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뮤지컬 관련 모임을 만들 사람을 찾는다’는 드레스서클의 인터넷 알림을 보고 14명이 모였다. 지금의 ‘드레스서클러’다.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까지 신분은 다양하지만 이들은 모두 ‘여성’이다. 한국 뮤지컬 관객의 절대다수가 20~30대 여성이라는 사실이 여기서도 확인된다. 김보연(26)씨는 “뮤지컬 팬 중 남자도 많은데 공개 모임에 나오는 것을 수줍어하는 듯해 좀 아쉽다”고 말했다.
드레스서클러는 매달 1~2회씩 공연이 없는 월요일 저녁 모임을 갖는다. 미리 정한 공연에 대해 1명이 주제 발표를 한 뒤 각자의 생각을 나눈다. 파워포인트까지 동원해 발표를 하고, 디브이디나 유튜브 동영상, 오에스티도 감상한다. 작품을 사회·정치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원작 소설도 소개하는 등 취미라기엔 수준도 꽤 높다.
이정화(33)씨는 “다양한 취향과 관점을 지닌 사람들과 폭넓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며 “드레스서클이라는 공간이 마련됐으니 다른 자발적 모임도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기모임 외에도 이들은 ‘살롱 인 드레스서클’ 행사 때 녹취록 작성, 행사 진행 등 자원봉사도 한다. 또 어떤 행사를 기획할지, 어떤 상품을 수입할지 의견을 전달하는 ‘모니터 요원’ 구실도 한다.
앞으로는 연출가·음악감독 등을 초청하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외연 확장을 위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모임으로 전환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들에게 드레스서클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이곳은 단순한 상점이 아닙니다. 관객들이 만들어가는 창조적 공간이자 소통의 통로죠.”신아영(21)씨의 대답이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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