트 공작의 의뢰로 3주일 만에 연주시간이 2시간이 넘는 대작을 작곡했다. 제1부는 ‘예언과 탄생’, 제2부는 ‘수난과 속죄’, 제3부는 ‘부활과 영원한 생명’의 내용을 담았다. 특히 제2부 마지막의 44번째 곡에는 유명한 ‘할렐루야’ 합창이 등장한다.
<메시아>는 1750년 연주에서 영국 국왕 조지 2세가 ‘할렐루야’ 합창 때 감동을 받아 벌떡 일어난 이후로 ‘할렐루야’ 합창 대목에서 청중이 기립하는 전통이 있다. 하지만 조지 2세가 공연장에 늦게 도착해서 사람들이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일어났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러니 반드시 따라할 필요 없이 편안하게 음악에 집중하면 된다. (02)587-8111.
■ 인류애를 위한 교향곡, 아우슈비츠에서 울려 퍼진 묘한 운명 정명훈(60·사진) 예술감독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7~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연주회를 연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서 활동하는 소프라노 캐슬린 킴을 비롯해 메조소프라노 백재은, 테너 김재형, 2011년 차이콥스키국제콩쿠르 우승자 베이스 박종민 등이 솔리스트로 나서고 국립합창단과 서울모테트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등이 협연한다.
<합창>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이 환희와 인류애의 메시지를 담아 완성한 마지막 교향곡이다. 4악장에서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1759~1805)의 ‘환희에 붙여’라는 시에 곡을 붙인 합창이 등장하는 까닭에 ‘합창’이란 부제가 달렸다.
베토벤은 청력을 완전히 잃은 상태에서 1824년 이 교향곡을 완성한 뒤 오스트리아 빈의 케른트너토어 극장에서 초연해 5차례 기립 박수를 받았다. 연주 동안 베토벤은 무대에서 청중을 등지고 성악가들의 입술 모양을 지켜보았다. 연주가 끝났지만 베토벤이 눈치채지 못하자 당시 한 솔리스트가 그를 객석으로 돌려준 뒤 비로소 머리를 숙여 큰 환호를 받았다고 한다.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이 교향곡의 백미는 4악장 ‘환희의 송가’이다. 오케스트라 서주에 이어 베이스 독창자가 “오, 벗이여! 이런 곡조는 아니오! 더 즐겁고 환희에 찬 곡조를 노래합시다!”라고 노래한다. 베토벤도 이 교향곡의 자필 악보에 ‘백만인이여, 서로 껴안으라’라는 글을 남겨 ‘모든 인간이 하나’이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얄궂게도 이 곡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유대인과 장애인, 정신질환자를 학살하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자주 울려 퍼졌고, 일본 제국주의 시절 학생들에게 징집을 독려하기 위해 즐겨 연주되기도 했다. 1588-1210.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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