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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경기 필’의 재발견…성시연 단장 지휘, 힘이 넘쳤다

등록 2014-01-19 20:17

18일 밤 2014 프리뷰 연주회를 통해 예술단장 취임 뒤 첫 신고식을 치른 성시연 상임지휘자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1500여명의 관객들로부터 격려의 박수를 받고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18일 밤 2014 프리뷰 연주회를 통해 예술단장 취임 뒤 첫 신고식을 치른 성시연 상임지휘자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1500여명의 관객들로부터 격려의 박수를 받고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성시연 취임 첫 프리뷰 연주회

모차르트곡은 담백하고 산뜻
슈트라우스 ‘돈 주앙’ 연주는
천둥과 번개 치듯 힘 뿜어내
단원들과 호흡·집중력에 갈채
악장 “남성 지휘자보다 힘넘쳐”
단장 “악단 가능성 확인 만족”
“경기 필은 사막에서 발견한 오아시스예요. 아직 거칠지만 앞으로 크게 부흥할 가능성이 있는, 제게 큰 도전이 되는 오케스트라죠.”

지난 18일 밤 경기도 수원에 있는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 열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 필)의 ‘2014 프리뷰 연주회’를 마친 뒤 지휘봉을 내려놓은 성시연(38) 경기 필 신임 예술단장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얼굴로 말했다.

중간휴식 없이 90분간 진행된 이날 프리뷰 연주회는, 성 단장이 지난 2일 국공립 오케스트라 최초의 여성 예술단장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뒤 처음 청중을 만나는 일종의 상견례였다. 연주회는 악단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예술적인 잠재력을 보여준다는 의도에서, 고전시대부터 근대까지 폭넓은 악풍을 아우르도록 구성됐다.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성 단장과 지난해 6월 구자범 단장 사임 이후 7개월간 표류해 온 경기 필 단원 모두에게 긴장되는 무대였으리라 짐작됐다.

연주회가 시작되자 김문수 경기도지사 부부를 비롯해 객석을 꽉 채운 1500여명의 청중은 뜨겁게 환호하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에 따르면, 전석 초대로 진행된 이번 연주회는 온라인으로 초대권을 선착순 배포한 지 24시간 만에 좌석이 동났으며, 이후에도 관람 문의가 쇄도하는 등 이례적인 관심을 모았다.

첫 곡인 폴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와 모리스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은 관현악적인 색채감과 표정이 풍부한 작품으로, 음향에 대한 예술단장의 감각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성 단장은 신비롭고 동화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익살맞은 프랑스 관현악으로 청중과 단원들의 긴장감을 부드럽게 풀어나갔다. 현악, 관악, 타악 등 모든 악기군의 기량이 골고루 발휘돼야 하는 프랑스 관현악곡의 선곡 이면에는 성 단장이 악단에 대해 갖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어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교향곡 36번 <린츠>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 주앙>의 대비는 ‘경기 필의 재발견’이라고 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모차르트에서 오케스트라의 몸집을 확 줄인 경기 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담백하고 산뜻한 음색으로 청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더니 <돈 주앙>에서는 다시 몸집을 늘려 천둥·번개 같은 힘과 광채를 뿜어냈다. 표제음악적인 특성이 극대화된 <돈 주앙>은 마치 전설적인 호색한 돈 주앙의 일대기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 이야기가 넘실댔다. 모차르트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양 극단을 오가는 동안 성 단장과 경기 필이 보여준 긴밀한 호흡과 집중력은 감탄을 자아냈다.

리허설 기간이 2주 남짓이었음을 고려할 때 이들이 얼마나 혹독하게 연습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오케스트라의 악장 장하나(33·바이올린)씨는 “다방면으로 성시연 지휘자의 요구가 많아 연습 기간 동안 큰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덕분에 오늘 연주가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고, 성 단장은 “2주 만에 허리띠가 두 칸이나 줄었다”며 웃었다.

세간의 관심은 여성 지휘자라는 점에 쏠리고 있지만 정작 연주에서 남성 지휘자들과의 음악적 차이는 발견할 수 없었다. 악장 역시 “‘여자 지휘자는 좀더 부드럽게 지휘하려나’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오히려 남성 지휘자보다 더 힘이 넘치더라”고 말했다.

성시연 단장은 본 프로그램이 끝난 뒤 객석으로 돌아서서 “경기 필은 언제나 축제처럼 여러분을 향해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하고는, 앙코르곡인 드보르자크의 <카니발 서곡>으로 화려하게 폭죽을 터뜨리듯 마무리했다.

지휘대에서 내려온 성 단장은 “악단과 나 자신에게 일종의 시험 같은 무대였다”며 “자기비판적인 성격 탓에 연주가 끝난 뒤 도무지 만족스러운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오랫동안 모차르트 작품을 다루지 않았던 경기 필이 이만큼 뉘앙스를 잘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악단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이들은 오는 3월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제137회 정기연주회에서 더 많은 청중을 상대로 신고식을 치른다. 성 단장은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통해 추락했던 경기 필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앞으로 더 높이 비상하려는 의지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수원/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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