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필의 신년음악회는 워낙 인기가 높아서 티켓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올해 오스트리아 출신의 프란츠 벨저뫼스트가 지휘한 ‘2013년 빈 신년음악회’ 실황 연주 모습. 소니뮤직 제공
1년 전부터 공연티켓 구하기 전쟁
다른 오케스트라는 송년무대 집중
다른 오케스트라는 송년무대 집중
새해를 앞두고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분주하고 시끌벅적한 곳은 오스트리아 빈이다. 1월1일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열리는 빈 필의 신년음악회(이하 빈 신년음악회)에서 클래식 음악계의 새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1941년 출발해 7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빈 신년음악회는 요한 슈트라우스 1, 2세를 비롯한 슈트라우스 집안 작곡가들의 경쾌한 춤곡과 행진곡이 중심이 돼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물씬 뿜어낸다. 고풍스럽고 기품이 넘치는 연주회장 분위기도 관객을 매혹시킨다. 이런 흥분이 신년에 절묘하게 어울리기 때문일까. 빈 신년음악회는 매해 세계 80개국에 실황 중계될 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공연장과 연주단체들에 ‘빈 풍 신년음악회 따라잡기’ 열풍을 전파하고 있다.
빈 신년음악회의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현지 공연 티켓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선착순으로 티켓을 판매하면 예매 창구가 마비되므로, 매해 신년음악회가 끝난 직후인 1월2일부터 23일까지 3주간 예매 희망자들의 접수를 온라인으로 한 뒤 추첨을 통해 1인당 티켓 2장까지 구매 기회를 준다. 2014년 신년음악회의 티켓 가격은 좌석 등급에 따라 최저 4만3000원(30유로)부터 최고 136만원(940유로)까지 매겨졌는데, 예매자들의 표를 사서 재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현재 최고 680만원(4700유로)에까지 거래되고 있다.
빈 신년음악회의 지휘자는 세계 최정상의 지휘자들 가운데 깜짝 선정돼 ‘다음엔 누가 빈 신년음악회를 지휘할까’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2014년 신년음악회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유대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맡는다. 연주곡은 보통 요한 슈트라우스 1, 2세의 춤곡 등 고정 레퍼토리 외에, 그해에 특별히 기념할 만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한다. 연주 실황은 매년 초 시디와 디브이디로 발매되는데, 전년 12월부터 사전 예약 판매가 이뤄져 1월 중순에 출시된다. 내년 빈 신년음악회 음반을 발매하는 소니 뮤직 관계자는 “고정팬이 상당해 단일 타이틀 음반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음반 중 하나로 손꼽힌다”고 말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의 또다른 주요 시장인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오스트리아 빈이 신년에 폭죽을 터뜨린다면, 이들은 연말에 정점을 찍는다. 런던 필, 뉴욕 필 등 대부분의 유명 연주단체는 크리스마스 음악회와 송년음악회 때 한껏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 뒤 새해 초 1, 2주 동안은 휴가를 보낸다. 베를린 필도 연초가 아닌 전년도 연말에 3일간 중국의 인기 피아니스트 랑랑과 함께 대대적인 송년음악회를 열고 연초에는 쉰다. 이들의 시즌 프로그램은 이미 지난가을에 시작돼 쭉 진행되는 중이기 때문에 해가 바뀌었다고 새삼스러울 게 없는 것이다.
한 해의 시작에 큰 의미를 두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매년 빈 신년음악회 따라잡기에 나선다. 국내 연주 단체들은 대부분 왈츠, 행진곡, 희극 오페레타 아리아 위주의 빈 풍 연주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빈 현지에서 날아온 단체들의 공연도 이어진다. 내년 초, 빈 폴크스오퍼 심포니(1월11일 서울 예술의전당),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1월15일 서울 예술의전당), 빈 소년 합창단(1월19일 예술의전당)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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