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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아바도

등록 2014-01-28 20:12수정 2014-01-28 22:10

2009년 세계적 지휘자 클라우디아 아바도(오른쪽)와 다니엘 바렌보임이 각각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로 한 무대에 섰던 모습. 바렌보임은 최근 숨진 아바도를 위한 추모 음악회를 27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에서 열었다.   바렌보임 누리집
2009년 세계적 지휘자 클라우디아 아바도(오른쪽)와 다니엘 바렌보임이 각각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로 한 무대에 섰던 모습. 바렌보임은 최근 숨진 아바도를 위한 추모 음악회를 27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에서 열었다. 바렌보임 누리집
전설적 지휘자 아바도 추모…음악인 헌정 연주회 잇따라
‘라스칼라 필’ 빈 객석 보며 바렌보임 지휘로 장송 행진곡
주빈 메타 베를린 필도 추도곡…연주회 전세계 인터넷 중계
이탈리아 밀라노 현지 시각으로 지난 27일 오후 6시(한국 시각 28일 오전 2시). 수천명의 군중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극장 ‘라스칼라’를 둘러쌌다. 극장 문은 활짝 열렸지만, 모두 문밖에 서 있을 뿐 안으로 들어서지 않았다.

라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빈 객석을 마주하고 무대 위에 자리했다. 검은 양복에 넥타이를 맨 거장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72·라스칼라 오페라극장 음악감독)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2악장 ‘장송행진곡’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반세기에 걸쳐 클래식 음악계의 ‘영웅’으로 추앙받다 지난 20일 세상을 떠난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 전 라스칼라 극장 음악감독)를 위한 추도 연주였다.

이 장엄한 장송행진곡을 지휘한 황혼의 거장 바렌보임은 아바도와 50년 친구이자, 한때 베를린 필의 음악감독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라이벌이었다. 바렌보임이 때때로 피아니스트로서 무대에 설 때면 둘은 협연자(바렌보임)와 지휘자(아바도)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라스칼라 극장이 위대한 음악가의 죽음을 애도하며 객석을 비우고 극장 문을 활짝 열어둔 채 연주회를 여는 것은 1957년 이탈리아 출신의 전설적인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의 죽음 이후 자리잡은 전통이었다.

차가운 날씨 속에 광장을 메운 군중의 표정은 깊은 슬픔에 잠긴 듯 보였다. ‘장송행진곡’이 연주되는 10여분간 많은 이들이 눈을 감거나 시선을 떨궜다. 연주가 끝난 뒤에는 차마 큰 소리로 박수를 치지도, 쉽게 자리를 뜨지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유독 느리고 어두웠던 이날의 연주는 이탈리아 공영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 라스칼라 극장 누리집,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이보다 먼저 독일 베를린에서는, 현지시각 25일 저녁 8시에 또 다른 황혼의 거장 주빈 메타(78)가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무대에 섰다. 바렌보임과 마찬가지로 50년 넘게 아바도와 교분을 쌓은 메타는, 아바도가 1989년부터 2002년까지 음악감독으로 재임했던 베를린 필을 이끌고 추도곡을 연주했다. 첫 곡으로는, 말러 해석의 대가였던 아바도를 그리며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가 연주됐다. 이어 현대음악을 소개하는 데에 열정을 품었던 아바도를 위해 안톤 베베른의 <관현악을 위한 6개의 소품>도 연주됐다. 이날 연주 실황은 베를린 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디지털 콘서트홀’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젊은 음악인들을 키우는 데 헌신했던 아바도의 업적을 기리는 공연도 있었다. 아바도 사망 다음날인 21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베네수엘라 빈민층 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 출신들로 창립된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가 구스타보 두다멜(33·엘에이필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노트르담 연합합창단과 함께 베를리오즈의 <레퀴엠>을 연주했다.

세계 곳곳에서 열린 아바도에 대한 추모 행사들은 최근 수십년 사이 사망한 어떤 음악가보다도 애틋하면서도 잘 정돈된 모습이다. 그가 위암 투병을 시작한 뒤 오랫동안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세상을 위해 헌신해왔고, 동료 음악인과 청중도 예상된 부재를 담담히 받아들여 체계적으로 추모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음악가들의 마지막 모습이 아바도처럼 정돈되어 있을 수는 없다. 어떤 거장들은 너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거나, 말년에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음악감독이었던 주세페 시노폴리(1946~2001)는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지휘 도중 무대 위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숨지는 바람에 슬픔보다 놀라움과 충격이 컸다. 테너 파바로티(1935~2007)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숨기고 무리하게 무대에 올랐다. 그는 2006년 2월 이탈리아 토리노 겨울올림픽 개막 축하 공연 등 말년의 여러 무대에서 립싱크를 한 것으로 밝혀져 불명예스러운 논란에 휩싸였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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