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석(74ㆍ서울예대 연극과 석좌교수)씨
창단 30돌 극단 ‘목화’ 연출가 오태석
단원이 공동운영 ‘동인제 극단’
우리 소리·몸짓으로 40편 공연
현대사 다룬 ‘자전거’ 기념극 올려
“연극은 갈등 해소하고 만드는 것
예술은 시대와 함께 숨쉬어야 해”
단원이 공동운영 ‘동인제 극단’
우리 소리·몸짓으로 40편 공연
현대사 다룬 ‘자전거’ 기념극 올려
“연극은 갈등 해소하고 만드는 것
예술은 시대와 함께 숨쉬어야 해”
“우리 의류문화를 만든 게 문익점 선생님의 붓 대롱에서 나온 목화씨 아녀요. 목화씨는 껍데기가 굉장히 딱딱해요. 그런데 그 안에는 너무 섬세한 섬유질이 있단 말이야. 그래서 둘이가 부딪히는 거라. 그러니까 갈등이죠. 연극이 바로 인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또 만드는 것 아녀요.”
목화씨를 빌어 푸는 그의 연극이론은 명쾌했다.
한국 최고의 연극 연출가로 꼽히는 오태석(74ㆍ서울예대 연극과 석좌교수)씨가 이끄는 극단 목화가 창단 30돌을 맞았다. 1984년 그와 제자들이 ‘우리 연극’을 내걸고 단원들이 같은 권리와 의무를 지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동인제 극단으로 시작한 지 어느덧 30년 세월. 창단 공연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자전거>, <부자유친>, <춘풍의 처>, <천년의 수인>, <태> 등 우리 역사의 지난한 갈등을 우리 소리와 우리 몸짓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40편 가까이 이어졌다. 2011년에는 셰익스피어 극을 각색한 <템페스트>가 영국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공식 초청되어 최고상인 ‘에인절스상’을 받았다.
13일 목화 창단 30돌 기념 <자전거>(2월2일까지)를 공연하는 서울 대학로 스타시티에서 오태석 연출가를 만났다. 지난 5일부터 무대에 오르고 있는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이날 저녁 공연을 위해 배우들과 연습을 하던 참이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호통을 치고 무대로 달려나가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 대학로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동인제 극단일 겁니다. 동인제라는 게 작품 따라 배우들을 모으는 것이 아니고 허구 속에 배우들을 하루종일 있게 하는 거죠. 그러니까 쟤네들은 2014년의 서울 시민이 아녀요. 지금 현재는 <자전거>의 배경인 1984년 충청도 사람들이에요. 그러다 김유정의 <봄봄>을 하면 1910년도로 가고,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하면 중세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나폴리로 가는 거예요.”
그는 “말이 좋아 ‘동인제 극단’이고 ‘배우 사관학교’이지 거의 감옥소라고 할 수 있다”며 웃었다. 연극과 영화, 방송에서 활동중인 박영규, 김병옥, 김응수, 손병호, 장영남, 임원희, 유해진, 성지루, 박희순, 정은표, 김병춘 등 숱한 배우들이 이 ‘허구의 세계’에서 버티며 잔뼈가 굵었다.
그가 극단 30돌 기념으로 선택한 연극 <자전거>는 한국전쟁 당시 충남 서천 등기소에서 마을 유지 120여명이 불타 죽은 사건과 어느 한센병 가족의 방화 사건을 교차시켜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이 시대와 같이 숨을 쉬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다”라는 그의 지론을 잘 보여준다.
“연극은 연극으로서 힘이 있어요. 일단 극장에 들어오면 한두 시간 정도는 집중해야 하잖아요. 우리는 연극을 만들 수 있는 단서를 주는 것이지 연극은 관객이 만든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가 4할 정도만 하고 관객이 6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일과 때문에 안 쓰던 머리를 여기 극장에 와서 쓰라는 거에요.”
극단 목화는 <자전거>를 시작으로 올해 <봄봄>, <템페스트> 등 극단의 인기 레퍼토리를 잇달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02)745-3966~7.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한국 최고의 연극 연출가로 꼽히는 오태석씨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스타시티에서 후배들의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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