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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등록 2014-03-11 19:18수정 2014-03-11 20:50

<굴레방다리의 소극>임도완 각색·연출)
<굴레방다리의 소극>임도완 각색·연출)
연극 ‘굴레방다리의 소극’

세상과 단절된 조선족 가족 통해
가면쓰고 사는 현대인 삶 들춰내
인간의 숨은 본성을 독특한 신체 움직임으로 끄집어내는 데 능한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대표작 <굴레방다리의 소극>(사진·임도완 각색·연출)을 11일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 올렸다.

서울 북아현동 굴레방다리 지하방에서 세상과 단절한 채 사는 조선족 아버지와 두 아들의 이야기를 극중극으로 풀어놓은 블랙코미디이다. 굴레방은 풍수지리설에서 북아현동 일대가 큰 소가 굴레를 벗어놓은 형상에서 유래하였고, 굴레방다리는 하천이 복개되면서 없어졌다.

작품 이름에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 공연은 웃음을 자아내는 소극(笑劇)이다. 그러나 그 웃음은 쓰디쓰다. 공연은 배우들의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사투리, 과도한 동작과 엉뚱한 대사로 관객들을 시종일관 웃게 하지만, 연극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관객들은 진실의 민낯과 마주치는 충격을 경험한다. 바로 그들이 꾸미는 연극놀이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 삶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김대식(권재원 분)은 중국 옌볜(연변)에서 상속 싸움으로 남동생 내외를 살해하고 한국에 밀입국한 조선족 남자이다. 그는 뒤따라온 두 아들 한철(장성원)과 두철(이중현)과 함께 세상과 벽을 쌓고 매일 연극놀이를 하면서 지낸다. 그는 두 아들에게 과거를 감춘 채 그 상황을 위장하고 미화해 연극을 꾸며서 겁 많고 소심한 두 아들과 함께 극중극 형태로 무대에 펼친다. 그러던 어느 날 마트에서 일하는 베트남계 한국인 처녀 김리(김다희)가 지하방을 방문하면서 아버지 대식의 거짓이 드러나고 ‘작은 세상’의 질서는 무너진다.

이 작품은 뮤지컬 <원스>로 유명한 아일랜드 극작가 엔다 월시의 <월워스의 소극>이 원작이다. 2007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퍼스트 어워드’(First Award)를 수상했다. 연출가 임도완(서울예대 교수)씨와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 배우들은 원작의 배경인 영국 아일랜드를 옌볜으로, 월워스를 아현동 굴레방으로 옮겨와 이 시대 한국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지난 2008년 초연부터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성과 아버지와 두 아들 역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크게 호평을 받았다. 특히 10개 역할을 맡은 두 아들 한철과 두철 역의 두 배우가 관객의 눈앞에서 순식간에 남자에서 여자로, 성인에서 어린아이로 변신하는 놀라운 움직임을 보는 재미가 즐겁다. 30일까지. (02)763-8233.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사진 학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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