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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미국, 그래미상을 내주다

등록 2014-01-27 20:12수정 2014-01-27 21:42

프랑스 듀오 ‘다프트 펑크’ 5관왕
‘로드’ 2관왕…미국외 음악인 돌풍
폴매카트니·링고스타 협연 눈길
50년 전인 1964년 2월 초, 영국 밴드 비틀스가 미국으로 날아와 당시 최고 인기를 누리던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했다. 비틀스는 곧 미국에서도 엄청난 바람을 일으켰고, 영국 음악인들이 미국 음악계를 대대적으로 휩쓰는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기폭제가 됐다. 최근 ‘브리티시 인베이전’ 50주년을 기념하는 비틀스 박스세트 <더 유에스 앨범스>가 발매됐을 정도로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른 27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세계적 권위의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시상식에서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대체로 미국 음악 중심의 그래미 시상식에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음악인들이 주인공 자리에 오른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주인공은 프랑스 출신의 일렉트로닉 듀오 다프트 펑크다. 기 마누엘 드 오맹 크리스토, 토마스 방갈테르로 구성된 다프트 펑크는 지난해 발표한 앨범 <랜덤 액세스 메모리즈>와 수록곡 ‘겟 럭키’로 가장 중요한 상인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를 비롯해 5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이들은 세련된 일렉트로닉 음악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실제 악기 연주로 아날로그 감성을 입혀 세계인들을 사로잡았다. 공연 때 늘 헬멧을 쓰는 신비주의 전략은 이날도 여전했다. 축하공연은 물론 상을 받을 때조차 흰색 헬멧을 쓴 채 무대에 올라 소감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또다른 주인공은 뉴질랜드에서 온 17살 소녀 로드다. 데뷔 앨범 <퓨어 헤로인>과 수록곡 ‘로열스’로 주요 상인 ‘올해의 노래’와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했다. ‘로열스’는 지난해 빌보드 싱글 차트 9주 연속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로드는 물질적인 것만을 중시하는 이들을 냉소하는 노랫말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의 이 노래를 30분 만에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미국 이외 나라 출신 음악인들이 미국에서도 널리 통하게 된 건 전통적 음악 유통 방식을 대체하는 새로운 매체의 출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는 미국 주류 음악산업 시스템에 속하지 않아도 유튜브나 온라인 음원 판매 사이트인 아이튠스를 통해 얼마든지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다프트 펑크, 로드 못잖게 이날 시상식을 지배한 숨은 주인공은 비틀스였다. 비틀스는 이번에 평생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폴 매카트니가 지난해 발표한 솔로 앨범 <뉴> 수록곡 ‘퀴니 아이’로 축하공연을 할 때 앞서 자신의 솔로곡 ‘포토그래프’로 축하공연을 했던 비틀스의 드러머 링고 스타가 드럼 스틱을 잡았다. 카메라는 공연하는 둘을 한 화면에 잡았고, 객석에 있던 고 존 레넌의 부인 오노 요코와 아들 숀 레넌의 모습도 비췄다. 연주가 끝난 뒤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가 손을 잡고 고개 숙여 인사하는 순간, 객석의 모든 음악인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오노 요코는 마지막 시상 순서인 ‘올해의 앨범’ 시상자로도 나왔다. 비틀스 멤버 고 조지 해리슨의 부인 올리비아 해리슨도 함께 시상자로 단상에 올랐다. 살아있는 비틀스의 두 멤버와 이미 세상을 뜬 비틀스 두 멤버의 가족이 모두 이날 무대에 오른 셈이다. 50년 전 미국을 침공한 비틀스에 대한 56회 그래미 시상식의 화답인 듯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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