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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 공연, 제가 만들게요! 느낌 아니까~

등록 2014-01-02 19:56수정 2014-01-02 21:27

‘우주락페’
‘우주락페’
대중문화로 확산되는 ‘프로슈머’

11일 홍대서 팬들이 만든 ‘락페’ 공연
누리집서 뜻모아 투표로 밴드 선정
크라우드펀딩 통해서 비용 마련해

CGV, 관객 200명 ‘볼래요’ 동의하면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재상영 행사도
이미 다 짜여 제공되는 무대와 극장에 만족하지 못한 팬들이 일을 벌이고 있다. ‘우리가 보고 싶은 건 직접 만든다’는 취지로 팬들이 공연이나 영화 상영 기획에 직접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문화판에서도 소비자가 수동적 객체에만 머물지 않고 능동적 주체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에만 5개의 대형 록 페스티벌이 몰리고 지난 한해 크고 작은 음악축제가 무려 50개 넘게 열리는 등 한국은 이제 음악축제의 나라가 됐다.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축제마다 엇비슷해져 개성과 차별성은 옅어지고 자본과 출연진 싸움만 심화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오는 11일 저녁 7시 서울 홍대앞 클럽 프리버드에서 독특한 록 페스티벌 하나가 열려 눈길을 끈다. 이름 하여 ‘우주락페’(사진 위). 물론 우주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은 아니다. ‘우리가 주최하는 락 페스티벌’의 줄임말이다. 음악팬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최하는 록 페스티벌인 것이다.

영화 <비포 미드나잇> 한 장면
영화 <비포 미드나잇> 한 장면

이는 음악팬 김지환씨가 “왜 개러지록 페스티벌은 없느냐?”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인디밴드 갤러리에 올리면서 비롯됐다. 개러지록은 무명 밴드들이 차고에서 연주하는 행태에서 유래된 록의 한 갈래로,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신나고 에너지 넘치는 음악을 특성으로 한다. 여기에 공감한 이들이 뜻을 모으면서 직접 축제를 기획·주최하게 됐다. 투표로 출연진을 선정해 섭외에 들어갔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비용 마련에 나섰다.

버닝몽키즈, 24아워즈, 블랙백, 아시안체어샷, 홀로그램필름, 로큰롤라디오, 파블로프, 레이지본, 버닝햅번, 베거스 등 10팀 섭외를 마쳤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유캔펀딩’을 통해 2일 현재 80여명으로부터 180여만원을 모았다. 이들은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wouldyourockfestival)를 만들어 공연과 출연진의 음악을 홍보하고 있고, 포스터도 제작해 손수 거리에 붙일 채비를 하고 있다.

관객들이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선정해 극장 상영을 추진하는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씨지브이(CGV)의 예술·독립영화 상영관 ‘무비꼴라쥬’는 주문형극장(TOD) 서비스를 지난해 6월 시작했다. 관객이 누리집(www.cgv.co.kr)에 들어가 보고 싶은 영화, 극장, 날짜를 선택한 뒤 에스엔에스 등을 통해 홍보해 200명으로부터 ‘나도 볼래요’ 동의를 받으면 상영이 확정된다.

영화 <지슬> 한 장면
영화 <지슬> 한 장면

2일 현재 <레미제라블> <비포 미드나잇>(가운데) <지슬>(아래) 등 8편의 상영이 확정된 상태이며, <타인의 삶> <러브레터> <문라이즈 킹덤> 등 40편이 동의자를 모집중이다. 동의하면 해당 영화 표값을 2000원 깎아준다. 지난해 말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열풍이 일면서 주인공으로 나온 정우(극중 쓰레기 역)의 출연작 <바람>과 유연석(칠봉이)의 출연작 <혜화,동> 재상영 바람이 불기도 했다.

요즘은 일본 영화의 현재를 대표하는 감독 고레다 히로카즈의 신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개봉을 기념해 감독의 대표작 <걸어도 걸어도> <아무도 모른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엔딩노트> 등의 재상영을 추진하는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다.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는 “소비자가 생산에도 관여하는 ‘프로슈머’ 개념이 소셜 펀딩, 에스엔에스 등 새로운 플랫폼의 도움을 얻어 대중문화계로도 확산되고 있다”며 “팬들이 자발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이 예전에는 아이돌 팬클럽에서나 가능했는데, 이제는 다양한 취향을 가진 이들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건강하고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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