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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목관악기 연주자들 거리낌없이 ‘이중생활’

등록 2014-02-23 19:24

탁월한 연주력과 열정으로 오케스트라 단원이자 독주자로 활동하는 연주자로는 전 빈 심포니 플루트 수석 최나경씨(왼쪽부터), 베를린 필의 오보에 수석 알브레히트 마이어와 클라리넷 수석 안드레아스 오텐자머, 빈 필의 플루트 수석 발터 아우어, 베를린 필의 플루트 수석 에마뉘엘 파위 등이 손꼽힌다. 예술의전당, 서울시향, 각 연주자 누리집 제공
탁월한 연주력과 열정으로 오케스트라 단원이자 독주자로 활동하는 연주자로는 전 빈 심포니 플루트 수석 최나경씨(왼쪽부터), 베를린 필의 오보에 수석 알브레히트 마이어와 클라리넷 수석 안드레아스 오텐자머, 빈 필의 플루트 수석 발터 아우어, 베를린 필의 플루트 수석 에마뉘엘 파위 등이 손꼽힌다. 예술의전당, 서울시향, 각 연주자 누리집 제공
플루트·클라리넷·오보에 등
레퍼토리 적고 연주기회 부족
독주자·오케스트라 단원 ‘투 잡’
악단들도 개별활동 권장 분위기
‘독주자냐, 오케스트라 단원이냐.’ 많은 기악 연주자들이 고민하는 갈림길이다. 대부분 결국 한쪽을 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이들은 거침없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44)가 대표적이다. 파위는 세계 최정상의 악단 베를린 필하모닉의 플루트 수석 단원인 동시에 독주자, 실내악 연주자로서도 누구보다 활발히 활동중이다. 클래식계 스타인 그는 별도의 에이전트를 두고 베를린 필의 정기 연주회 이외에 매월 4~5회씩 다른 악단과의 협연, 독주회 등 독자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매한 음반만 24장에 이른다.

목관악기에서 두드러지는 ‘이중생활’ 오케스트라 단원인 동시에 독주자로 ‘이중생활’을 하는 연주자는 파위 외에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베를린 필의 오보에 수석 단원 알브레히트 마이어(49)와 클라리넷 수석 단원 안드레아스 오텐자머(25), 빈 필 플루트 수석 단원 발터 아우어(43), 전 빈 심포니 플루트 수석 단원 최나경(31)씨 등이 모두 파위와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최나경씨는 오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임헌정(61·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씨가 지휘하는 서울시향과의 협연에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그 자신이 플루트 버전으로 편곡해 연주한다.

플루트, 클라리넷, 오보에 등 주로 목관악기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협주곡 연주에서 주로 독주부를 맡는 것이 현악·건반·목관악기인데, 이 중 목관악기는 매력적인 음색을 갖고 있긴 하지만 현악기나 건반악기(피아노)에 비해 상대적으로 레퍼토리가 적고 연주 기회가 부족하다. 따라서 목관악기 연주자들은 오케스트라 혹은 실내악단에서 활동하는 동시에 독주자로서의 길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다. 독주자를 지향하는 현악기 연주자들이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에 입단하지 않고 홀로 경력을 쌓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 ‘두 마리 토끼 잡기’ 권하는 악단 대부분의 악단은 정규 연주나 리허설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단원들의 독주, 실내악, 마스터 클래스 등 개별 활동을 적극 허용하는 분위기다. 이런 부가적인 활동을 통해 단원 개개인의 연주력 향상과 사기 진작, 인지도 상승을 기대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악단의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개별 활동의 허용 정도는 연간 연주 횟수, 인력 유동성 등 악단의 여건에 따라 다르다. 여러 명의 악장과 수석 단원들을 거느린 대규모 오케스트라일수록 단원들의 개별 활동에 대해서도 한층 유연하게 대응하는 편이다. 국내 대표 악단인 서울시향의 경우에는 1년에 국내 5회, 해외 2회(최대 2주 이내)의 외부 연주 및 주당 6시간 이내의 강의를 허용하고 있다.

악단은 내부적으로 실내악 시리즈 프로그램을 개설하거나, 주요 협연 무대에 악장이나 수석 단원을 독주자로 발탁함으로써 좀더 적극적으로 ‘두 마리 토끼 잡기’의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서울시향은 지난 1월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에게 코른골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2월 플루트 수석 박지은씨에게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의 협연을 맡겼다. 베를린 필은 최근 내한공연에서 일본계 악장 가시모토 다이신(35)를 독주자로 세워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유럽 악단의 경우 내부 협연자의 발탁이 일종의 전통 내지 관습으로 굳어진 경향도 있지만, 레퍼토리를 선정할 때 좀더 과감해질 수 있다는 이점은 여전하다. 지휘자 지중배(31·독일 트리어 시립오페라극장 수석 상임지휘자)씨는 “난해한 곡에 도전할 때 단원을 협연자로 기용하면 외부 협연자에 비해 리허설 시간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어 호흡을 맞추기가 한결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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