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지출판사 ‘한국희곡선집’
지만지출판사 ‘한국희곡선집’ 발간
개화기~현대 작가 57명 작품 정리
개화기~현대 작가 57명 작품 정리
김우진(1897~1926)은 일제 강점기에 성악가 윤심덕(1897~1926)과 함께 대한해협에서 동반 자살한 사건으로 유명하지만 1920년대를 대표하는 선구적인 연극인이자 실험적인 극작가였다. 그가 자살하기 전 탈고한 작품 <산돼지>(3막)와 <난파>(3막 7장)는 우리나라 문예사상 최초의 표현주의 희곡이었을 뿐만 아니라 신파극만 존재했던 1920년대로서는 대단히 전위적인 실험극이었다. 두 작품 모두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사회와 유교적 가족구조 속에서 고뇌하는 지식인의 삶과 저항의지를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장편소설 <탁류>의 작가 채만식(1902∼1950)은 소설가일 뿐 아니라 희곡 26편을 남길 정도로 다작한 극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특히 판소리계 소설들을 다양한 장르로 패러디한 희곡과 소설을 발표했는데, <심청전>을 각색한 희곡 <심봉사>(1936, 1947)가 유명하다. 심청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을 대가로 인당수에 몸을 던지지만 환생하지 못하고 심봉사가 자책감에 스스로 눈을 찌르는 등 원작의 신화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를 거부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이끌어 눈길을 끈다.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이 우리 희곡 역사 100년을 대표하는 주요 작품을 집대성한 희곡 선집 ‘지만지 한국희곡선집’(사진)을 냈다. 개화기 이후 현대까지 발표된 희곡 작가 57명의 작품 112편을 책 100권으로 정리했다. 희곡 연구가인 양승국 서울대 국문과 교수, 연극 평론가 이상우 고려대 국문과 교수, 극작가 겸 연극 평론가 김명화씨가 기획위원으로 참여해 작품을 고르고 작가·작품소개와 주해를 달았다.
이번 선집에선 해방 전 한국 연극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도 월북 이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함세덕(1915~1950), 송영(1903~1979), 임선규(1912~?)를 비롯해 유치진, 차범석, 이근삼, 이강백, 허규 등 해방 후 한국의 대표적인 희곡작가와 고연옥, 김재엽, 성기웅, 김민정 등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수록했다.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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