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루’ 이상은
15집 ‘루루’ 이상은
이상은(사진)은 선머슴 같은 매력의 아이돌이었다. 큰 키로 겅충거리며 1988년 강변가요제 대상곡 ‘담다디’를 부르면, 소녀 팬들이 “꺅꺅”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나 그는 인기절정 무렵 홀연히 일본으로, 그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뉴욕에서 유학중 발표한 3집 <더딘 하루>(1991)는 그의 음악인생에 있어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다른 작곡가의 노래를 받아 부르던 아이돌 가수에서 스스로 곡을 만들어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로 변모한 것이다. 이후 ‘언젠가는’, ‘공무도하가’, ‘비밀의 화원’, ‘삶은 여행’ 등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는 노래들을 발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음악적 실험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
치유와 응원 노랫말 담았죠
따뜻한 감성의 음악 권유한
아버지 응원도 한몫했고요
편곡과 녹음까지 직접 도전
낑낑댔지만 신나고 즐거웠어
이상은이 최근 발표한 15집 <루루>는 그의 음악인생에 있어 또다른 전환점이다. 그는 모든 수록곡의 작사·작곡뿐 아니라 편곡과 녹음까지 직접 해냈다. 이전까지 편곡은 전문가에게 맡겨왔지만, 이번에는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홈레코딩으로 편곡·녹음 작업을 하고, 일부 믹싱과 마스터링 같은 마무리 작업 때만 록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멤버 김남윤의 도움을 얻었다. 그렇게 해서 완성한 15집 앨범의 속지를 보니 “이번 음반을 후원해주신 아버지, 고맙습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아버지가 앨범 제작비라도 댄 것일까? “그건 아니고요. 아버지는 건축을 하셨던 분인데, 이번 앨범의 방향을 조언해주셨어요. ‘이번엔 네가 사운드까지 직접 다 만들어봐라. 그리고 너무 미래지향적으로 가기보단 과거를 추억할 수 있도록 따뜻한 감성의 음악을 해봐라’라고요.” 이전 발표작인 14집 <위 아 메이드 오브 스타더스트>(2010)를 작업하며 컴퓨터로 음악을 만드는 법을 조금은 익혀둔 터였다. 14집 때는 차갑고 기계적인 느낌의 일렉트로닉을 시도하느라 자신이 가진 특유의 서정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여긴 그는 아버지의 조언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국내에 여성 편곡자가 별로 없어요.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편곡을 하면 이성적이면서 딱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한 편곡에선 꼭 맞아떨어지는 느낌은 별로 없어요. 그래도 멜로디, 노랫말과 분위기가 맞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감성적으로 접근했어요. 컴퓨터랑 낑낑대며 씨름하는 석 달간 무지 힘들었지만, 꾸준히 개척하고 도전할 신세계를 발견해서 신나고 즐거워요.” 앨범 분위기는 따스하고 포근하다. 꿈을 좇는 사람들을 위한 응원가 ‘태양은 가득히’, 만화 <들장미 소녀 캔디>를 모티브로 한 ‘캔디캔디’, 어려운 여건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성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들꽃’,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어깨를 토닥이는 ‘인생은 아름다워’ 등 대부분의 곡에서 치유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넌 예전에 갑자기 유학을 떠나며 팬들에게 상처를 줬으니 이제라도 그들을 달래줘야 한다”는 아버지의 권유로 그는 2010년부터 2년여 동안 라디오 디제이를 했다. “제 목소리를 듣고 힘을 낸다는 트럭 기사, 지하실 공장에서 일하며 제가 트는 올드팝을 듣고 즐거움을 얻는다는 노동자 등의 사연을 듣고 눈물이 핑 돌았어요. 예술성을 추구하는 자아를 좀 내려놓고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치유와 봉사를 하자고 마음먹었죠.” 이번 앨범을 이전보다 좀 더 편안하고 대중적으로 풀어낸 건 그래서다. “음악적 실험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어요. 실험은 사운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멜로디는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도록 썼어요. 26년 동안 음악을 하며 여러 길을 거쳐온 덕에 이제는 균형점을 찾는 법을 어느 정도 깨우치게 된 것 같아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브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음악적 실험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
치유와 응원 노랫말 담았죠
따뜻한 감성의 음악 권유한
아버지 응원도 한몫했고요
편곡과 녹음까지 직접 도전
낑낑댔지만 신나고 즐거웠어
이상은이 최근 발표한 15집 <루루>는 그의 음악인생에 있어 또다른 전환점이다. 그는 모든 수록곡의 작사·작곡뿐 아니라 편곡과 녹음까지 직접 해냈다. 이전까지 편곡은 전문가에게 맡겨왔지만, 이번에는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홈레코딩으로 편곡·녹음 작업을 하고, 일부 믹싱과 마스터링 같은 마무리 작업 때만 록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멤버 김남윤의 도움을 얻었다. 그렇게 해서 완성한 15집 앨범의 속지를 보니 “이번 음반을 후원해주신 아버지, 고맙습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아버지가 앨범 제작비라도 댄 것일까? “그건 아니고요. 아버지는 건축을 하셨던 분인데, 이번 앨범의 방향을 조언해주셨어요. ‘이번엔 네가 사운드까지 직접 다 만들어봐라. 그리고 너무 미래지향적으로 가기보단 과거를 추억할 수 있도록 따뜻한 감성의 음악을 해봐라’라고요.” 이전 발표작인 14집 <위 아 메이드 오브 스타더스트>(2010)를 작업하며 컴퓨터로 음악을 만드는 법을 조금은 익혀둔 터였다. 14집 때는 차갑고 기계적인 느낌의 일렉트로닉을 시도하느라 자신이 가진 특유의 서정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여긴 그는 아버지의 조언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국내에 여성 편곡자가 별로 없어요.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편곡을 하면 이성적이면서 딱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한 편곡에선 꼭 맞아떨어지는 느낌은 별로 없어요. 그래도 멜로디, 노랫말과 분위기가 맞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감성적으로 접근했어요. 컴퓨터랑 낑낑대며 씨름하는 석 달간 무지 힘들었지만, 꾸준히 개척하고 도전할 신세계를 발견해서 신나고 즐거워요.” 앨범 분위기는 따스하고 포근하다. 꿈을 좇는 사람들을 위한 응원가 ‘태양은 가득히’, 만화 <들장미 소녀 캔디>를 모티브로 한 ‘캔디캔디’, 어려운 여건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성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들꽃’,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어깨를 토닥이는 ‘인생은 아름다워’ 등 대부분의 곡에서 치유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넌 예전에 갑자기 유학을 떠나며 팬들에게 상처를 줬으니 이제라도 그들을 달래줘야 한다”는 아버지의 권유로 그는 2010년부터 2년여 동안 라디오 디제이를 했다. “제 목소리를 듣고 힘을 낸다는 트럭 기사, 지하실 공장에서 일하며 제가 트는 올드팝을 듣고 즐거움을 얻는다는 노동자 등의 사연을 듣고 눈물이 핑 돌았어요. 예술성을 추구하는 자아를 좀 내려놓고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치유와 봉사를 하자고 마음먹었죠.” 이번 앨범을 이전보다 좀 더 편안하고 대중적으로 풀어낸 건 그래서다. “음악적 실험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어요. 실험은 사운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멜로디는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도록 썼어요. 26년 동안 음악을 하며 여러 길을 거쳐온 덕에 이제는 균형점을 찾는 법을 어느 정도 깨우치게 된 것 같아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브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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