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 ‘남산 도큐멘타’
남산예술센터 시즌프로그램 공개
첫 작품은 창작극 ‘남산 도큐멘타’
“센터의 정체성은 동시대성 지향
일제~오늘까지 역사를 연결 시도”
첫 작품은 창작극 ‘남산 도큐멘타’
“센터의 정체성은 동시대성 지향
일제~오늘까지 역사를 연결 시도”
극장 밖에는 젊은 데이트족과 재즈와 팝송으로 능청거린다. 그런데 어느 지하실에서 소름끼치는 비명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얼굴을 가리고 끌고오니 여기가 남산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요. 며칠 간 고문을 당한 후 혼비백산이 된 상태에서 건물 밖에 보이는 타워 정도가 기억날 뿐이에요.”
오는 1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르는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퀴(VaQi)’의 <남산 도큐멘타: 연극의 연습-극장편>(이경성 연출)은 극장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는 ‘장소 특정적 연극’이다. 남산은 1962년 남산 케이블카의 운행이 시작되면서 젊은이들의 데이트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1960년대에는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1970년대에는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본관이 설치되어 수많은 고문과 죽음이 있던 곳이다.
연극 <남산 도큐멘타>는 1962년 남산예술센터의 전신인 ‘드라마센타’가 개관한 이래 이 극장에서 만들어진 연극과 사건들, 사람들의 자취를 아카이빙하는 동시에 1960년대 이후 남산 일대에서 일어난 사회적 사건들과 자취를 ‘극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다.
한국 창작실험극의 산실 구실을 해온 남산예술센터가 2014년 시즌으로 다섯 편의 창작 신작과 한 편의 재공연작을 합쳐 총 여섯 편을 무대에 올린다. 동시대를 바라보는 6개의 특별한 시선을 담으려고 했다.
<남산 도큐멘타>에 이어 4월5~20일에 공연하는 <바후차라마타>(배요섭 연출)는 한국과 인도 예술가들의 공동작업이다. ‘바후차라마타’는 인도 남부의 젠더 전환자 공동체인 ‘히즈라’가 섬기는 신의 이름으로, 대안적인 젠더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올해로 4년 연속 공연되는 <푸르른 날에>(사진·고선웅 연출, 4월26일~6월8일)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경쾌하고 해학적인 무대 언어로 풀어낸다. 또 <즐거운 복희>(이성렬 연출, 8월26일~9월21일)는 극작가 이강백씨의 신작으로 한적한 호숫가 펜션 마을을 배경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욕망과 이기심, 그로 인해 빚어지는 비극을 그린다. <투명인간>(강량원 각색·연출, 9월30일~10월19일)은 소설가 손홍규씨의 단편으로 아버지 생일에 모인 가족들이 장난으로 시작했던 투명인간 놀이가 현실의 비극을 폭로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나는 왜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김재엽 연출, 11월4~30일)는 시인 김수영의 생애와 시를 모티브로 삼는다.
남산예술센터 이규석 극장장은 “동시대성을 지향하는 창작극은 남산예술센터의 정체성이자 지향점”이라며 “특히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군부독재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연결해보려는 시도를 담았다”고 밝혔다.
정상영 선임기자
사진 남산예술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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