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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그 스승에 그 제자…클래식계 ‘지음’의 이중주

등록 2014-01-13 19:36수정 2014-01-13 20:50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지휘자 장한나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지휘자 장한나
한 무대 서는 음악사제들

스승 손에 키워져 어느새 나란히
음악 해석의 기교와 철학 빼닮은
흔치않은 협연 올 국내외서 열려
클래식 음악계에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매우 흥미롭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제자는 스승의 예술적인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 받는다. 음악 해석의 틀과 기교는 물론이고, 때로는 음악가로서의 태도와 철학까지도 닮는다.

청중 입장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음악을 한 무대에서 듣는 재미가 쏠쏠한데, 막상 그럴 기회는 흔치 않다. 마침 올해, 눈 여겨 볼 만한 스승과 제자의 무대가 여럿 예정돼 있다. 이들의 관계에 주목하면 연주가 한층 흥미로워질 것이다.

피아니스트 아리에 바르디
피아니스트 아리에 바르디

■ 무대 아래선 스승과 제자, 무대 위에선 음악가 대 음악가 대부분의 음악가들은 어린 시절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스승의 손에 키워진다. 그러나 이내 스승과 대등하게 성장하거나 심지어 스승을 넘어선다. 이들이 나란히 무대에 서는 순간부터, 스승과 제자는 수직적 관계이기보다 동료 음악가로서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수평적 관계가 된다.

11일 카타르 현지에서 첼리스트 출신 장한나(32)가 지휘하는 카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66)의 협연은 이런 관계를 잘 보여준다. 거장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유일한 제자로 칭하는 장한나는 92년 장한나의 아버지가 마이스키 내한 공연 사인회에서 “꼭 들어봐 달라”며 건넨 연주 녹화 테이프 덕에 마이스키와 사제의 연을 맺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피아니스트 손열음
장한나의 연주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란 마이스키는 자신의 마스터 클래스에 장한나를 초청했고, 94년 장한나가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콩쿠르에 출전해 최연소 우승하기 전, 자택으로 불러 일주일간 아무런 대가 없이 특별 지도했다. 마이스키는 이후에도 장한나가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고 연주자로서 바르게 클 수 있도록 후견인 역할을 맡았다.

장한나는 고마운 스승과 함께 연주하는 순간을 꿈꿨지만, 두 명의 첼리스트가 함께 연주하는 무대를 찾기 어려웠고 한다. 그는 지휘자로 전향하고 카타르 필 음악감독에 취임한 지 반 년만인 올해 초, 스승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돈 키호테>의 협연자로 초청했다. 11일 협연할 <돈 키호테>는 마이스키가 “이 곡을 연주한 뒤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아끼는 곡. 장한나는 지난 2012년 자신이 예술감독 겸 지휘를 맡고 있는 성남아트센터의 오케스트라 육성 프로젝트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에서도 마이스키를 초청해 같은 곡을 연주했다. <돈 키호테>의 협연은 그에게 스승에 대한 애정과 존경의 표현인 셈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28)은 3월6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하노버 국립 음대 스승인 아리에 바르디(77·독일 하노버 국립 음대 교수)와 함께 듀오 연주회를 연다. 연주회 전반부에는 두 사람이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변주곡 등을 번갈아 연주하고, 후반부에는 슈베르트와 모차르트의 작품을 한 대의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 연탄(聯彈)한다. 바르디 교수는 손열음 외에도, 지난 2000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중국 출신의 스타 피아니스트 윤디(32), 201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보리스 길트버그(30) 등을 길러낸 교육자로 유명하다. 그는 쇼팽 콩쿠르를 비롯해 리즈 콩쿠르, 반 클라이번 콩쿠르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손열음이 2009년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 준우승,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를 차지한 데에 스승인 바르디의 도움이 컸음은 당연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안티에 바이타스
바이올리니스트 안티에 바이타스
올해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의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22)과 스승 안티에 바이타스(48·독일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교수)도 9월18일 금호아트홀 무대에 함께 오른다. 박혜윤은 2009년 독일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기록하며 음악계에 혜성 같이 등장했다. 박혜윤은 자신이 ‘음악적 어머니’로 여기는 바이타스와 함께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루치아노 베리오, 벨라 버르토크, 외젠느 이자이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작품들을 연주한다.

■ 스승은 나침반이자 자극제 어린 연주자에게 스승이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제자들은 스승을 나침반 삼아 앞으로 나아가며, 스승이 주는 당근과 채찍에 힘 입어 성장한다.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
손열음의 한예종 시절 스승인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대진은 손열음 외에도 피아니스트 김선욱(26)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키워내 ‘신의 손’이라 불렸다. 김대진은 김선욱이 2006년 리즈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뒤 언론의 관심과 공연 기획사의 러브콜이 쏟아지자, 당시 열여덟 살의 어린 제자가 동요하지 않도록 매니저를 자처하며 제자를 보호했다. 김대진은 수원시립교향악단 지휘자로 취임한 지 1년 만인 2009년, 베테랑 피아니스트에게도 버거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를 김선욱에게 제안하며 강력한 자극제 처방을 내리기도 했다. 김선욱은 하루 동안 총 5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내리 연주하는 ‘무시무시한’ 프로젝트를 마치고 땀 범벅이 되어 탈진했지만, 이후 세계 무대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에 대한 탁월한 이해를 지녔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는 이달 19일 일본 교토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8월 오스트리아 그라페네그 페스티벌과 이탈리아 메라노 페스티벌에서 정명훈의 지휘로 서울시향과 각각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과 3번을 협연한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성남아트센터, 빈체로·바르디 공식누리집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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