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아트퍼포먼스 <색 공간>은 2011년 초연되어 호평을 받은 뒤 올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한층 업그레이드된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다. 2011년 초연 장면. 한복예술 여백 제공
패션쇼에 다양한 공연장르들 결합
3년전 무대에 재미·극 요소 덧붙여
3년전 무대에 재미·극 요소 덧붙여
하얀 옷을 입은 소녀가 광목으로 만든 인형에 옷 입히기 놀이를 하고 있다. 소녀는 알록달록한 조각천이 한복이 되는 상상을 한다. 그때 옷광대 4명이 단소를 불면서 빨강, 파랑, 노랑, 하양 보따리를 들고 등장한다. 옷광대들은 보따리에서 천으로 만든 버나를 꺼내 돌리고, 줄을 타고, 사자춤과 인형극 놀이로 소녀를 즐겁게 해준다. 그러더니 화려한 한복을 입은 옷각시들을 하나씩 불러낸다. 소녀는 어느새 오방색의 한복 세상으로 빠져든다.
한복과 공연예술이 만나는 한복 아트퍼포먼스가 열린다. 28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서 펼쳐지는 <색 공간> 공연은 한복이 주인공이 되는 독특한 무대이다. 화려한 옷과 모델들의 런웨이 패션쇼에 전통연희와 전통·현대무용, 영상, 타악 연주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했다. 비영리법인인 ‘한복예술 여백’이 한복의 아름다움과 멋을 ‘색’과 ‘공간’이라는 두 가지 주제에 녹여서 퍼포먼스로 풀어낸다. 2011년 봄 초연되어 호평을 받은 뒤 전통 연희의 재미와 극적 흐름을 강화해 3년 만에 재공연한다.
공연은 오방색을 중심으로 한복 색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1부, 한복의 형태미에 초점을 맞춘 2부, 한복 소재의 폭을 넓혀 시도한 3부 등 ‘한복의 미’를 다채롭게 선보인다. 전통에 근간을 두되 창의적으로 디자인한 현대적인 한복이 흥겨운 놀이와 음악과 어울려 소개된다. 옷각시들이 전통 한복인 원삼과 철릭, 전복, 장옷, 두루마기 등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의상 30벌을 입고 전통무용과 현대무용을 펼친다. 바닥까지 끌리는 옷소매와 치맛자락, 공간을 뒤덮는 넓은 한삼 등 전통 한복을 새롭게 변형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공연 막바지에는 옷각시들과 관객들이 200개 오방색 보자기를 묶은 뒤 무대 위에 펼쳐놓고 춤을 추는 퍼포먼스도 벌인다.
한복예술 여백의 박선옥(43) 대표는 “한복은 현대에 어울리지 않고 불편한 옷이라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없애고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의생활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공연예술학과를 나온 그는 한복디자이너와 공연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창작국악단체 ‘슬기둥’과 케이비에스(KBS)국악관현악단 공연복, 창작뮤지컬 <인당수 사랑가> 무대의상을 디자인하고 만들었다.
공연에는 연희집단 ‘더 광대’의 안대천, 최영호, 이창훈, 배정찬씨 등 젊은 광대들과 소녀 역의 김진영씨 등이 출연하고, 강은구씨가 음악을, 유선후씨가 안무를, 정호영씨가 영상을 맡았다. 오후 4시와 8시 두 차례 공연하며 오후 4시에는 공연 시작 전 한 시간 동안 초등학생들을 위한 한복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www.hanbokcontents.com, 070-7695-9770.
정상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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