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작곡가와 작업했던 에스이에스. <한겨레> 자료사진.
외국 작곡가 참여 실태
국내 아이돌 가수들이 외국 작곡가의 곡을 받아 음반으로 발표한 첫 사례는 16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소속 걸그룹 에스이에스(S.E.S.)가 1998년 발표한 2집 앨범의 타이틀곡 ‘드림스 컴 트루’를 비롯해 수록곡 3곡이 핀란드 작곡가 리스토가 만든 것이었다.
당시 외국 퍼블리싱(음악출판) 회사를 통해 시장에 나온 곡을 들어본 이수만 에스엠 대표 프로듀서는 핀란드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작곡가를 만났다. 이후 에스엠은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음악 견본시인 미뎀 등에 참여하며 세계 음악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외국 작곡가와의 작업을 본격적으로 늘려갔다. 보아의 ‘넘버원’은 스웨덴 작곡가로부터, 동방신기의 ‘미로틱’은 덴마크 작곡가로부터 받는 식이었다.
에스엠은 국내 기획사 가운데 외국 작곡가와의 작업이 가장 활발하며 체계적이다. 상시적으로 소통하는 작곡가가 500명을 넘는다. 외국 작곡가의 곡을 그대로 쓸 때도 있지만, 국내에서 다듬어 재탄생시키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부터는 아예 외국 작곡가들을 상시적으로 회사 스튜디오로 불러 공동작업을 하는 형태로까지 진화했다. 이성수 에스엠 실장은 “국내 작곡가 실력이 못하다는 게 아니라 작곡가 풀을 넓힘으로써 좋은 곡을 만날 확률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의 빅뱅과 지드래곤 솔로 앨범에서도 보이즈노이즈, 바우어 등 외국 작곡가와의 협업 곡을 만날 수 있다.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도 원더걸스, 미쓰에이, 갓세븐 등의 앨범에 외국 작곡가의 곡을 실었다. 세계적인 힙합 음악인 카니에 웨스트가 제이와이제이(JYJ)의 1집 <더 비기닝>(2010)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부터 포미닛, 비투비, 투윤 등의 앨범에 1~2곡씩 외국 작곡가의 곡을 수록하기 시작했다. 이 기획사 관계자는 “음악 장르와 색깔을 다양화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외국 작곡가를 찾기도 하지만, 그들이 먼저 케이팝의 시장성과 가능성을 높이 사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이돌 가수는 아니지만 조용필이 지난해 발표한 19집 <헬로>에도 외국 작곡가의 곡이 대거 쓰였다.
이를 두고 당연한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2000년대 중후반 이후 한국 대중음악산업, 특히 아이돌 음악산업이 국제시장의 틀 안으로 들어갔다. 각 나라 관계자들이 서로의 필요에 따라 모이고 힘을 합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이렇게 만든 노래를 순수한 한국 대중음악으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에스엠의 이 실장은 “‘돈만 주면 외국 작곡가 곡을 쉽게 살 수 있는데, 그게 어떻게 한국 노래이며 한류냐’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억울하다. 애플사가 아이폰에 다른 나라 회사 부품을 썼다고 해서 애플 제품이 아니라고 하진 않는다. 좋은 곡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이를 다듬는 프로듀싱 능력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지드래곤 등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외국인 작곡가와 작업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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