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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유투브, 클래식에 독인가 약인가

등록 2014-03-11 19:25수정 2014-03-12 15:40

빈 필 신년음악회
빈 필 신년음악회
대중음악과 마찬가지로 클래식 음악에서도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는 중요한 홍보 수단으로 부상했다. 가수 싸이나 저스틴 비버처럼 클래식계 유튜브 스타도 등장했다. 그러나 ‘유튜브 전성시대’를 마음껏 누리는 대중음악 시장과 달리, 클래식 음악 시장에서는 유튜브의 득실에 관한 논쟁이 아직 뜨겁다.

빈 필 실황 동영상 불법유출
“저작권 침해로 음악 고사돼”

■ 독? 해마다 국내 발매 클래식 음반 중 단일 음반으로는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해 온 빈 필(왼쪽 사진) 신년음악회 실황 시디와 디브이디가 지난 1월 중순 국내 발매를 앞두고 유튜브로부터 일격을 당했다.

새해 첫날 오스트리아 빈 현지에서 신년음악회가 열린 뒤 국내 실황 음반이 발매되기까지 보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사이에 유튜브에 동영상이 불법 유출된 것이다. 유출 시점은 1월1일 연주회 직후. 전체 공연이 통째로 들어 있는 2시간30분짜리 에이치디(HD) 고화질·고음질 동영상이었다. 이 동영상의 인터넷 링크 주소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청중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소지하는 요즘은 개인이 연주를 몰래 녹음 또는 녹화해 유튜브에 올리는 경우도 많다. 일부 연주자들은 이에 대해 매우 공격적인 입장을 나타낸다. 지난해 6월 초 폴란드 출신의 저명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독일 에센에서 열린 루르 피아노 페스티벌 연주회 도중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한 관객에 분노해 돌연 퇴장했다. 잠시 뒤 무대로 돌아온 지메르만은 연주를 재개하기 전 격앙된 어조로 “불법 유출된 연주 동영상 때문에 최근에 연주 프로젝트와 음반 계약 기회를 잃었다”며 “유튜브를 통한 저작권 침해가 클래식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일갈했다.

신인 연주자 발굴·홍보 도움
“초보자들의 음악 접근 경로”

■ 약?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유튜브 동영상이 음악가와 업계에 피해보다는 이득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영국 로열 앨버트홀의 최고운영책임자 재스퍼 호프는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직접적으로 연주를 방해하지 않는 한, 동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며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홍보할 준비가 된 연주자라면 스마트폰 촬영 정도로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을 것이며, 유튜브 동영상이 공연이나 음반 계약에 오히려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유자 왕(왕위자·오른쪽), 임현정, 발렌티나 리시차 등은 유튜브의 덕을 본 대표적인 연주자로 손꼽힌다. 유자 왕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연주 영상으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피아니스트 임현정씨 역시 유튜브 동영상이 화제를 몰고 온 덕에 음반사 이엠아이(EMI)에 발탁됐으며, 데뷔 음반으로는 이례적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을 녹음했다.

현재 대부분의 공연 기획사들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에 앞서 유튜브에 공개된 과거 연주 동영상을 홍보에 활용한다. 옹호론자들은, 유튜브가 클래식 음악 초심자들에게 가장 쉽게 클래식 음악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일 뿐 아니라, 애호가들에게는 검색을 통해 시대별, 장르별, 예술가별 방대한 자료를 접할 수 있는 음원 도서관 기능을 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피아니스트 유자 왕(왕위자)
피아니스트 유자 왕(왕위자)

■ 양날의 칼 클래식 음반 및 공연 업계에서는, 유튜브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이상, 득과 실을 모두 껴안아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는 불법 유포된 동영상을 발견할지라도, 저작권 및 판권 계약의 권리 문제가 복잡해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다. 또한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대중음악 시장은 단기간에 감각적으로 공략하기 때문에 유튜브에 좌지우지되는 반면, 클래식 음악 시장은 긴 호흡과 예술성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이상민 워너뮤직코리아 클래식팀 부장은 “양날의 칼처럼 득실이 공존하기 때문에 단지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가 많다고 해서 긍정적인 마케팅 성과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유튜브가 신인 연주자 발굴과 홍보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유튜브 스타라는 점 때문에 예술성을 저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에 친숙해질 수는 있지만, 시간 예술로서의 본질적 가치와 다양한 뉘앙스 차이에 대한 몰이해를 떨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니뮤직 클래식 담당 정희선씨는 “유튜브나 에스엔에스의 주류 이용자가 청년층인 데 반해, 클래식 음악 시장의 주류 소비자는 장년층”이라며 “음반의 소장 가치나 콘텐츠의 품질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적어도 현재까지는 유튜브가 직접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소니뮤직 제공, 유자 왕 누리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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