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발상으로 창의적인 연극 실험을 이어온 이영석(왼쪽부터 시계방향), 윤혜진, 이명일씨 등 신예 연출가 3명이 2월 한달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잇달아 작품을 올린다. 예술의전당 제공
예술의 전당 신예발굴 무대
이명일·이영석·윤혜진 뽑혀
오늘부터 자유소극장 공연
이명일·이영석·윤혜진 뽑혀
오늘부터 자유소극장 공연
서울 예술의전당은 한국 공연예술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린다. 특히 연극 전용극장인 자유소극장은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이나 원로 연출가들만 공연해온 곳이어서 신예 연출가들에게는 문턱이 높은 무대다. 무대의 높낮이 조정과 무대와 객석의 조작이 자유로워 장르와 작품에 따라 다양하게 무대를 꾸밀 수 있어 연출가들에겐 가장 이상적인 공간으로 꼽힌다.
예술의전당이 5일부터 23일까지 자유소극장에서 실력 있는 신예 연극 연출가를 소개하는 ‘2014 유망 예술가 초청 공연’을 벌인다. 김현탁, 문삼화, 류주연, 김동현, 동이향, 이곤, 이진경씨 등 주목받는 연출가들이 이 무대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올해는 서울문화재단이 시행하는 ‘유망예술지원사업’에서 선발된 이명일, 이영석, 윤혜진씨를 내세운다.
꾸준히 인간 탐구 시리즈를 펼쳐온 이명일(40) 연출가가 절망을 주제로 하는 <닫힌 문>(5~9일)으로 첫 무대를 연다. 시골에서 상경한 두 청년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닫혀 있는 문’ 사이에 갇혀 좌절하는 소외받은 자들의 막막함을 그렸다. 이 연출가는 재력과 사회적인 평판이 세습되고 새로운 신분계층이 굳어지는 우리 사회를 자신이 이끄는 연극집단 시어터201과 함께 무대 위에서 보여준다.
이영석(41·극단 신작로 대표) 연출가와 프로젝트그룹 ‘코라’의 <2014 수단연극-청춘 인터뷰>(12~16일)는 무명 배우들의 인생을 사실적으로 들여다본 작품이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초년생 배우들이 실제 삶과 무대에서 배우로서 재연하는 삶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수다연극’이라고 한 것은 이 연출가가 제시한 질문에 대해 극에 등장하는 9명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털어놓게 하며 이야기판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국민대 연극영화과 출신 선후배 배우들이 준비된 희곡 없이 주제 선정과 자료 조사, 준비부터 공연까지 전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디바이징 시어터’(고안하는 연극) 방식으로 만들었다. 이 연출가는 2009년 광우병 사태를 다룬 <어느 미국소의 일기>, 2012년 ‘연기-이야기하기’라는 새로운 형식의 연극 <숨 쉬러 나가다> 등을 통해 현대 사회의 병폐를 실험적인 형식으로 다루어왔다.
윤혜진(34) 연출가는 <먼지섬>(19~23일)에서 ‘인간은 과연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아픈 남편을 돌보던 여자가 파계승과 현실 도피를 하지만, 어느새 돌아보니 다시 무던한 현실 속에 놓여 있다는 내용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변화를 꾀하다가 타인과의 관계라는 굴레에 묶여 결국 현실에 침잠할 수밖에 없는 여성의 이야기다. 극작가이자 연출가 구자혜(32)씨의 희곡을 바탕으로 했다. 윤 연출가는 극단 산울림을 시작으로 현재는 극단 전망의 연출부에서 활동하면서 <뼈의 노래>, <노고산동 12-16 B02>, <어느 여름날> 등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탁월한 감각과 안정적인 무대연출을 선보이고 있다. (02)580-1300.
정상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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