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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저지보이스’의 힘, 로큰롤 그룹 ‘포시즌스’ 완벽 빙의

등록 2014-01-26 20:03

1960년대 미국 로큰롤 그룹 ‘포시즌스’의 음악과 이들의 일대기를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저지보이스>는 탄탄한 스토리와 한국 관객들의 귀에도 익숙한 명곡들의 힘으로 내한공연이 가진 여러 약점들을 잘 극복해낸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1960년대 미국 로큰롤 그룹 ‘포시즌스’의 음악과 이들의 일대기를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저지보이스>는 탄탄한 스토리와 한국 관객들의 귀에도 익숙한 명곡들의 힘으로 내한공연이 가진 여러 약점들을 잘 극복해낸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60년대 미국 풍미했던 아이돌
음악·인생 담은 주크박스 뮤지컬
배우와 실제인물 싱크로율 100%
신나는 라이브 음악에 관객 매료
‘노래에만 집중하면 스토리가 엉성하고, 스토리에만 힘을 주면 노래가 끼워 맞추기라는 느낌이 들고.’

대중들의 귀에 익은 히트곡들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은 늘 이 딜레마로 갈팡질팡한다. 그러나 잘 알려진 노래에 그 노래를 만들고 부른 유명 가수의 실화가 덧붙여진다면?

17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저지보이스>(내한공연)는 바로 이러한 전략으로 주크박스 뮤지컬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완벽히 피해간다.

<저지보이스>는 1960년대를 풍미한 미국 원조 아이돌 그룹 ‘포시즌스’의 주옥같은 음악과 이들의 결성부터 해체까지의 일대기를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극은 그룹의 이름인 ‘포시즌스’의 이름대로 4계절(4막)로 구성된다. 뉴저지 출신 촌뜨기지만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했던 네 명이 모여 그룹을 결성하는 ‘봄’,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렸던 첫 음반 발매부터 인기 절정에 오를 때까지를 다룬 ‘여름’, 성공 뒤에 숨겨진 갈등과 반목을 조명한 ‘가을’, 그리고 해체 수순을 밟았지만 결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오르며 다시 모여 과거를 회상하는 ‘겨울’까지.

각본을 맡은 마셜 브릭먼과 릭 엘리스는 포시즌스의 멤버들을 실제로 만나 심층적인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4명의 관점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극의 진행 역시 계절별로 네 멤버들이 돌아가며 내레이션을 맡도록 구성해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몰입도를 2시간30분 내내 유지한다. 실존 인물을 그린데다 실제 멤버 중 한 명인 밥 고디오와 제5의 멤버로 불렸던 이들의 프로듀서 밥 크루가 작품 전반에 참여해서인지 멤버 4명의 캐릭터 역시 작품 내내 개성 있게 잘 드러난다.

이렇게 실화 자체만으로도 드라마틱힌 포시즌스의 이야기에 포시즌스의 유명 히트곡들을 입혔으니, 음악과 스토리가 흐트러짐 없이 맞물려 돌아간다. 다른 주크박스 뮤지컬과 비교해 다소 많은 34곡의 넘버는 단 한 곡도 군더더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스 오프 유’, ‘셰리’, ‘빅 걸스 돈 크라이’ 등의 대표곡들은 한국 관객들의 귀에도 광고·영화음악으로 익숙하기에 포시즌스를 전혀 모르는 젊은 관객들도 흥을 내며 즐기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 귀에 익숙한 명곡들과 함께 작품을 살려내는 제3의 요소는 바로 각 멤버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놀랍도록 실제 인물과 흡사한 점이다. 작품 중간중간 실제 멤버들의 공연 장면을 보여주는 흑백 화면들이 등장하는데, 의상이나 안무는 물론 생김새까지 너무도 비슷해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포시즌스의 리드 보컬인 프랭키 밸리 역을 맡은 그랜트 앨미럴은 깨끗한 고음의 가성을 장기로 했던 프랭키의 ‘팔세토 창법’을 100%에 가깝게 복제해낸다. 마치 테이프나 시디를 틀어놓은 듯 완벽한 주연배우 4명의 화음도 감탄을 자아낸다.

사실 <저지보이스>는 50년도 더 전인 1960년대 이야기인 점,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하는 미국식 유머가 많은 점, 내한공연의 특성상 자막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 등 약점도 많다. 하지만 브라스(금관악기)까지 동원한 9인조 라이브밴드가 연주하는 신나는 음악, 평범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가사와 대사, 단순하고 촌스럽지만 따라하기 쉬운 춤(사실 율동에 가까움)을 보고 듣노라면 이런 약점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커튼콜 때 모든 관객들이 기다렸다는 듯 벌떡 일어나 춤추게 만들고, 막이 내려도 “앵콜”을 외치며 자리를 지키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저지보이스>가 보여주는 ‘진정한’ 주크박스 뮤지컬의 매력이다. 3월23일까지. 1544-1555.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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