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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마지막 무대 선다면 바로 ‘이곳’” 노트르담 ‘댄서의 순정’

등록 2014-02-04 18:34수정 2014-02-04 21:36

처음 뮤지컬을 시작했을 땐 “춤꾼이 왜 한눈을 파느냐”는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도 받았다는 이재범(왼쪽), 이재홍(가운데), 김주선(오른쪽)씨.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무용수들에 대한 대우도 좋아지면서 이제는 선망의 대상이 됐다. 이들의 목표는 “댄서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처음 뮤지컬을 시작했을 땐 “춤꾼이 왜 한눈을 파느냐”는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도 받았다는 이재범(왼쪽), 이재홍(가운데), 김주선(오른쪽)씨.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무용수들에 대한 대우도 좋아지면서 이제는 선망의 대상이 됐다. 이들의 목표는 “댄서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무용수 3인방
공중에 매달린 에이치(H)빔을 타고 집시 우두머리 클로팽이 ‘기적의 성당’(작은 사진 위)을 부르면 무용수들이 노트르담 성벽을 기어오른다. 성문이 열리고 회전하는 바리케이드가 나오자 무용수 17명이 모두 나와 8분여 동안 쉼없이 환상적인 군무를 펼친다. 헤드 스핀, 윈드밀(풍차돌리기) 등 비보잉까지 어우러지면서 객석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그리고 곱추 콰지모도가 부르는 ‘그녀는 어디에’(아래)에 맞춰 세 무용수가 거꾸로 매달려 3개의 대형 종을 타면 극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지난해 한국 뮤지컬 시장을 강타한 <노트르담 드 파리>은 ‘댄서’들이 극 전체의 분위기와 무대를 압도하는 공연이다. 무용수들의 춤과 곡예는 단순한 ‘볼거리’ 이상이다. 이수나 연출가는 “댄서들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에 주인공들의 심리와 극의 높낮이가 모두 담겨 있다”며 “댄서들의 움직임에 주목해 달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서울에서 출발해 13개 지방도시 투어(119회 공연)를 마치고 다시 서울(세종문화회관)에서 앙코르 공연을 펼치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역 무용수 3인방 이재범(30·브레이커), 김주선 (33·아크로배터), 이재홍(33·댄서)씨를 3일 만났다. 이들은 “지금까지 많은 공연에 참여했지만, 전회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은 <노담>이 유일하다”며 “<노담>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가 댄서로서는 최고의 영광”이라고 했다.

<노담>의 댄서들은 고난도 연기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 무용수들만 따로 오디션을 봐 캐스팅 한다. 앙상블이 무용을 겸하는 다른 공연들과 차별화되는 이유다. 모두 17명 무용수가 무대에 오르는데, 브레이커는 헤드스핀 등 비보잉을, 아크로배터는 종을 타는 등의 곡예를, 댄서들은 덤블링을 비롯한 춤을 담당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의 ‘출신성분’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이재범씨는 스트리트 비보잉 그룹 출신이고, 김주선씨는 고등학교 때까지 기계체조를, 이재홍씨는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뮤지컬에 입문하는 댄서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공중에 매달린 에이치(H)빔을 타고 집시 우두머리 클로팽이 ‘기적의 성당’을 부르면 무용수들이 노트르담 성벽을 기어오른다.
공중에 매달린 에이치(H)빔을 타고 집시 우두머리 클로팽이 ‘기적의 성당’을 부르면 무용수들이 노트르담 성벽을 기어오른다.

곱추 콰지모도가 부르는 ‘그녀는 어디에’(아래)에 맞춰 세 무용수가 거꾸로 매달려 3개의 대형종을 타면 극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곱추 콰지모도가 부르는 ‘그녀는 어디에’(아래)에 맞춰 세 무용수가 거꾸로 매달려 3개의 대형종을 타면 극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이재범·김주선·이재홍씨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에
주인공 감정 그대로 전달
공연마다 기립박수 받아

비보잉에 체조선수 이력
원작보다 고난이도 연기
“탈골돼도 참고 공연하죠”

“한국 댄서들은 프랑스 연출과 안무가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량이 뛰어나요. 안무 가운데 일부는 원작보다 난이도를 높였어요. 예를 들어 손 짚고 백덤블링을 하는 안무에서 한국 댄서들은 손을 안 짚고 백덤블링을 하는 식이죠.”(재홍) 이재범씨는 뛰어난 재능 덕에 프랑스 오리지널팀에 뽑혀 <노담> 아시아투어에 참여하기도 했다.

<노담> 무용수들은 극 중 배우들이 미처 보여주지 못하는 감정선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또 다른 배우’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안무보다 표정과 눈빛을 먼저 연습한다고 한다. “연출님이 슬픔, 환희 등 감정을 툭 던져주고 얼굴과 온 몸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시켜요. 안무는 기술적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디테일한 감정선은 자연스레 묻어나야 하기 때문이죠.”(주선)

눈빛과 손짓만으로 ‘교감’하며 연기를 하니, 배우들의 컨디션이 댄서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랭구아르가 부르는 첫 곡 ‘대성당의 시대’만 듣고도 그 날 공연이 어떨지 감이 와요. 배우들이 에너지가 넘치면 댄서도 그 에너지를 받죠. 배우들과 순간적으로 교환하는 눈빛에서 스파크가 튀는 경험을 한다면, 믿으시겠어요?”(주선)

장기 공연에서는 각종 부상이 가장 큰 적이다. 허리 디스크, 손가락 부상, 타박상 등은 댄서들의 고질병. 팀 닥터와 맛사지사까지 따로 두지만 부상은 피할 수 없다. “공연을 하며 몇 번이나 무릎이 탈골 됐어요. 브레이커는 스윙(대체 인력) 없이 저 혼자라 참고 공연을 할 수밖에 없어요. 댄서의 숙명이죠.”(재범)

최근 아크로배틱, 비보잉을 결합한 뮤지컬이 크게 늘어 이들의 활동 영역도 넓어지고 있지만, 뜻밖에도 이런 현상이 꼭 반갑지만은 않다고 한다. “댄서들을 볼거리로만 취급하는 아류작이 늘면서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고난도 안무는 1~2년 연습으로 소화할 수 없거든요.”(재홍)

몸 쓰는 연기를 하다보니 부상도, 이른 은퇴도 걱정거리다. 어찌 보면 <노담>은 하면 할수록 댄서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공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노담>은 ‘특별한 의미’다. “댄서로 몇 작품이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마지막 무대를 선택하라면 망설임 없이 <노담>을 선택하겠어요. 그만큼 댄서들에겐 꿈의 무대니까요.” 재범의 말이다. 11일까지. (02)541-3184.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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