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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단막극 모음·1~2인극 작지만 큰울림

등록 2014-01-09 19:59수정 2014-01-10 14:21

<안톤 체홉의 사랑3>
<안톤 체홉의 사랑3>
[문화‘랑’] 유난히 추운 연극계의 활로
주연과 조연, 단역까지 다수의 배우들이 출연하는 장막극. ‘연극’ 하면 사람들이 가졌던 이런 고정관념을 깬 1~2인극과 옴니버스극이 지난해부터 부쩍 늘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의 등장은 불황 깊던 연극계에 기대를 주는 동시에 우려도 드리우고 있다.
위기의 한국 연극 동네에 새로운 흐름이 일어나고 있다. 단막극 모음 연극들과 1~2인극 공연들이 유례없이 많아지고 있다. 기존 연극보다 훨씬 호흡이 짧고, 배우 1~2명이 무대를 이끌어가는 연극들이 집중적으로 만들어지는 추세다.

한국 연극계는 오랜 경기 불황, 그리고 뮤지컬의 급성장 속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해왔다. 이런 위기 속에서 연극계가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단막극 모음 연극과 1~2인극이다. 과연 이런 변화가 연극계에 새로운 힘을 더해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옴니버스 영화만 있냐고? 연극도 있다

단막극은 10~15분 정도의 짧은 한 막짜리 연극이다. 이런 단막극 여러 개를 모아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하는 연극들이 지난해부터 서울 대학로에 눈에 띄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극단 허리 시티시(CTC)는 ‘근대 희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안톤 체호프의 단편 희곡 4편을 모아 <안톤 체홉의 사랑3>(연출 유준식)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11월부터 대학로 뮤디스홀에서 공연중이다. 체호프의 단편소설 <어느 관리의 죽음>과 <마지막 유혹>, 단막극 <곰>과 <청혼> 등 4개의 작품을 ‘사랑’이라는 주제로 묶은 것이다.

<벽 속의 요정>
<벽 속의 요정>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도 지난해 11월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연극 <올모스트 메인>(존 캐리아니 작, 민준호 연출)을 대학로 예술마당 4관 무대에 올렸다. ‘올모스트’라는 가상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아홉 커플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은 작품이다. 애초에는 19일에 공연을 마칠 예정이었는데 젊은 관객의 호응이 좋아 23일부터 2월23일까지 연장 공연에 들어간다. 홍보담당 최소연씨는 “옴니버스극이어서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커플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젊은 커플 관객뿐만 아니라 중년 관객들에게도 호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극단 맨씨어터는 지난해 안톤 체호프의 단편 5개 작품을 묶은 연극 <14인 체홉>(연출 오경택)과 ‘창작집단 독’의 젊은 작가 9인의 단편 창작극 9편을 모은 연극 <터미널>(연출 전인철)을 잇따라 선보여 단막극 바람을 이끌었다. 극단 제5스튜디오도 안톤 체호프의 단막극 3편을 묶은 연극 <사랑에 관한 짧은 소극>(연출 강경동)을 공연하는 등 단막극의 인기를 이어갔다.

극단들이 단막극을 선호하게 된 것은 제작비 부담이 적은 이유가 가장 크다. 또한 한 무대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줄 수가 있는 강점이 있다. <14인 체홉>을 제작한 우현주 맨씨어터 대표는 “제작 부담은 덜하면서 짧은 작품 안에도 드라마가 농축되어 있어서 관객들의 집중도는 오히려 높은 편”이라고 단막극 모음 연극의 강점을 설명한다. “마치 분식집에서 김밥과 어묵 같은 것을 여러 개 시켜놓고 골라 먹는 재미가 있어 젊은 관객들이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올모스트 메인>
<올모스트 메인>

‘안톤 체홉…’ 등 단편 옴니버스
농축된 드라마로 집중도 높여
모노·2인극 농익은 연기 묘미
음악극 3편 새 가능성 열어
일부선 연극 왜소화 우려도

배우에 집중한다-모노드라마와 2인극

‘배우 예술의 꽃’이라고 불리는 모노드라마(1인극)와 2인극도 또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1~2인극은 배우 한두 명이 전체 연극 모두를 책임지기 때문에 연기력이 탁월한 배우들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연극이다. 일반 연극보다 소박하지만 농익은 연기력을 감상하는 것이 묘미다. 예전에도 1~2인극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무척 드물었던 것에 견줘 최근에는 과감하게 무대에 올리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최근 연극계에서 주목받은 모노드라마로는 유순웅, 임형택, 신현종씨의 ‘3색 연기’가 돋보이는 <염쟁이 유씨>(김인경 작, 위성신 연출)가 손꼽힌다. 배우 한 사람이 1인 15역을 하면서 조상대대로 염을 업으로 살아온 염장이 유씨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대학로 소극장 ‘내여페 더 스테이지’에서 종연 날짜를 정해놓지 않고 무대에 올리는 ‘오픈런’으로 공연하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관록의 여배우 김성녀씨는 10대 소녀부터 60대 노인까지 1인 32역을 펼치는 <벽 속의 요정>(손진책 연출)을 지난달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마친 뒤 다음달 4일부터 다시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할 예정이다. 스페인 내전 당시 실화를 토대로 한 원작을 배삼식 극작가가 한국 현대사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당신의 손> 각 극단 제공
<당신의 손> 각 극단 제공

지난해 남명렬·지현준씨의 <나는 나의 아내다>(더그 라이트 작, 강량원 연출)와 영화배우 이재은씨의 <첼로의 여자>(기 푸아시 작, 육승업 연출), 명계남씨의 <콘트라베이스>(파트리크 쥐스킨트 작, 김태수 연출), 남미정씨의 <당신의 손>(김수희 작·연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미국 추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마크 로스코의 삶과 예술을 다룬 2인극 <레드>(존 로건 작, 김태훈 연출), 미국 시카고의 부패한 경찰관 2명을 무대로 불러온 2인극 <스테디 레인>(키스 허프 작, 김광보 연출) 역시 인기리에 공연중이다. 클래식 콘서트와 모노드라마의 조화를 시도한 음악극 <노베첸토>(알렉산드로 바리코 작, 김제민 연출), <산울림 편지콘서트-베토벤의 삶과 음악 이야기>(임수현 연출), <피아노포르테, 나의 사랑>(윤기훈 작·연출) 등 음악극 3편이 동시에 선보인 것도 최근 주목받은 현상이다. 이들 세 작품은 새로운 1인극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음악극은 음악이 연극의 진행을 위한 소품에 그치는 것들이 많고, 음악 또한 녹음된 것을 썼던 것과 달리 요즘 1~2인극 음악극들은 유명 연주자를 직접 무대로 끌어올려 실제 연주를 들려준다. 등장인물이 적은 대신 수준 높은 음악으로 새로운 매력을 강화한 것이다.

새로운 시도 뒤 빛과 그림자

이런 흐름은 연극계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연극적 시도로 읽힌다. 그러나 자칫 연극계에 진정한 활력을 주기보다는 장기적으로는 연극계 부진의 골을 오히려 깊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연극 <스테디 레인>의 연출가 김광보(50)씨는 “1~2인극의 경우 자칫 배우의 인기나 개인기에 의존하거나 관객의 구미에 쉽게 타협할 우려가 있다”며 “지나치게 상업적인 공연으로 흘렸을 때 연극 본연의 매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극평론가 안치운(57·호서대 연극학과 교수)씨도 “연극 제작환경이 열악해지면서 공동체 문화가 깨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쉽게 연극을 제작함으로써 완성도가 떨어지고 연극의 규모와 수준이 왜소화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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