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필 신년음악회
“저작권 침해로 음악 고사돼” ■ 독? 해마다 국내 발매 클래식 음반 중 단일 음반으로는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해 온 빈 필(왼쪽 사진) 신년음악회 실황 시디와 디브이디가 지난 1월 중순 국내 발매를 앞두고 유튜브로부터 일격을 당했다. 새해 첫날 오스트리아 빈 현지에서 신년음악회가 열린 뒤 국내 실황 음반이 발매되기까지 보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사이에 유튜브에 동영상이 불법 유출된 것이다. 유출 시점은 1월1일 연주회 직후. 전체 공연이 통째로 들어 있는 2시간30분짜리 에이치디(HD) 고화질·고음질 동영상이었다. 이 동영상의 인터넷 링크 주소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청중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소지하는 요즘은 개인이 연주를 몰래 녹음 또는 녹화해 유튜브에 올리는 경우도 많다. 일부 연주자들은 이에 대해 매우 공격적인 입장을 나타낸다. 지난해 6월 초 폴란드 출신의 저명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독일 에센에서 열린 루르 피아노 페스티벌 연주회 도중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한 관객에 분노해 돌연 퇴장했다. 잠시 뒤 무대로 돌아온 지메르만은 연주를 재개하기 전 격앙된 어조로 “불법 유출된 연주 동영상 때문에 최근에 연주 프로젝트와 음반 계약 기회를 잃었다”며 “유튜브를 통한 저작권 침해가 클래식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일갈했다. 신인 연주자 발굴·홍보 도움
“초보자들의 음악 접근 경로” ■ 약?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유튜브 동영상이 음악가와 업계에 피해보다는 이득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영국 로열 앨버트홀의 최고운영책임자 재스퍼 호프는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직접적으로 연주를 방해하지 않는 한, 동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며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홍보할 준비가 된 연주자라면 스마트폰 촬영 정도로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을 것이며, 유튜브 동영상이 공연이나 음반 계약에 오히려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유자 왕(왕위자·오른쪽), 임현정, 발렌티나 리시차 등은 유튜브의 덕을 본 대표적인 연주자로 손꼽힌다. 유자 왕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연주 영상으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피아니스트 임현정씨 역시 유튜브 동영상이 화제를 몰고 온 덕에 음반사 이엠아이(EMI)에 발탁됐으며, 데뷔 음반으로는 이례적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을 녹음했다. 현재 대부분의 공연 기획사들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에 앞서 유튜브에 공개된 과거 연주 동영상을 홍보에 활용한다. 옹호론자들은, 유튜브가 클래식 음악 초심자들에게 가장 쉽게 클래식 음악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일 뿐 아니라, 애호가들에게는 검색을 통해 시대별, 장르별, 예술가별 방대한 자료를 접할 수 있는 음원 도서관 기능을 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피아니스트 유자 왕(왕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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