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두(46) 작가
개인전 ‘무겁거나…’ 연 정연두 작가
최신작 ‘크레용팝 스페셜’ 등 전시
“중년의 일탈과 힐링 흥미로웠다”
크레용팝 초청 함께 무대설 계획
최신작 ‘크레용팝 스페셜’ 등 전시
“중년의 일탈과 힐링 흥미로웠다”
크레용팝 초청 함께 무대설 계획
“여동생 같은 비(B)급 가수들을 응원하는 ‘팝저씨’들한테서 동질감을 느꼈어요.”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개인전 <무겁거나, 혹은 가볍거나>(6월8일까지)를 열고 있는 정연두(46·사진) 작가는 최신작 ‘크레용팝 스페셜’(2014)을 두고 자신의 느낌을 길게 피력했다.
이 작품은 걸그룹 ‘크레용팝’의 아저씨팬들인 팝저씨들이 크레용 팝 그룹이 길거리를 전전하면서 거리공연을 펼치던 때부터 현재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후원하면서 대리만족을 해온 과정을 보여준다. 걸그룹 멤버들과 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사랑해요 OOO”를 연호하는 영상은 물론, 팝저씨들이 크레용팝을 위해 만든 소품들을 전시한다. 작가 자신은 크레용팝을 위해 거대한 전용무대를 설치했다. 전시기간 중 크레용팝을 초청해 함께 무대에 설 예정이라고 한다.
“군대문화를 경험하고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수많은 시위와 역경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중년의 나이가 되어 스스로 힐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대단히 단합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개인의 경험이 한 양상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흥미로웠습니다.”
그동안 정 작가의 작품은 소외된 사람들의 꿈을 대신 이뤄주는 것으로 일관돼 있다. 분당 신도시에서 자장면을 배달하는 소년이 오토바이를 모는 순간만큼은 스스로 영웅이 된다는 점에서 착안해 대로 한가운데서 당당하게 오토바이를 탄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영웅’(1998)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소망하는 미래의 꿈을 작품으로 실현시키는 ‘내 사랑 지니’(2001), 아이들의 상상으로 그림 드로잉들을 현실로 재현하는 ‘원더랜드’(2003) 등 다양한 사회계층의 사람들과 만남을 시도했다. 그런 탓에 그한테는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이 붙었다.
“처음에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소통 수단으로 채택한 방법이었어요. 저처럼 별 볼 일 없는 작가가 작품을 한다면 누가 쉽게 응하겠어요. 대신 꿈을 이뤄준다고 하니 마음의 문을 열어주더군요.”
이번 작품에서 그는 스스로 팝저씨 가운데 한명이 되었다. 노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사랑해요 OOO’를 함께 연호하면서 스타를 매개로 이뤄지는 창의성의 실천과 작은 일탈을 경험하고 그것은 자신의 힐링으로 연결되었다고 말했다.
“뉴욕이 재미없는 천국이라면 한국사회는 재밌는 지옥입니다.” 작가는 키다리 아저씨가 아니고는 출구를 찾을 수 없는 한국사회에서 예술가와 해결사 사이를 줄타기하듯 오가는 지도 모른다.
이번 개인전에는 로댕의 ‘지옥의 문’을 쓰리디(3D) 영상으로 재현한 ‘베르길리우스의 통로’(2014)와 임대아파트 32가구의 거실 풍경을 찍은 ‘상록타워’(2001), 도쿄 긴자의 명품 브랜드숍 점원들을 찍은 ‘도쿄 브랜드 시티’(2002), 뉴욕 6구역의 이민자들의 일상을 찍은 ‘식스포인트’(2011)를 함께 전시한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사진 삼성미술관 제공
크레용팝 스페셜은 걸그룹 크레용팝이 길거리를 전전하면서 거리공연을 펼치던 때부터 현재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후원하면서 대리만족을 해온 아저씨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에는 걸그룹 멤버들과 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사랑해요”를 연호하는 모습도 담겨있다. 사진 삼성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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